"냄새도 연기도 없다" 입소문…없어서 못 파는 '신종 담배' [이슈+]
잇몸에 붙여 사용하는 파우치형 담배
지난해 미국서 3억4000만통 판매
편리한 사용법, 저렴한 가격에 Z세대 인기
"안정성 증거 명확하지 않아"
"팬데믹(pandemic)이 아니라 '진데믹(ZYNdemic)'이다."
한 미국인 틱톡 이용자가 스스로 잇몸 담배 '진(ZYN)'을 머금는 모습을 올리며 남긴 글이다. 진의 인기를 전염병의 범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에 빗댄 것이다. 이처럼 최근 미국에선 파우치(주머니)형 담배인 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져, 현재 미국 전역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해에만 미국에서 3억4000만통이 팔렸다.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 두 번째 공장을 가동하기로 계획할 정도다.
진은 잇몸에 붙여 사용하는 니코틴 파우치로, 신종 담배의 일종이다. 동그란 통에 한입에 쏙 넣기 좋은 껌 크기의 잇몸 담배가 15개씩 들어있다. 진 1개에는 정제된 순수 니코틴이 들어 있다. 과거 '스누스'라는 잇몸에 부착하는 형태의 담배는 있어 왔지만, 담뱃잎 없이 니코틴만 들어 있는 형식은 진이 처음이다.
진을 잇몸과 입술 혹은 잇몸과 뺨 사이에 머금어 사용한다. 잇몸 혈류를 통해 니코틴을 몸에 흡수시키는 원리다. 일반 담배와 달리 주변에 냄새와 연기가 나지 않아, '무연소 담배'라고도 부른다. 미국을 기준으로 진의 가격은 평균 5달러(약 6900원)선.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궐련형 담배 가격인 8달러(약 1만1000원)보다 저렴하다.
진은 지난해 초부터 틱톡을 통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틱톡에는 수많은 사람이 일과 운동을 하며 진을 사용하는 영상이 가득하다. 진을 한가득 쌓아놓은 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과 관련된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를 선보이는 SNS 이용자에겐 '진플루언서'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12일(현지시간)에는 급기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진의 품귀 현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SNS에서 유명세를 얻어 지금은 미 전역에 걸쳐 품절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진 공식 판매 웹사이트에서는 고객의 온라인 주문이 '이월' 주문으로 등록되고 있다. 재고가 없다는 의미다. 이에 SNS에는 제품을 구하지 못한 사용자들의 매장별 '품절'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으며, 현지 누리꾼들은 "보이면 사라"고 조언하는 상황이다.
필립모리스 측은 켄터키주 오웬스버러에 있는 미국 진 제조 공장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려 했으나, 내년 추가 생산 설비를 가동하기 전까지는 제품 부족에 대한 해법이 없는 상태라고 WSJ은 전했다. 이어 필립모리스는 올해 진의 미국 내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45% 증가한 5억6000만개로 예상했다.
담배 회사들은 이 니코틴 파우치형 담배가 체내에 니코틴을 서서히 전달해줘 흡연 욕구를 줄여준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제품으로 금연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도 매체는 보도했다.
미국에서 신종 잇몸 담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유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14일 한경닷컴에 "진이 일반 담배에 비해 간접흡연의 우려가 없는 것은 맞지만 아직 신종 담배라 안전성에 대한 증거 명확하지 않다"며 "진의 이전 세대격인 '스누스'는 구강암 발생률이 궐련형 담배보다 4배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구강에 직접 부착해 사용하는 만큼 구강암에 대한 위험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공공장소에서 흡연 구역이 점점 없어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이에 해외에서도 파우치형 담배를 '대체품'으로 찾고 있다"며 "국내서도 '흡연 구역이 없다'는 흡연자의 불만이 늘고 있어 잇몸 담배에 대한 수요가 금방 폭증할 것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미국은 모든 담배가 FDA의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친다. 또 2년마다 청소년 사용률을 확인해 제품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다"며 "국내에는 담배 반입 시 유해성이나 중독성 등을 파악하는 절차가 없기에 한번 유통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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