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우즈벡에 K-고속철 사상 첫 수출
국내 고속철 역사 32년 만에 수출
현대로템이 우즈베키스탄에 국산 고속철도차량을 수출한다. 지난 2004년 KTX가 개통된 지 20년 만의 수출이다.
현대로템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민관 합동으로 우즈베키스탄(우즈벡) 철도청(UTY)이 발주한 2700억 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고 16일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현대로템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는 지난 1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고속철 공급 및 유지보수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윤석열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정됐다.
현대로템은 이번 계약에 따라 오는 2027년 우즈베키스탄에 시속 250㎞급 전기 동력분산식 고속철 42량(6편성)의 열차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열차는 편성당 6량이 아닌 7량으로 구성됐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KTX-이음(EMU-260)에서 1편성당 객차 한 칸을 추가한 것으로, 수출되는 고속철 차량은 1편성당 175m 길이로, 좌석은 최대 389석이다. 좌석 등급은 VIP, 비즈니스, 일반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이들 차량은 타슈켄트~부하라 노선(590㎞) 등에 투입된다.
이번 열차는 우즈베키스탄에는 처음으로 도입되는 동력분산식 열차다. 동력분산식은 동력장치가 전체 객차에 분산된 구조로, 동력장치가 있는 기관차와 없는 객차로 구성된 ‘동력집중식’보다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고 더 넓은 객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세계의 고속철 중 70% 이상이 동력분산식이다.
아울러 이번 고속철 차량은 우즈베키스탄 철도 환경에 맞춰 설계됐다. 1520㎜의 광궤(표준궤보다 폭이 넓은 궤간을 가진 철도 선로)를 사용하는 만큼 한국의 표준궤(1435㎜)보다 폭을 넓힌 광궤용 대차와 현지 전력에 호환되는 동력 장치를 적용한다.
차량 내에는 승·하차용 계단도 설치된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 플랫폼 높이가 200㎜로 낮은 점을 고려해서다. 또 사막 기후의 고온과 먼지 등에도 안정적인 성능과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고속철 차량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부하라(590㎞) 구간과 개통 예정인 부하라∼히바(430㎞) 구간, 미스켄∼누쿠스(196㎞) 구간 등 총 1216㎞에 달하는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반도의 약 2배 면적에 달하는 국토에서의 장거리 운행을 고려해 식당칸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출되는 고속철 차량은 오는 2027년 4월 1편성이 처음으로 운행에 들어간다. 현대로템은 오는 9월부터 10개월 간 차량 설계를, 16개월 간 생산을 진행한 뒤 오는 2027년 9월까지 6편성을 모두 공급할 계획이다. 각 열차는 운행 전에 운송(2개월)과 시운전(3개월) 절차를 거친다.
이번 공급 계약은 한국 고속철 역사의 시작점인 1992년 경부고속철도 건설 착수 32년 만에 이뤄졌다. 현대로템과 철도기술연구원 등 70여 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한 ‘350㎞/h급 한국형 고속차량 개발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2002년부터 22년만, 현대로템이 이 프로젝트에 기반해 국내 기술로 만든 첫 KTX인 ‘KTX-산천’을 출고한 2008년 이후 16년 만의 성과다.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고속철을 개발·상용화한 국가로 기록됐다.
이후 현대로템은 여러 차례 해외 수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때문에 이번 수주전에는 정부와 현대로템이 모두 총력전을 펼쳤다. 현대로템은 2022년 11월 윤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고속철 차량 수출을 위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금융 지원을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수출입은행 등에 금융 문제로 수주가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전폭 지원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도 한국 기업이 고속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우즈베키스탄은 2011년 중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고속철을 도입할 당시 스페인 탈고의 차량을 수입했는데 이번엔 현대로템이 탈고를 꺾고 수주전에서 승리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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