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만두고 10분 만에 230억 베팅…씨앤투스 대표 만나니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필터 소재 강자’ 씨앤투스를 가다
하춘욱 대표, 올해 흑자전환 자신
“의료 재생용 플라스틱 소재 개발
한국의 유니레버처럼 될 것
3년 내 매출 2000억원 도전”
현금성+부동산 자산 1130억
시총의 150% 수준 … 부채비율 6%
주가는 고점 대비 4분의 1토막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10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독보적인 필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마스크에 이어 바이러스 케어 제품 등 라이프 케어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3M, 영국 유니레버처럼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하춘욱 씨앤투스 대표(1968년생)는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성장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씨앤투스는 2003년 5월 27일 설립된 회사로 주요 사업은 필터 및 산업용·보건용 마스크 제조 판매다. 필터 샤워기, 수처리필터, 에어필터, 바이러스 케어 등이 주 상품이다. 부산, 울산, 이천 등 국내 6개 공장과 베트남에 생산기지(연면적 2만㎡·연 생산능력 10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0길 21 SR빌딩에 서울사무소가 있다.
고성능·고효율 MB필터 강자 … 하춘욱 대표 “신소재 개발 집중”
씨앤투스는 MB필터(멜트블로운 필터) 원천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2000년 초 MB필터 시스템을 선제 도입해 국내 필터 산업의 변화를 이끌었고 현재 고성능·고효율 MB필터 제조 강자다. MB필터는 폴리프로필렌(PP)과 같은 열가소성 고분자를 응용해 노즐을 통해 압출 방사하는 제조 방법으로 만든 부직포 필터다. KF 마스크를 비롯해 시중에 유통되는 의료용, 보건용 마스크의 내부 필터로 쓰이는 핵심 원자재다.
하 대표는 “MB필터 원천 기술을 근간으로 친환경 소재 및 플래시방사 부직포 등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에 해당하는 의료 재생용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 중이고 연내 시제품을 개발 완료해 내년 상반기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의료용 PLLA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PLLA는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인 폴리락틱산(Polylactic acid)의 일종으로 의료 분야에서 필러, 유착 방지 필름, 의료용 지지체, 골절 고정물, 기타 의료용 재료 등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성형외과, 정형외과에서 쓰일 확률이 높다.
또 “연구개발 기반 첨단소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글로벌 A사가 독점하고 있는 플래시방사 부직포 사업에 나선다”고 말했다. 플래시방사 부직포는 미세한 공극 크기와 구조로 미생물, 화학 약품, 수분 등에 차단성이 우수해 특수보호복·산업용 포장재·건축용 투습 방수 소재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고기능성 첨단 필터 기술이다. 씨앤투스는 4년(2021~2024년)에 걸쳐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신소재 연구개발 중인데 연내 시제품 파일럿 테스트 예정이다. 하 대표는 “플래시방사 부직포 특수성 때문에 의료·건축·농업·우주 등 산업계 전반에 쓰일 것 같다”고 기대했다.
글로벌 필터 사업도 지속 확장 중이다. 하 대표는 “에어솔루션 사업의 경우 직접 개발 및 제조하는 고성능·고효율 필터 소재 MB를 활용해 보건용 및 산업용 마스크, 공기청정기용 필터, 진공청소기용 필터, 자동차 에어컨용 필터 등을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워터솔루션 사업은 필터 기술력을 활용해 필터 샤워기와 세면대 및 싱크대 수전 필터 등 라인업을 갖췄다”고 했다. 고기능성 정수기 필터 원단을 제조해 B2B(기업 간 거래)채널로 공급 중이며, 상수도 시설에 적용되는 대용량 필터도 개발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씨앤투스는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e커머스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자체 브랜드 유통 채널 아에르(Aer)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때 매출 대박 후 실적 뒷걸음질 …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
하반기엔 신제품도 쏟아진다. 하 대표는 “오는 7월 국제안전보건 전시회에 참석해 에어솔루션·워터솔루션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차량용 에어컨 필터의 경우 완성차 회사 A에게 대부분 공급하는데, 고성능 제품을 또 내놓을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확장으로 올해 매출 1000억원, 흑자 전환을 정조준한다. 신사업 순항 땐 2027년 매출 2000억원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필터 소재 강자’로 코로나19 수혜주로 불리며 2020년 매출 1579억원, 영업이익 68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엔데믹 전환으로 실적은 뒷걸음질 한다. 지난해 매출 780억원, 영업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1분기 희망의 신호탄을 쐈다. 매출 203억원, 영업이익 14억원으로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주가는 역사적 고점인 2021년 12월 8일 1만2900원 대비 3년 6개월 만에 77.25% 폭락했다. 그럼에도 비장의 무기는 있다.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707억원과 부동산 자산 423억원이 있다. 시가총액의 150% 정도다. 부채비율도 6.27%에 그쳐 우량한 재무 상태를 유지한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설 계획이다.
하 대표는 “주가 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에도 2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고, 이익이 나면 주주들과 나누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며 실적 개선 시 배당 재개를 약속했다. 실제 2021년 1주당 420원, 2022년 260원, 지난해 5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그는 “전통적인 제조업에 해당하지만 첨단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시너지 나는 매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삼성, LG, 코웨이 등 국내 생활가전 대기업에 에어필터를 공급하고 있는 점이다. 또 미국·중국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전략으로 지난해 중국 법인을 철수해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 확장한 것이다. 현재 베트남 법인의 주도로 글로벌 공기청정기 업체와 제품 공급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플래시방사 부직포, 의료용 PLLA 등 신소재 개발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총 주식 수는 2727만6899주로 최대주주는 하 대표(지분 39.68%) 외 특수관계인 8인이 지분 42.8%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5.07%, 외국인 지분율 1% 미만으로 유통 물량은 50%가 조금 넘는다. 1분기 기준 소액주주는 1만4073명이다.
현대차 엔지니어의 ‘인생 핸들’ 조정 … 230억 베팅 결과는
하 대표의 인생사를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그는 1995년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 생산기술연구원에 엔지니어로 취업했다. 약 10년간 근무를 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 엔지니어링 사업에 뛰어든다. 당시 자동차 공장을 턴키 방식(투자에 대한 타당성 검토, 설계, 시공 및 감리 시운전까지 일괄수주하여 사업주가 최종단계에서 키만 돌리면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하게 되는 계약)으로 지어주는 엔지니어링 사업을 하며 중동·러시아 등서 7700만달러, 1억5000만달러 계약 등을 성사시키며 질주했다.
그러다가 2015년 부산 소재 필터 회사 성진이 매물로 나왔단 소식을 듣고 10분 만에 인수 결정을 하며 230억원에 지분 100%를 가져왔다. 그는 “성진은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회사임을 알고 있었고, 향후 몇 십배 또는 몇 백배 효과를 기대했다”며 인수 배경을 밝혔다. 이로 인해 2021년 1월 28일 코스닥 상장 당시 사명은 씨앤투스성진이었고, 2022년 사명을 씨앤투스로 바꾼다.
약 320억원 주식 부자로 거듭난 하 대표는 청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그는 “딸이 지금 28세로 청춘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기에 말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저 같은 사람도 여기까지 왔는데 스펙 좋은 젊은이들은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다”며 “인생의 의미를 돈에서만 찾지 말고, 자산이 충분하다는 걸 믿으며 세상을 향해 뛰어간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좌우명은 도전이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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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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