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억의 기적을 아십니까? 명장의 내야 세팅, 그 누구도 예상 못한 결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그 누구도 예상 못한 결말이다. 롯데가 마침내 내야진 세팅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롯데의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내야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주전 2루수로 활약했던 안치홍이 FA를 선언하고 한화로 이적했고 붙박이 3루수 한동희는 시즌 중 입대를 확정하면서 롯데는 내야진에 새로운 판을 짜야 했다.
롯데는 지난 겨울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을 영입하는 한편 2차 드래프트에서 오선진과 최항을 영입하는 등 내야진을 살찌우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명확하게 주전으로 쓸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때문에 김태형 롯데 감독도 여러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면서 내야진을 세팅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개막전부터 주전 1루수로 나섰던 나승엽은 개막 초반 잠시 2군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팀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급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44경기에서 타율 .324 1홈런 17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나승엽은 홈런이 1개 뿐이지만 2루타 15개, 3루타 3개 등 중장거리포의 위력을 과시하며 OPS .884로 준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가 괜히 나승엽에게 계약금 5억원을 안긴 것이 아니었다. 롯데는 나승엽과 정훈을 1루수로 번갈아 기용하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롯데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바로 고승민이 주전 2루수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이는 가장 놀라운 반전이기도 하다. 고승민은 지난 겨울 2루수로 돌아갈 준비를 했지만 김민성, 박승욱 등 베테랑들이 있어 주전 2루수 후보로 언급 조차 되지 않았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외야수 김민석이 부상을 입으면서 외야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던 고승민은 개막 초반 타율이 .167로 곤두박질치며 2군행을 피하지 못했으나 4월 26일 창원 NC전에서 복귀한 이후 타율 .338로 펄펄 날았고 주축 내야수들의 부상과 부진 속에 2루수로 기회를 얻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고승민은 올해 47경기에서 타율 .309 3홈런 31타점 4도루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과 고승민 등 젊은 타자들의 활약에 대해 "젊은 선수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유격수 노진혁과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하면서 유격수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지우는 듯 했다. 그러나 노진혁은 지난 해 113경기에서 타율 .257 4홈런 51타점으로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올해는 27경기에서 타율 .153 4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생애 최악의 시즌을 치르고 있다. 노진혁의 부진으로 롯데의 유격수 경쟁은 박승욱과 이학주의 2파전으로 좁혀졌고 박승욱이 '최종 승자'로 등극했다.
지난 해 123경기에 나와 타율 .286 30타점 15도루를 기록하며 알짜 활약을 펼친 박승욱은 올해 시즌 초반만 해도 타격 부진이 심각했지만 지금은 180도 달라진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11일 사직 LG전을 마칠 때만 해도 타율이 .195로 2할대에도 미치지 못했던 박승욱은 5월 타율 .344 2홈런 7타점, 6월 타율 .341 1홈런 8타점으로 펄펄 날면서 대반전을 펼치는 중이다. 올해 65경기에 나온 박승욱은 타율 .280 4홈런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태형 감독은 "박승욱은 내야를 다 볼 수 있는 선수다. 한번도 2군에 안 가지 않았나"라면서 "박승욱이 내야의 중심을 잘 잡고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가 올해 가장 잘 한 일을 하나 꼽자면 바로 손호영을 영입한 트레이드라 할 수 있다. 개막 초 LG와 트레이드를 단행해 손호영을 영입한 롯데는 손호영에게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고 손호영은 41경기에서 타율 .336 5홈런 28타점 6도루로 생애 최고의 타격감을 선보이며 이제 롯데의 주전 3루수로 완전히 자리를 굳히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공백기를 갖기도 했지만 지난 2일 사직 NC전 복귀 이후 타율 .367 2홈런 10타점으로 더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2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롯데는 지난 15일 잠실 LG전에 1루수 나승엽, 2루수 고승민, 유격수 박승욱, 3루수 손호영으로 내야진을 구성했다. 롯데가 최근 4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두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야진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나승엽, 고승민, 박승욱, 손호영 등 네 선수의 연봉 총액은 고작 3억원에 불과하다. 박승욱이 연봉 1억 3500만원으로 유일하게 억대 연봉자이며 고승민은 연봉 8000만원, 손호영은 연봉 4500만원, 나승엽은 연봉 4000만원을 받고 올 시즌을 뛰고 있다. 이제 KBO 리그에도 수십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은데 '3억의 기적'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롯데 내야진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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