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꽃에서 난 의문의 시체썩은 냄새···모두 ‘번식’을 위한 것이라고? [생색(生色)]
[생색-29] “저 꽃에서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
울창한 밀림 속 탐험가는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지름이 1m에 달하는 큰 꽃이 앞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빨간 붉은 꽃 가운데가 크게 뻥 뚫린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식인하는 괴물 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이 탐험가의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호기심이 공포를 이겨냅니다. 가까이 가보니, 시체 썩는 듯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메스꺼움에 구토하기도 여러 번. “세계를 관찰하겠다”는 탐험심이 없었다면 이 꽃을 전혀 가까이하지 않았을 테지요.
“이 지구에서 가장 이상한 식물을 발견했습니다.” 자연과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던 스탬포드 래플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요(당시 제국주의자들은 영토 지배와 함께 새로운 역사, 동물, 식물을 발견하는 일에도 상당한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만화 포켓몬스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캐릭터 냄새꼬-라플레시아 바로 이 식물에서 영감을 따왔습니다.
런던 브리티시 뮤지엄에서 전시된 이 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들 중 몇몇은 신사의 체면에 맞지 않게 구토를 하기도 했지만.
라플레시아꽃을 다시 한번 보시지요. 사람들이 모두 코를 막고 있는 이 꽃을 유독 사랑하는 존재들이 있었습니다. ‘파리’입니다. 썩어 문드러진 고기, 과일과 같은 온갖 부패한 것들을 사랑하는 놈들이지요.
라플레시아가 파리를 유혹하는 이유는 역시 ‘번식’을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꽃가루를 잔뜩 묻혀 널리 널리 개체를 퍼뜨리는 전략이지요. 화사한 꽃들이 꿀과 향기로 벌을 이용하듯, 라플레시아는 악취로 파리를 유혹하는 것입니다.
이 식물은 온전히 제 힘으로 살아가는 대신, 다른 존재에 기생하면서 살아갑니다. 테트라스토이그마로 불리는 덩굴식물에 붙어 영양분을 흡수하지요. 이 녀석은 다른 식물들과 달리 광합성이 필요하지도 않지요.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는 식물들이 워낙 많기에, 웬만한 향기로는 나비와 벌들을 유혹하기 쉽지 않습니다. 라플레시아가 악취로 파리를 유혹하는 생존 전략을 선택한 배경이지요.
인간이 죽은 뒤 윤회의 과정에서 라플레시아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꽃에서 시체 썩은 냄새가 나는 건 죽은 인간이 다시 물질적 존재가 되는 과정에 있다고 믿었지요. 동남아 문화권에서 이 꽃이 행운의 상징이 된 이유입니다.
ㅇ라플레시아는 지구상 가장 큰 꽃으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ㅇ썩은파리를 유혹해 자신의 꽃가루를 멀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ㅇ우리 인간의 삶이 제각각이듯, 라플레시아도 본인만의 번식방법을 찾은 것이다.
<참고문헌>
ㅇ이나가키 히데히로, 싸우는 식물, 더숲,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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