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퇴장 당하면 팀이 이긴다…엎치락 뒤치락 4시간 55분 혈투에서 나온 한 수
김태형 롯데 감독의 별명 중 하나는 ‘곰의 탈을 쓴 여우’가 있다.
자신의 감으로 상황에 따라서 적재적소에 용병술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십으로 김태형 감독은 두산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우승도 세 차례나 거뒀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퇴장도 불사하지 않는다.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이날 경기는 난타전으로 펼쳐졌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다 롯데가 9회 득점을 내며 9-8로 앞섰다. 한 점차의 승부를 지켜야하는 상황이었다. 무사 1루에서 후속타자 LG 오스틴 딘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포수의 2루 도루 저지 때 송구 방해 상황에 대해 판정이 오갔다. 처음에는 송구 방해가 선언됐으나 4심이 모여 다시 논의한 결과 송구 방해가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김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항의했다. 김 감독은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를 했고 이 시간은 무려 4분을 넘겼다. 기나긴 항의가 끝난 뒤 김 감독에게 퇴장 명령이 내려졌고 감독은 더그아웃을 떠났다.
그리고 마무리 김원중은 문보경과 박해민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한 점 차의 승리를 거뒀다.
어찌보면 LG로 흐름이 넘어갈 뻔한 상황이었지만 김 감독이 거센 항의와 함께 퇴장당하면서 롯데의 집중력이 높아지게 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롯데는 이날 9-8 한 점 차의 승리를 지키며 7위로 올라섰다.
김 감독이 퇴장을 당한 경기에서 팀은 거의 대부분 승리를 거뒀다. 퇴장도 김 감독의 전략 중 하나다.
두산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9년에도 그랬다. 두산은 그 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상대는 키움이었다.
김 감독은 1차전에서 9회말 퇴장을 명받았다. 6-6으로 맞선 9회말 1사 1·2루에서 호세 페르난데스가 친 투수 땅볼이 키움의 비디오 판독 요청 결과 스리피트 위반으로 판정이 나왔다. 아웃카운트만 하나 늘어난 상황에서 김 감독은 심판진에 항의했다.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면 퇴장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한국시리즈 퇴장은 역대 두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감독의 퇴장은 선수들을 일깨웠다. 이날 두산은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며 1차전을 잡았다. 1차전 승리를 시작으로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김 감독은 경기 후 “퇴장인 줄 알았지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은 후에도 퇴장으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일깨웠다.
팀이 최하위를 전전하던 4월 중순이었다. 4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김 감독은 3-3으로 맞선 7회말 전준우의 중견수 타구를 KT 김병준이 놓쳤고 1루 주자 빅터 레이예스가 2루로 뛰었지만 송구가 내야에 전달되며 아웃됐다. 롯데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해 공이 내야수에게 정확히 전달됐는지 여부를 봤고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러자 김 감독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를 했다. 한참 항의를 하다 김 감독은 돌아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사령탑의 반응을 본 롯데 선수들은 승리로 억울함을 해소했다. 정훈이 1타점 2루타를 치면서 역전을 이끌었다. 이 한 점으로 롯데는 4-3으로 승리했다. 직전 경기에서 8연패를 겨우 끊어냈던 롯데는 김 감독의 퇴장과 함께 2연승을 이어갔다.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이처럼 사령탑이 퇴장으로 그라운드에 보내는 메시지는 선수단에게 상상 이상으로 더 강하게 적용됐다. 김 감독의 ‘퇴장 전술’은 롯데를 차츰 더 높은 순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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