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벤처계 대부 정문술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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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500여억 원을 카이스트(KAIST)에 기부한 벤처계의 대부(代父)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가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정문술 창업자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여기서 나온 기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 기금은 미래전략대학원 육성과 뇌 인지과학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쓰였다.
그가 카이스트에 기부한 이유는 미래산업을 경영하면서 겪은 괴로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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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500여억 원을 카이스트(KAIST)에 기부한 벤처계의 대부(代父)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가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벤처계의 신화였다. 18년의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46세의 나이로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미래산업’을 설립했다.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퇴직금의 상당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창업 후 6년여 개발기간 동안 연속된 실패를 극복한 이후부터는 2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IC 테스트 핸들러라는 미래산업의 반도체 검사장치는 세계적 반도체 회사인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에도 공급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산업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00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정문술 창업자는 이후 10여 개에 달하는 벤처기업을 세우거나 출자했다.
18세기 경제학자 리처드 칸티용은 <상업의 본질에 관한 에세이>에서 기업가정신을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조지프 슘페터는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 않는다”며 ‘창조적 파괴 혹은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성·진취성·위험감수성’을 기업가정신의 3대 구성요소로 꼽았다.
정문술 창업자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여기서 나온 기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쓰이고 있다. 카이스트는 이 돈으로 교내에 정문술 빌딩을 짓고 국내 최초로 융합학과인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개설했다. ‘정문술 기금’도 만들었다. 이 기금은 미래전략대학원 육성과 뇌 인지과학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쓰였다.
그가 카이스트에 기부한 이유는 미래산업을 경영하면서 겪은 괴로움 때문이다. 회사의 반도체 장비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엔지니어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이다. 필리핀 마닐라 공대 전기공학과를 찾아 소프트웨어 전공 졸업생들을 스카우트해야만 했다.
이때 괴짜 교수 이광형 현 카이스트 총장이 자신과 학생들이 미래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 개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던 회사가 카이스트 출신의 유능한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업은 그 시대의 도전과 혁신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세상을 바꾸었던 전략적 장소가 중세에는 성당이었고 근대에는 공장이었다면, 현대에는 컴퓨터를 손에 쥔 조그만 작업실, 혹은 대학의 연구실로 변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각 대학의 연구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은 최근 6년간(2017~2023년) 10개의 테크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배출했다. 인공지능(AI) 설루션 제공업체 ‘뉴럴웍스’, 반도체 공정 진단 AI 설루션 ‘RTM’, 에듀테크 ‘데이터뱅크’ 등이다. 이들 기업이 투자받은 금액은 올 1월 기준 약 1000억 원으로 25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고(故) 정문술 창업자는 회사 이름을 ‘미래산업’이라 지었지만, 벤처와 스타트업은 이젠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현재 산업’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하지만 한국의 창업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기술력 있는 창업기업은 한국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약속하는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고인은 “실패도 자산”이란 말로 젊은 창업자의 끝없는 도전을 응원했다. 공무원, 공기업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많아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나서는 기업가정신이 꽃 피우려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과 자본시장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 이젠 정부와 국회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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