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화두가 된 ‘산유국의 꿈’…동해 유전은 로또일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 6. 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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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논란 관전법…원유 매장량 확인됐을 때 경제적 효과는 얼마?
“에너지 안보 차원으로 접근해야”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6월3일 동해에 대규모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수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 이후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추정 매장량은 35억~140억 배럴이다. 그 구성은 석유 25%, 천연가스 75%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대 매장량 기준으로 석유의 경우 우리나라 4년 사용치에 해당하며 천연가스의 경우 약 30년치에 해당한다.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 이후 산유국의 꿈이 드디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더불어 어떤 근거로 원유 매장 가능성을 평가했는지, 그리고 그런 평가의 주체는 신뢰할 수 있는지 등의 주제는 정치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원유와 같은 자원개발은 높은 리스크를 부담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모델이지만 우리의 경우 이와 관련한 경험이 부족해 여러 가지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원유 매장 가능성 평가는 탄성파를 이용해 지하의 지질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수상에 위치한 배가 케이블을 끌고 탐사 지역을 항해하면서 탄성파 데이터를 수집한다. 최근에는 해저에 별도의 데이터 수집장치를 배치해 좀 더 세밀하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매장 가능성을 평가하게 된다.

ⓒpixabay

'20%'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들

이를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땅속에 기름이나 가스가 있을 수 있는 빈 공간이 존재하는지(Rs), 지하에 존재하는 유체가 시추공으로 잘 흘러나올 수 있는지(Rd), 원유가 만들어지는 기반암이 존재하는지(Csp), 기반암에서 만들어진 원유가 빈 공간으로 이동할 경로가 있는지(Ca), 지하 공간이 석유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구조인지(Tcg), 지하의 덮개암이 원유나 가스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지(Tcc) 등의 요소로 구분된다. 각각의 요소에 대해 확률적으로 평가하고, 이 확률들을 모두 곱한 수치가 이번 발표에서 등장한 '20%'다. 원유 존재 가능성 추정은 관련 기업의 노하우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주변에 기존 유정이 존재할 경우 30% 정도면 시추를 해본다. 동해와 같이 기존 유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0% 수준이어도 시도해 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해 유전의 실재 여부는 올해 말부터 시작될 예정인 시추를 통해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탐사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판단은 달라지게 된다. 병원에서 동일한 CT 영상을 놓고 의사 사이에 의견이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21세기 최대 원유 발견으로 꼽히고 있는 가이아나 해상 유전의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메이저 기업인 쉘과 엑손모빌이 함께 참여했다. 쉘은 탐사 결과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반면 엑손모빌은 원유 존재 가능성을 16%로 평가하고 시추를 진행해 1년 만에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20%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원유 매장이 확인되더라도 경제성 여부는 별개다. 매장량이 충분하더라도 채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경우 개발 타당성이 없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해상 유전은 육상 유전에 비해 생산비용이 높고, 특히 동해처럼 수심이 깊은 경우는 더욱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배럴당 3달러, 베네수엘라는 20달러인 데 비해 수심 6000m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브라질의 경우 배럴당 35달러로 높다.

경제성은 국제유가와 관련이 있다. 생산비용이 높을 경우 저유가 상황에서는 불리해진다. 하지만 당장은 경제성이 없다 하더라도 기술 발전에 따라 경제성을 확보하는 경우도 많다. 브라질의 경우 처음 유전이 발견됐을 때 배럴당 75달러 수준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후 점차 낮아져 현재 수준이 됐다.

미국의 셰일 오일 역시 과거에는 배럴당 70달러 수준의 생산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4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생산방식을 사용할 것인지도 매장량에 따라 달라진다. 매장량이 많을 경우 인근 육지까지 송유관을 건설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유조선을 이용해 운반하게 된다.

동해 유전의 경우 우리 단독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 아니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의 참여가 필요한지에 따라서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탐사, 시추 및 생산 단계에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투자 참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현재로서는 시추 일정까지 제시된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 결과를 보고 참여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최근 투자 동향은 불확실성에 투자하기보다는 검증된 자산을 매입하는 확실한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6월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간 100억 배럴 뽑아내면 年 21조원 규모

가장 많은 관심은 원유가 발견됐을 경우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잠재 매장량 가운데 실제 채굴할 수 있는 매장량이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100억 배럴이라고 가정해 보자. 생산 시점에서의 유가를 현재와 유사한 배럴당 80달러를 적용할 경우 전체 가치는 8000억 달러 규모이고 원화로는 약 1100조원이다. 이 가운데 생산비용을 30달러로 가정할 경우 실제 수익 규모는 배럴당 50달러이며 전체 규모는 약 686조원 수준이다. 많은 돈이라고 생각되지만 2024년 대한민국 예산이 656조원임을 감안하면 1년치 예산 수준이다. 그리고 매장량 전체를 한꺼번에 캐낼 수도 없다. 30년 동안 나눠서 뽑아낸다고 가정하면 연간 21조원 규모다. 2024년 예산의 3% 수준이다.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기재부 입장에서 이만큼의 추가 세입이 들어온다면 한숨 돌릴 만한 규모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특별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규모다.

노르웨이처럼 별도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실제 생산이 이루어질 2030년대 중반 시점에 우리나라의 상황은 고령화에 따른 연금 및 건강보험 부담이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국부펀드를 운용할 여유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2023년 국민연금 운용수익이 약 126조원에 이른 것을 고려하면 21조원은 연금 고갈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 추세를 바꿔놓을 수준은 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의 경우 2022년 약 80조원이 지급된 것을 고려하면 21조원이 투입된다면 향후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문제에 숨통을 틔워줄 가능성은 있지만 그 역시 비용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동해 유전의 영향은 경제적 측면보다는 모든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 국내적으로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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