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학기·F 재이수·학년제…의대생 돌아오기만 하면 '다 준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중 가이드라인 보완
학칙 개정 필요…의대 교육과정 전면 개편 가능성도
의대 교수 "공부 안 해도 진급 시키겠다는 것" 반발
압박 없이 당근만 계속…특혜 논란에 "비상한 상황"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의대생 유급을 미루는 비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의대 교수들의 반발도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 증원 과정에서 학칙 개정을 두고 빚어졌던 학내 갈등이 재연될 수 있고 의대생들에게 다른 학과와 다른 특혜를 준다는 논란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대학 총장·처장·학장과 논의해 의대생 '비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대학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발표한 것은 일종의 예시였으니 조금 더 보완할 것"이라며 "최대한 이달 내 보내고 싶다. 대학들이 다음 달 중하순을 (마지노선으로) 고민하는 만큼 내달까지는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지난 14일 교육부가 대학들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예시는 ▲학년제 전환 ▲유급제 완화 및 재이수·재수강 ▲3학기제 및 보충학기제 도입 등이다.
학년제는 예과 1~2년 등 의대와 학년에 따라 일부 학기 단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유급 판정을 학년말로 미루고 1학기에 수업 거부로 듣지 못한 수업을 2학기에 재수강 할 기회를 주자는 이야기다.
유급제 완화는 현재 대부분 의대가 1~2개 과목을 이수하지 못하면(F) 즉시 다음 학년에 한 학년을 다시 듣게 하지 말고 재수강(이수) 기회를 주자는 이야기다.
다른 전공은 전공필수 과목을 낙제(F)를 맞아도 계절학기나 다음 학기를 통해 재수강하면 학점을 다시 주는 경우도 있다. 반면 의대는 수업량이 많아 사실상 대학에서 시간표를 짜 주는 식으로 운영되므로 교육과정 운영상 유급을 주고 다시 수업을 듣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1학기 수업을 오는 9월을 넘긴 2학기에 운영하고 학년도 말을 넘기는 내년도 2월 말이 지나면 세번째 학기를 개설해 운영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한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지난 14일 발표 자리에서 "예과 교양과목을 통합된 6년의 의대 과정에서 어느 시기에서도 이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며 예과(2년)+본과(4년) 통합 중에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지난달 대학들에게 직접 만들도록 했던 유급 방지책인 '탄력적 학사운영 계획'과는 달리 이번에는 학칙 개정부터 의대 교육과정의 재설계까지 필요하다.
교육부는 대학들과 협의해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고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주관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협의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심 국장은 지난 14일 "개별 학교별로 이것(비상 학사운영)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여건 상 어려운 점들이 있기 때문에 수용 가능하고 함께 적용 가능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어떤 부분은 교육부가 규제를 풀어야 되는 부분도 있지 않겠나. 그것은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탐탁지 않아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의료 인력의 적정 질을 담보하기 위해 유급제를 둔 것인데 수업 내용을 충분히 이수하지 않은 학생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도록 허용한다면 교육 질이 오히려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대 학장 출신의 한 교수는 "교육부는 마음만 먹으면 의대생들이 공부 안 해도 진급도 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국민들은 질 좋은 의사보다 일단 많이 나오는 거를 원하는 것 같은데 이런 대책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대생들은 지난 2월20일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며 비타협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육부가 두 차례 대화를 호소하고 지속적으로 복귀를 호소했음에도 의대생들은 대화와 수업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법령과 학칙에서 정한 성적 평가 과정에 예외를 두면서 의대생들을 구제하는 대책만 내놓는 것을 두고는 타 학과생들과 형평성 논란도 나올 수 있다.
이를 두고 심 국장은 지난 14일 "충분히 타 단과대 또는 타 학과의 학생들의 여러 가지 형평성 제기 부분은 저희들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비상한 상황이면 비상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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