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HBM' CXL 개화 언제쯤…"하반기 상용화 전망"
생태계 구축이 과제…"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니즈 커질 것"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주목받는 데 이어 '넥스트 HBM'으로 불리는 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CLX)가 싹을 틔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가 CXL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가운데 빠르면 올해 하반기 시장이 개화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현지시간) 대만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에서 차세대 데이터 센터용 신형 프로세서 '제온 6'를 공개했다.
'제온 6'는 CXL 2.0을 지원하는 첫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다. 서버용 C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인텔이 CXL 2.0을 받아들인 만큼 CXL 상용화가 머지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CXL은 2019년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일반적인 컴퓨팅 시스템에서는 CPU 1개당 사용할 수 있는 D램 모듈이 제한돼 데이터 처리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CPU를 새롭게 증설해야 한다.
하지만 CXL은 기존 CPU와 시스템온칩(SoC), 그래픽처리장치(GPU),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등 장치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다.
기존 DDR4, DDR5 등 메모리 모듈은 CPU 1개당 16개의 D램이 최대치인데, CXL을 이용하면 메모리 용량을 적어도 두 배 이상 확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CXL은 HBM과 함께 대용량·고대역폭 메모리가 필요한 AI 시대에 필수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은 오는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9년 CXL 컨소시엄 발족 초기부터 참여해 기술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CXL 2.0 메모리 양산에 집중한다.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점한 HBM과 달리 CXL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세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이듬해 5월 DDR5 기반 512GB(기가바이트) CXL D램 제품을 개발했다.
작년 5월에는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2.0 D램을 개발했고, 같은 해 12월 리눅스 글로벌 1위 기업 레드햇과 CXL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CXL 기술을 기반으로 한 CMM-D(D램), 낸드와 D램을 함께 사용하는 CMM-H(하이브리드), 메모리 풀링 설루션인 CMM-B(박스) 등을 선보였다.
최진혁 삼성전자 미주 메모리연구소장(부사장)은 학회에서 "메모리 용량 측면에서는 CXL 기술이, 대역폭 측면에서는 HBM이 미래 AI 시대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CXL 설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8월 DDR5 D램 기반 첫 96GB CXL 메모리 설루션 샘플을 개발했다.
최근 '컴퓨텍스 2024'에서는 CXL를 장착해 기존 시스템보다 대역폭과 용량을 각각 50%, 100% 확장한 CMM-DDR5를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DDR5 기반 96GB·128GB CXL 2.0 메모리 설루션 제품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AI 시장의 필수재로 여겨지며 활발하게 양산되는 HBM과 달리 CXL 메모리는 호환할 수 있는 제품이 적어 시장 개화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CXL 규격은 CXL 시스템과 외부 메모리 등을 연결할 수 있는 3.1까지 성장했으나, CXL을 받아들이는 생태계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인텔, AMD 등이 CXL 호환을 확대한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 빠르게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CXL 시장은 초기 단계로, 본격적으로 시장이 개화하는 시점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용량 확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CXL에 대한 니즈(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XL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부 기술 개발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CXL D램 모듈, 소프트웨어 등 전체적인 기술 확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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