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우주발사체 스페이스X '스타십' 비행 성공은 '스뎅' 덕분?

갈민지 기자 2024. 6.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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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은 온도 내구성이 강하고 값이 싼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졌다. 위키미디어 제공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달 및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대형 발사체이자 우주선 '스타십'이 지난 6일(현지시간)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머스크는 이번 발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스타십에 쓰인 스테인리스강 소재를 꼽았다. 

고온을 잘 견디는 스테인리스강은 무겁다는 단점 때문에 발사체 소재로 잘 쓰이지 않았다. 머스크는 고도의 기술력으로 스테인리스강의 단점을 극복하고 발사체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십의 성공적인 발사 직후인 6일 머스크는 X(구 트위터)에 5년 전 과학매거진 '파퓰러 매카닉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타십 소재로 스테인리스강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 내용을 언급하며 “(스타십이) 알루미늄이나 탄소 섬유로 만든 우주선이라면 열을 견디지 못해 재진입에 실패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일상에서 ‘스뎅’이라고 불리는 스테인리스강은 철에 니켈이나 크로뮴을 첨가한 합금재료를 말한다. 보통 발사체를 만들 땐 스테인리스강을 쓰지 않는다. 주로 밀도가 작으면서도 단단한 알루미늄 합금과 탄소섬유를 사용한다. 지구의 거대한 중력을 이기고 대기권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로켓의 추진력이 강하고 무게가 작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강은 알루미늄 합금과 탄소섬유에 비해 3배에서 5배까지 밀도가 높아 같은 부피일 때 상대적으로 무겁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가 스테인리스강을 고집하는 이유는 높은 열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발사 과정은 '열'과의 싸움이다. 로켓이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지나 지구를 떠날 땐 공기와 부딪히며 엄청난 마찰열이 생긴다. 로켓의 끝을 뾰족하게 만들고 공기와 마찰이 적은 방향을 맞춰 쏘아 올리는 등 마찰열을 줄이려 노력을 하는 이유다.

발사체는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도 극한의 고온을 견뎌야 한다. 이번 비행에서 스타십은 지구 주위를 돌며 비행하는 과정에서 지구로 다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소 초속 7km가량의 빠른 속도를 유지했다. 이같이 빠른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부딪히는 공기량 때문에 마찰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기권을 나갈 때보다 더 많은 열이 발생한다.

스타십은 3차 비행 시도에서 지구궤도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스타십이 분해되며 불타올라 지구로 돌아오는 데 실패했다. 이번 4차 시도에서도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 과정에 성공했지만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한 열로 날개 등 로켓 일부가 손상됐다.

스테인리스강의 높은 녹는점은 어마어마한 마찰열을 견디기 유리하다. 녹는점이 1400℃에서 1500℃ 이상이다. 알루미늄강의 녹는점은 대략 700℃ 내외이다. 탄소 섬유는 금속처럼 특정 온도에서 녹지는 않지만, 일정온도를 넘어가면 수지가 파괴된다.

과거 머스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이나 탄소 섬유는 정상 작동 온도가 300℃ 정도, 무리해서 400℃ 정도이다"라며 "탄소섬유는 물질 설계에 따라 400℃ 이상까지 올라갈 수도 있으나 이땐 강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스테인리스강은 탄소섬유에 비해 단가가 60~70배가량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가 독보적인 기술로 무게 문제를 극복했다고 보고 있다. 김종한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로켓의 무게를 극복하기 위해 큰 추진력을 내는 기술을 개발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스페이스X는 발사체가 공기의 저항을 덜 받고 마찰열을 줄이는 최적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을 이용하면 연료량 자체도 줄일 수 있어 성공적인 비행이 가능했다"고 했다. 마찰과 에너지 손실이 적은 최적의 경로를 선택함으로써 연료량 자체도 줄였다는 말이다. 

[갈민지 기자 willgo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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