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자본금 완납 시점·법인동일성 이견…제도 보완 논의 가속화할듯
정부 “자본금·주주구성 달라져”
재무안정성 우려…취소 절차 돌입
스테이지엑스 “계획서에 명기”
법정다툼 예고하며 책임공방 가열
제4이동통신사 등장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번이 8번째다. 스테이지엑스가 당초 계획한 초기자본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했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재정능력을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등록제 허점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반을 구성해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관련 법과 제도 전반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사업자를 들여와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정책 로드맵도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스테이지엑스는 왜 좌초됐나
정부가 밝힌 핵심 사유는 법인의 동일성 문제다. 주파수 할당 신청 당시 법인과 할당을 받게 될 법인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자본금부터가 달라졌다. 스테이지엑스가 할당신청서에 명기한 금액은 2050억원이었지만 필요서류 제출시점인 지난달 7일 제출한 자본금납입증명서에 적힌 금액은 500억원 미만으로 턱없이 적었다. 등기부상 자본금은 1억원에 그친다.
주주구성도 기존에 밝힌 계획과 달랐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신청 당시 지분 5% 이상 주요주주 6곳을 적어냈지만 이 중 자본금을 일부라도 납입한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뿐이다. 정부가 자체 확인한 결과 주요주주의 자본금 납입 계획도 확정되지 않았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신청서상 자본금 규모, 참여하는 주주들, 주식소유비율 등은 선정 예정 법인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실체적 내용이기 때문에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짚었다. 제4이통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무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과기정통부vs스테이지엑스 책임공방 가열될 듯
과기정통부는 최종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청문절차에 돌입한다. 늦어도 내달 초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사업자간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 갈등 쟁점은 자본금 납입 시점이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적격 통보를 받은 주파수이용계획서에 자본금 2050억원 완납 시점이 주파수 할당 이후임을 명백히 밝혔다”면서 “각 주주가 인가 후 자본금을 출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제와서 자본금 요건을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전파법상 적격검토는 경매 참여 결격사유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지 출자자와 계약 등 재정능력을 판단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파수 할당을 받기 위해 제출한 할당신청서류에 기재한 자본금 전액은 원칙대로 납부해야 했다는 것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납입 시기와 금액을 사업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면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복수의 법률자문 결과 필요서류 제출 시점인 5월 7일에 자본금 2050억원 납입을 완료하는 게 주파수 할당을 위한 필수 요건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테이지엑스 측은 “사업 추진 주체와 주주들이 공식적으로 날인한 투자 참여계약서·의향서·확약서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가 승인한 계획서상 없는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양측이 서로가 신뢰를 어겼다고 맞서면서 법정 다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주파수 할당 취소 근거를 반박하며 법적·행정적 대응을 예고했다.
◇신규사업자 정책 이어간다지만…제도 보완 방향은
과기정통부는 종합적인 연구반을 구성해 경매제도와 근본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지난해 초 5G(28㎓) 신규사업자 진입 지원방안과 7월 통신시장 경쟁 촉진방안을 발표해 제4이통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했다. 로밍과 상호접속을 통한 인프라 비용절감, 4000억원 규모 정책금융 등 지원방안이 골자다. 하지만, 제4이통이 8번째 실패로 귀결되면서 이같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신규사업자 진입 제도와 관련, 사업자의 재무능력 기준과 검증장치를 만들 필요성이 제기된다. 등록기준에 최소 자본금 비율 또는 주주구성 요건 등을 제시하고,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책무를 사업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제4 이통 진입 제도를 남겨두되,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사업자 진입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 재검토가 필요하다. 전국민이 휴대폰을 1대 이상씩 가지고 있을 정도로 통신시장은 포화됐고,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해서는 알뜰폰이라는 대안이 존재한다. 알뜰폰 도매대가 개선 등 육성을 강화하고, 통신시장 내부에서 경쟁을 활성화하도록 위약금제도, 요금제베끼기 금지제도 등을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4 이통 8번째 무산…통신경쟁 정책 원점 재검토
- 정부, AI 역량 측정·개발 위한 프레임워크 만든다
- 정부 '의협 3대 요구안' 거부…18일 의사 총파업 강행 예고
- “통신비도 핀테크에서 비교하세요” 서비스 각축전
- AI 시대 핵심 인프라 클라우드, 법·제도 개선책 만든다
- 엠로, AI 지속 투자 결실…국내외서 공급망관리 AI 솔루션 문의 증가
-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05〉 [AC협회장 주간록15] 창업 촉진과 자금 지원의 균형
- 초대형 TV '에너지효율등급표시 의무화' 추진… 가전사 “최저소비효율 기준이 핵심”
- [단독]롯데하이마트, 제조사 파견 1400여명 판촉직원 '직접 고용' 전환
- [K-제조, 현장을 가다]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