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막힌 중국 전기차·반도체, 정면돌파 나서나 [차이나우]

이우중 2024. 6. 16.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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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유럽연합(EU)의 징벌적 추가 관세 부과와 관련해 충격을 흡수하면서 유럽 내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아직은 승용 전기차 시장이 작지만, 성장세인 중동과 남미, 동남아시아 쪽에더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됐다. ‘관세 폭탄’이 떨어지더라도 유럽 공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제재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다른 반도체 분야로까지 제재 확장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제재가 기술 개발 가속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의 한 자동차 공장 모습. EPA연합뉴스
◆中 전기차, 관세폭탄 타격 흡수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중국 업체들이 EU의 추가 관세에 부당하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많은 수익을 활용해 타격을 일부 흡수하고 생산을 유럽으로 옮기는 등 성장을 이어갈 몇 가지 방안이 있다고 보도했다.

시트로엥과 피아트 브랜드를 소유한 스텔란티스는 일찌감치 일부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생산을 유럽으로 가져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EU의 추가 관세 발표 이후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가 지역 전략을 변경하는 최신 신호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 단체인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추이둥수(崔東樹) 사무총장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성장세가 강화하면서 관세 인상 같은 무역 조치에 직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수출되는 자동차를 억제하더라도 제조업체들은 추가 관세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더 강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처럼 EU 관세에 대해 관리가 가능하다는 분위기를 반영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주가는 이날 홍콩 증시에서 한때 8.8%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세관 자료에 따르면 BYD의 중국산 전기차들인 돌핀 콤팩트 크로스오버와 MG4는 유럽에서 자국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만큼 추가 관세에 대한 완충재가 될 수 있다. BYD는 이번에 기존 10%에 추가로 17.4%포인트의 관세를 적용받았는데, 이는 업계 평균 21%포인트보다 낮다. 반면 영국 브랜드 MG를 소유한 상하이자동차(SAIC)는 최대인 38.1%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받았다.

BYD는 해외 수출을 통한 활로도 모색하고 있다. 태국과 호주는 물론 아시아 밖에서 첫 번째 전기차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멕시코와 브라질에 투자했다. 또 첫 번째 유럽 공장으로 헝가리를 선택했는데, 이를 통한 현지 생산으로 추가 관세를 피할 수 있다.

다른 업체들도 중국 외부로 생산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SAIC는 지난해 유럽에서 생산 부지를 찾기 시작했고, 체리는 스페인의 EV 모터스와 바르셀로나에서 차를 생산하기로 계약했다. 지리는 2010년에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한 만큼 생산을 조정할 여유가 더 많다. 이밖에 리프모터는 지난해 체결한 협약에 따라 스텔란티스의 글로벌 공장들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됐는데, 스텔란티스는 이날 유럽 내 공장에서 중국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제휴업체인 중국 리프모터 차량이 유럽에서 조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도 중국 업체들에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윌리엄 리 니오 CEO는 이달 초 EU의 추가 관세 추진이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 중동으로 확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의 이달 초 발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거주자의 71%가 올해 전기차를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중국 브랜드 인지도도 유럽, 미국, 일본보다 높았다.

다이와 증권의 애널리스트 케빈 라우는 유럽은 중국 업체 전체 매출의 단지 일부에 불과해 이번 관세 인상은 이들 업체에 사소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첫 4개월 동안 BYD와 지리, SAIC의 전체 매출에서 유럽의 비중이 1%에서 3% 사이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서방 제재 맞서 ‘반도체 굴기’ 이어가는 中

중국은 반도체 굴기의 일환으로 3440억위안(약 64조672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중국 기업정보 사이트 톈옌차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중앙 정부와 중국 공상은행을 포함한 국영은행, 기업 등으로부터 이 규모의 자금을 모금, 3차 펀드를 지난달 24일 조성했다. 이 펀드는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이 수출통제 조치 등을 통해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3차 펀드의 최대 주주는 중국 재정부로 전체 지분의 17.4%를 차지한다. 중국공상은행, 교통은행, 중국은행 등 6대 주요 국유은행들을 비롯해 선전과 베이징 등 지방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투자회사들도 출연했다.

선전시는 수년간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 테크놀로지스를 구제하기 위해 남부 광둥성의 여러 반도체 제조공장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기금은 별도 법인이 운영하지만, 중국 정부와 국유은행, 국유 투자회사들이 대거 출연한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사실상 직접 운영하는 기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810억달러(약 110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하면서 반도체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 10년 동안 SMIC를 비롯한 중국 내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 자본을 많이 투입하며 대응해왔다. 중국 정부는 2015년 하이테크 산업 육성책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했다. 1차 펀드 조성액은 약 1400억위안(약 26조3000억원), 2019년에 조성된 2차 펀드는 2000억위안(약 37조6000억원) 규모였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금지 등의 조처를 강화한 상황에서 중국이 사상 최대 규모인 3차 펀드를 조성한 것은 서방이 중국의 발전을 막더라도 과학기술 자립자강과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이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한국과 네덜란드, 독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중국의 반도체 접근 제한을 더욱 강화하도록 촉구하자 반도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중국 정부가 이에 맞서 3차 펀드를 조성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우는 ‘중국’(차이나·China)과 ‘지금’(나우·Now)을 합친 제목입니다. 현지에서 중국의 최신 소식을 생생하고 심도있게 전하겠습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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