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군대에서 마음 충전, 휴대폰 안 가져갔죠" [인터뷰]
"뛰면서 스트레스 푼다"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 만나 인물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배우 박보검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 개봉 때였다. 싱그러운 소년미를 자랑하던 그는 약간 긴장한 탓인지 웃음기 없는 모습으로 시종일관 진지하게 질문에 답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야 미소를 머금고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9년 만에 만난 박보검은 훌쩍 자라 강한 남성미를 풍겼다. 밝고 여유로운 표정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2022년 2월 군 복무를 마친 그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원더랜드'로 관객들을 만난 박보검과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달라진 삶의 자세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박보검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건 군대다. 군 전역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묻자 "군대에서 마음을 많이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안해졌다. 휴대폰을 아예 안 들고 들어갔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저 자신의 시선을 많이 바꾸게 됐어요. 그 전엔 모든 것들을 다 챙기고 아우르려는 마음이 컸다면 지금은 저부터 신경쓰려는 마음이 크죠. 제가 먼저 건강하고 저부터 잘 지켜야 다른 사람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군대에서 후임을 많이 챙겼는데 '난 누가 챙겨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의 주머니가 커진 거 같아요."
박보검은 배려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리 살아서인지 상대방이 편하면 나도 그게 마음이 편했던 거다. 아직 완벽하게 바뀌진 않았지만 예전보다는 내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하는 편이다. 원래 힘듦을 느끼지 않는 체력이고 정신력인데, 입대 전에는 표는 나지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건강하게 걸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늘 따라다니는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박보검은 "모든 사람이 (타인에게) 신경 쓰지 않나. 내가 좀 더 감수성이 발달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상대를 많이 신경 써서인지 '이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보다는 '혹시 불편하지 않을까' 그런 걸 생각하는 편이다.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좋은 거니까 어렵고 힘든 건 없다"라고 밝혔다.
그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있는지 묻자 "먹는 거 좋아하고 걷는 거 좋아한다. 뛰는 게 응어리 진 걸 푸는 방법 중 하나다. 낯선 곳을 뛰다 보니까 여행 오는 느낌도 든다. (지누션의) 션 선배랑 달리는데, 선배의 리드 하에 달린다. 에너지 충전이 된다"면서 웃었다.
최근 SNS를 개설해 팬들과 소통 중인 박보검은 "사칭 계정이 생기더라. 날 사칭하는 사람이 있는데 돈을 주면 나를 만날 수 있다고 악용한 사례가 있어서 내가 계정을 만들지 않으면 팬분들이 피해를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적으로도 성숙했지만 그는 배우로서도 대담해졌다. "이전보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장르든 역할이든 모든 면에서 해보고 싶은 게 다양해지더라고요. 다양한 사람을 군대에서 만나서 그런지 다양한 인물을 이해하게 되는 거 같아요. 경험치들이 쌓이다 보니까 삶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관심을 갖게 됐어요."
박보검은 "어릴 때는 이야기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연배가 쌓이면서 나도 알아가는 게 있단 걸 아니까 신기하더라. '예전엔 이만큼 표현 못했겠지' 하면서 지금은 넓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1993년생인 박보검은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세월이 순리를 거스를 순 없잖아요. 역행할 순 없는 거니까 마냥 기쁘진 않지만 슬프지도 않아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요. 지금 와서 '원더랜드'를 보니까 '저 때는 팽팽하고 젊네' 싶더라고요. 제 눈에 보이니 신기하기도 했죠."
더불어 작품 선택의 기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어찌 보면 더 많은 작품을 바쁘게 했어야 했나 싶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든다. 하지만 확실한 기준은 있다.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싶다"며 "시간이 지나서 내 가족들에게 '아빠 이런 작품했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작품, 내 자녀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하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더 강한 액션 장르에도 도전을 꿈꾸는 박보검은 "액션을 제대로 된 걸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드라마 '굿보이'를 통해 복싱을 처음 배웠다. 복싱 선수인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거기서 오는 희열과 행복감이 있더라.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며 웃었다. 그는 극 중 복싱선수 출신의 강력특수팀 소속인 윤동주 역을 맡았다. 새 드라마에서 보여줄 박보검의 또 다른 얼굴도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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