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독립운동 핵심 역할 천도교···‘최제우 탄생 200주년’ 맞아 새출발
천도교를 창시한 수운 최제우는 1824년 경북 월성에서 몰락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과 재가녀(再嫁女·두 번 결혼한 여성) 아들이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사회적 차별을 받은 최제우는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뜻을 품었다. 최제우는 1860년 경주 용담정에서 한울님으로부터 세상 사람들을 질병에서 구하고 세상 사람들을 가르치라는 메시지를 듣는다. 양반, 천민 할 것 없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근원적으로 평등하다는 ‘시천주’의 가르침으로 사회 변화를 갈망했던 민중들의 호응을 얻었다. 동학의 영향력이 커지자 조선 조정에서는 그를 체포해 1864년 처형한다. 동학의 뜻을 펼친지 4년째였고, 그의 나이 41세였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갈등과 다툼입니다. 이것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인류는 영원히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자기 종단만이 아니라 인류의 문제를 생각하라는 게 수운 대신사의 가르침입니다.”
올해는 수운 최제우가 탄생한지 200주년 되는 해다. 천도교는 ‘수운 대신사 탄신 200주년’ 을 기념해 수운 최제우의 삶과 가르침을 알리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갖는다.
윤석산 천도교 신임 교령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총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를 천도교의 새로운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천도교는 최제우 탄생 100주년이었던 1924년 무렵 정점을 찍었다. 3·1운동에서 천도교는 핵심적 역할을 하며 불교·기독교와 종파를 넘어 힘을 합쳤다. 서올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을 짓기 위한 돈을 모금한다는 명목으로 성금을 모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다. 당시 100만원이 모였는데, 그중 27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3·1운동 등 독립운동 군자금으로 사용됐다.
윤 교령은 “3·1운동 당시 조선 인구가 2000만 명이었는데, 그중 천도교인이 300만 명이었다. 당시 천도교가 독립운동을 한다고 하니까 뜻이 있는 분들은 너도나도 천도교로 왔다”며 “이후 일제의 탄압으로 천도교는 쇠퇴일로를 걸었다. 오늘날 천도교가 쇠락한 이유엔 3·1운동 당시와 같은 임팩트를 주지 못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교령은 천도교 부흥을 위해 2대 교주인 해월 신사의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게 존중과 배려다. 사람을 섬기되 한울님처럼 섬기라는 ‘사인여천’의 가르침으로 사람을 넘어 자연과 사물까지 존중한다면 살기 좋은 사회가 되고 지구가 황폐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도교는 최제우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가르침을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윤 교령은 젊은이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비롯한 천도교 경전을 알기 쉽게 풀어서 연내에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최제우 일대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만고풍상을 겪은 손>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고, 천도교 중앙총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경전, 도첩, 문서 등 여러 자료를 전시하는 전시회를 오는 9월 열 예정이다. 수운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 기념식은 오는 10월24일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다.
윤 교령은 한양대 국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한양대 국제문화대학장, 한양대도서관장,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언어문화학회장을 역임했다. 천도교 서울교구장, 천도교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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