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을 환대하는 일"…'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철원=뉴시스]이재훈 기자 = "축제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기획자가 나서 여러 행위자를 연결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사회학자 소준철은 서울문화재단 '2022년 예술기반지원 예술인연구모임지원'(기획 알프스(ALPS))을 통해 작성된 '축제를 떠나지 못하는 기획자들에 대한 질적 연구 현상학적 자문화기술지 연구방법론을 중심으로' 리뷰에서 프랑스 사회학자 겸 과학기술학 연구자 브루노 라투르의 "사회를 네트워크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중요하게 인용했다.
소 학자의 말을 빌리면, 라투르에게 사회는 "종과 수가 다양한 노드들이 링크로 연결돼 만들어진 망상 조직"이다. 즉 축제 역시 하나의 사회이며, 기획자는 끊임없이 축제를 유지하기 위해 건설하고 연결하는 존재라는 공동의 선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소 학자는 강조한다. 그래서 평가에 있어 "축제의 '참여자 수'가 아니라 축제가 어떤 사회를 연결했는지를 말할 필요가 있다"고 짚는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4'는 이런 측면에선 국내를 대표할 만한 음악축제다. 2018년 출발한 이 축제는 개최지인 강원 철원군 고석정 일대를 변화시켰다. 식당과 편의점이 추가로 생기는 등 상권이 형성됐고, 축제 전후로 유동 인구가 매년 늘어난다.
특히 평소 수도권 일대에 밀집된 음악 축제와 거리가 멀었던 지역 주민들이 연결됐다. 인천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역시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지만, 'DMZ 피스트레인'에선 장년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청년, 아이들, 동네 주민들이 어우러져 춤을 추는 축제장 입구 분수대 앞 광경은 음악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철원군민과 철원 지역 내 복무 중인 군인은 무료다.
미들급 축제로 관객 동원력 측면에선 특별한 대형 스타는 없지만, 특별하고 개성 강한 라인업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축제의 위기를 거치면서도 존재감을 더 부각한 이유다.
올해 페스티벌 첫 날인 15일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전히 전성기를 자랑하는 래퍼 이센스(E SENS), '전방위 예술가' 백현진·작곡가 겸 음악감독 장영규가 뭉친 '어어부 프로젝트', 얼터너티브 K팝 밴드 '바밍 타이거', 앰비언트 하우스의 거장인 영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디 오브(The orb)'로 진용을 꾸렸다.
특히 'DMZ 피스트레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노 헤드라이너(NO Headliner) 정책'이다. 대신 관객이 사실상 헤드라이너다. 'DMZ 피스트레인'을 찾는 관객들은 어떤 장르든, 어떤 뮤지션이든 다 받아들이며 무대마다 헤드라이너급 반응을 보여준다. 백현진과 이센스의 예술적 광기를 넉넉히 포용한다. 수시로 '서클 핏'(Circle pit·기차놀이)이 만들어진다.
어어부 무대뿐 아니라 이센스 라이브 세트 무대에서 베이스를 치는 장영규를 볼 수 있는 것도 'DMZ 피스트레인'의 장점이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DMZ 피스트레인'은 출연하고 싶은 축제가 됐다. 매스록 밴드 '다브다', 감성 인디 밴드 '9와 숫자들'은 이번이 첫 출연인데 "그간 너무 함께 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준 다브다 드러머 이승현은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에 "세상이 다 적인 줄 알았는데 다 우리 편이었어!"라고 외치기도 했다.
'DMZ 피스트레인'은 이처럼 특정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열광하는 추종이 아닌, 서로를 동등하게 지지하는 연대의 자리가 된다. 이거야 말로 '공동의 선언'이다.
알프스 대표인 김미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은 알프스의 디지털 계간지 'AAA' 4호에 실린 '한국 음악 페스티벌은 다시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새로이 유입되는 관객들과 오랫동안 페스티벌을 지켜준 관객들을 환대하는 일, 그들에게 진짜 낯설고 멋진 경험을 선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페스티벌의 '성장 잠재력'을 굳게 믿는다"고 했다.
'DMZ 피스트레인'은 같은 장에서 16일에도 이어진다. '작은 거인' 김수철, 대세 록밴드 '실리카겔', Z세대 록스타 한로로(한지수)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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