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된 '개그맨'..'웃음' 찾다 '목숨' 구하게 된 사연
[편집자주] 119안전센터 신고접수부터 화재진압과 수난구조, 응급이송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현장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을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히어로(영웅)같은 역할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친근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생활인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소방관들을 만나봤다.
박 소방사는 개그맨의 꿈을 안고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대학생활을 하며 개그 동아리를 만들었고 매년 정기공연과 게릴라 공연을 하며 사람들 앞에 섰다. 이런 경험은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는데 큰 자양분이 됐고 그는 졸업도 하기 전에 SBS 12기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 개그맨 공채 시험은 본인이 직접 짠 개그콩트 대본을 제출하고 자유연기와 지정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하다.
이후 그는 3년간 SBS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했다. '웃찾사'란 개그 프로그램에서 '면회'와 '햄을 품은 달'이란 코너에 참여했고, 지역방송 리포터와 케이블TV에서 MC를 맡기도 했다. 그럼에도 개그맨을 그만두게 된 것은 미래에 대한 막막함 때문이었다.
"무대에서 공연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너무 좋은데 미래가 밝지만은 않았다. 밤낮으로 코너를 짜 촬영까지해도 방송에서 통편집 되는 경우도 있었다. 방송이라는 것이 재능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해도 끝까지 뜨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방송계 사람들도 어느 정도의 운이 작용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결국 사람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는 것도 인지도가 생겨야 계속할 수 있는건데 막연한 기다림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는 중국 유학을 다녀와서 중국어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이어 코로나19(COVID-19) 감염병 확산 때 수강생이 급격하게 줄면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그는 극단적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러다 문득 개그맨 시절 사람들의 웃음과 행복을 보며 밤낮으로 노력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고, 다시 한번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결심했다. 소방관의 꿈을 꾸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실제로 그는 공부를 시작한 지 1년만인 2021년 9급 소방공무원에 합격했다. 입직 뒤 연천소방서 화재진압대로 발령을 받았지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홍보팀의 눈에 띄어 재능을 살리기도 했다. 특히 소방관들이 하는 일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스트리트 파이어 파이터'(Street Fire Fighter)란 새 콘텐츠를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홍보팀을 떠났지만 이 콘텐츠는 대학교와 스키장 등 다양한 곳을 다니며 소방호스 전개, 인명구조 대결 등 다양한 소재로 시민들에게 소방관이 하는 업무를 알리고 있다.
현재 박 소방사는 화재를 진압하면서도 각종 사건사고에 출동해 인명구조나 구급처치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 화재진압대로 근무 중이다. 다양한 일을 한다.
"화재진압대는 뜨거운 여름 불길 안에서 탈진해 쓰러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화재를 마주하면 온몸이 떨릴 정도로 두려움에 휩싸인다. 하지만 화재 현장이 아무리 무서워도 방화복을 입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방화복은 매번 두려움에 떠는 소방관들이 빨리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박 소방사는 요즘에도 행사를 가면 개그맨 시절의 성격이 나오긴 하지만 소방관이 된 이후 점점 성격이 진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보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뒤늦게 찾은 직업인 만큼 더욱 소방관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단 포부도 밝혔다.
"과거 개그란 무형예술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했다. 이젠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는 소방관인 만큼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사람 살리는 일에 모든 힘을 다 쓰고 싶다."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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