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밥벌이의 고단함, 지나치게 당당하지는 말자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2024. 6. 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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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5월22일 임명된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 ⓒ시사IN 조남진

공직에 나선 변호사들의 과거 변호 이력이 자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변호사 출신 후보들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최근에도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고, 과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요컨대, 나는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것은 대체로 부적절하지만, 어떤 변론을 하였다는 이유로는 비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오히려 전자를 이유로 한 비난에는 거침이 없고 후자를 이유로 한 비난은 금기시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비난이 흔한 것보다, 후자의 비난이 금기시되는 것을 더 이상하게 여기는 편이다.

모든 규범이 그렇듯, 직업윤리도 상황에 따라 여러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의 직업윤리와 관련해서는 이상한 관념이 존재하는 것 같다. 유독 변호사의 직업윤리에는 하나의 절대적 기준, 즉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최선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변호사는 그런 말도 했다. ‘성폭력 사건 변호인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사회 일반의 윤리에 반할 뿐,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동은 아니다’라고. 과연 그러한가?

변호사 직업윤리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

대한변호사협회가 공표하고 있는 ‘변호사 윤리장전’을 보자.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 ‘진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지 아니할 것’을 변호사의 사명이자 기본 윤리로 못 박고 있다. ‘의뢰인의 위법행위에 협조’해선 안 되고, ‘직무 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때에는 즉시 협조를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뢰인에 대한 성실의무에 관해서는 ‘직업윤리의 범위 안에서’ ‘의뢰인의 위임 목적을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하여, 오히려 변호사의 직업윤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변호인이 성폭력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해야 함은 법률에 명시된 의무이기도 하다(성폭력처벌법 제29조).

그럼에도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진실 왜곡이나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양, 위임 목적을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곧 직업윤리이고 그게 전부인 양 얘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호사라는 직업, 혹은 변호사의 직업윤리라는 규범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변호사들이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그러한 오해를 방치하거나 부추겼을 수 있다.

물론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의사에 반하는 변론을 할 수 없음은 너무 당연하다. 이를테면 형사사건 변호인이 피고인의 유죄를 확신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죄 변론을 할 수는 없다. 피고인을 설득하거나(죄는 인정하되 양형을 다투자고) 스스로 사임해야 하고, 설득과 사임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자신의 양심보다 피고인의 의사를 우선하는 것이 직업윤리에 더 부합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변호사의 직업윤리라는 것도 상황에 따라 여러 잣대로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직업인들이 그러하듯, 변호사도 매 순간 직업윤리에 철저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목적이나 방법이 현저하게 부당한 사건을 수임하게 되고(이 또한 ‘변호사 윤리장전‘은 금하고 있다), 법정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기 위한 변론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나 사회적 영향 따위를 일절 고려하지 않는 변호사들도 많을 것이다. 직업이라는 것이 본래 생계유지의 수단이므로, 변호사 업계의 그러한 현실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사람들이 변호사들의 그런 모습에 대해 비판할 때, 변호사로서는 ’밥벌이가 고단해서’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윤리상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지나치게 당당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가끔은 부끄러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임자운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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