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배움의 밭'에서 '꿈의 밭'으로…기억과 역사는 이어진다 [스프]
부상이 걸린 공모전에 참여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얼마 전 평생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지난 3월 폐관한 학전 소극장의 새 이름을 정하기 위한 대국민 극장명 공모전이었죠. 그리고 제가 낸 이름이 '당선작'이 되었습니다. 제가 응모한 이름은 '아르코꿈밭극장'입니다.
평생 첫 응모, '아르코꿈밭극장'으로 당선
'아르코꿈밭극장'은 극장명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3개의 후보작, 꿈밭극장, 못자리, 그래극장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1주일간 진행된 대국민 온라인 투표에서 6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예술위는 '배움의 밭(學田)'이었던 옛 학전 소극장이 어린이들의 꿈이 움트고 자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병국 위원장은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과 좋은 아이디어로, 의미 있는 공연장 이름을 선정하게 됐다"며, "옛 학전 소극장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수준 높은 공연과 양질의 대관 서비스로 소규모 공연단체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술위가 아르코꿈밭극장 이름의 의미를 설명한 걸 보니, 제가 응모하며 썼던 이유와 비슷했습니다. 꿈밭극장으로 응모한 사람은 저 포함 12명이었다고 하는데, 아마 다 비슷한 생각이었을 겁니다. 부상으로는 10만 원 온라인 상품권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학전의 기억을 이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한 것 같아서 기쁩니다.
아르코꿈밭극장, 7월 정식 개관
아르코꿈밭극장은 일부 리모델링을 거쳐 7월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정식 개관합니다. 7월 19일 아르코꿈밭극장의 현판식이 열리고 첫 공연이 열리는데요, 아시테지 여름축제 참가작인 '사랑에 빠진 뽀메로'입니다. 아시테지 축제는 국제어린이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인 아시테지 코리아가 매년 열어온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 공연 축제입니다. '사랑에 빠진 뽀메로'는 캐나다 극단 옴브레 폴레가 유명 동화를 원작으로 사랑스러운 아기코끼리 뽀메로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이후 아시테지 코리아의 기획 공연들과 다른 단체들의 대관 공연들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아르코꿈밭극장 운영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예산이 빠듯해 낡은 극장 설비 중에 정말 시급하게 개보수가 필요한 곳만 일단 손본 상태라고 합니다. 내년에 정식으로 예산을 배정받아 공간을 새로 단장할 계획인데, 충분한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학전이 폐관한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대중의 관심이 높아 문체부가 이 자리에 극장을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했지만, 관심이 식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으면 극장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부디 아르코꿈밭극장이 학전이라는 장소의 역사성을 쭉 제대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뮤지컬, 저연령대 공연에 편중... 숙제 많다
분야별로 보면 뮤지컬 86%, 연극 9%, 서양음악(클래식) 1% 순으로, 뮤지컬 장르 편중이 심합니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나 방학 기간에 규모가 큰 어린이 뮤지컬들이 많이 공연되는데, 이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는 소극장 공연은 수지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공연의 주된 관객층은 5~7살이 전체의 44%, 초등학교 저학년이 34%, 초등학교 고학년이 9%, 중학생이 4%, 고등학생이 3%로 나타났습니다.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계속 - 젊은 가수들 꿈도 키운다
아르코꿈밭극장은 어린이 청소년 공연 중심 극장으로 운영되지만, 1월 6일 고 김광석 기일을 포함한 1주일은 '김광석 다시 부르기' 행사를 그대로 지속할 계획입니다. 옛 학전 소극장 입구에는 2012년에 만들어진 고 김광석 기념 노래비가 있고, 매년 '김광석 다시 부르기 대회'가 열려왔습니다. 학전 김민기 대표는 김광석 추모사업회 회장이기도 했습니다.
'김광석 다시 부르기 대회'는 지난해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로 확장되었고, 학전 폐관을 앞두고 있던 지난 1월 6일, 제2회 대회가 열렸습니다. 김민기 대표는 학전 소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더라도 김광석 노래비가 있는 극장 앞 벽은 보존되기를 바랐다고 하지요. '꿈밭극장'은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를 통해 가수들의 꿈을 키우는 등용문 역할도 계속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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