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 54.7% 집단 휴진한다···의료대란 현실화될까
휴진 당일에는 집회 개최 예정
의협도 18일 '전면 휴진' 예고
오는 17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집단 휴진’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비율이 54.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술장의 가동율은 3분의 1 수준으로 예측되는 등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서 환자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후 8시 기준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 강남센터 4개 병원에서 529명의 교수들이 17일부터 시작되는 집단휴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진료에 참여하는 교수 967명 중 54.7%에 달하는 수치다. 진료 과별로는 20개 임상과가 모두 참여한다.
이들 교수들은 외래 휴진·축소와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조치를 취했다. 지난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일부 교수님들이 직접 환자에게 연락하는 식으로 예약 일정을 변경하고 있고, 비대위에서도 자체적으로 예약 변경 업무를 도와드리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대위는 이번 집계를 통해 “3개 병원의 합계 수술장 예상 가동율은 62.7%에서 33.5%로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앞서 비대위는 집단 휴진 기간에도 중증·희귀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대해 진료를 지속할 방침임을 전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전체 휴진이란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으시는 환자 분들의 정규 외래 진료, 수술 중단을 뜻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중증·희귀 질환 등 필수 의료를 다루는 일부 교수들은 휴진에 참여하지 않지만, 지지 성명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비대위는 “의료계에 대한 존중과 올바른 의료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해당 성명에는 만 하루 만에 344명의 교수가 동참했다”고 밝혔다.
휴진에 직접 참여하는 교수들과 지지 성명을 전한 교수들을 합치면 전체의 90.3%(873명)이 단체행동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휴진 당일인 17일 오전 안윤선홀에서 집회가 열리고, 오후에는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릴 예정이다.
의사단체 사이에서는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분만병의원협회·대한아동병원협회·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의협도 18일 ‘전면 휴진’을 진행할 예정이고 전국 40개 의대 중 35대 대학 교수들도 동참하기로 하면서 의료공백이 가파르게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신 의협은 18일 오후 2시에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참여 독려를 위해 의협은 회원들에게 “18일 네이버에 ‘병의원 휴무’를 설정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휴진에 참여할 것이라고 사전 신고한 전국 병의원은 1400여 곳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4% 수준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의정갈등 속 대학병원의 실질적인 파업이 가시화되면서 환자단체와 시민들은 공분을 표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조사 결과 암환자 281명 중 67%가 진료 거부를 경험했고, 51%는 치료가 지연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연합회는 “이는 의료계 갈등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면서 서울대병원 비대위와의 공동 토론회를 요청했다.
이어 “기성 의사와 예비 의사들의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통일된 해결책을 내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협상 창구를 만들어 내부 분열을 해소하고 정부와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단휴진 단계까지 다다르자 정부는 해결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비대위와 만나는 한편,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점검한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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