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우라하라’ 패션이 딸의 스트리트 룩으로, 뉴진스 X 후지와라 히로시 컬렉션
무라카미 다카시에 이어 뉴진스 ‘슈퍼내추럴(Supernatural)’ 앨범 협업에 참여한 후지와라 히로시. 그 역시 무라카미처럼 평소 뉴진스의 팬이었다고 밝혔다. 뉴진스의 ‘슈퍼 샤이’ 뮤직비디오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자신도 버니즈(뉴진스 팬명)임을 알렸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무라카미에 비해 다소 낯설 수 있는 이름, 후지와라 히로시는 누구일까?
90년대 하라주쿠와 우라하라주쿠 스타일의 멋을 추구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내가 아는 그 후지와라 히로시가 뉴진스의 팬으로서 협업을 한거야’라며 90년대의 노스탤지어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후지와라 히로시는 패션계에 살아있는 레전드로,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무라카미 다카시 이상으로 협업 러브콜을 받는 일본 스트리트 문화의 대부이며 서브컬처(subculture: 주요 문화에 반대되는 하위문화)의 아이콘이다. 후지와라는 90년대 일본 스트리트 문화의 황금기인 ‘우라하라’ 시대를 열었다.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전세계 패션계는 레이 가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의 일본 3대 디자이너가 이끄는 재패니즈 아방가르드가 큰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후지와라 히로시의 관심은 파리 중심의 럭셔리 패션이 아니었다. 그는 스트리트 패션과 빈티지에 빠져 있었고, 이를 힙합 음악과 보드 등의 스트리트 문화와 결합하는 창작에 몰두했다. 그의 비전은 아이코닉한 스트리트 브랜드 스투시(Stussy)의 창립자 숀 스투시를 만나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해변 근처 트럭에서 옷과 서프보드를 팔던 숀과 후지와라는 같은 관심사를 나누며 금새 친해졌고, 숀은 후지와라에게 스투시를 일본에 유통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지와라 히로시는 도쿄에 스투시를 론칭했다. 이후 자신만의 스트리트 라이프스타일을 발전시켜 1990년 자신의 첫 브랜드 굿이너프(Goodenough)를 탄생시켰다. 힙합 기반으로 서핑, 자전거 모터크로스, BMX 문화를 융합한 컬렉션은 당시 센세이셔널했으며, 한정 수량만 출시하여 늘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현재 슈프림, 키스 등의 협업과 드롭(drop: 특정일시에 한정 수량의 특정 제품을 출시하는 판매법) 의 희소성 마케팅의 시작은 후지와라 히로시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후지와라 히로시는 도쿄 하라주쿠와 우라하라주쿠 지역에서 탄생한 독특한 스트리트 패션 ‘우라하라’ 패션의 대부가 된다. ‘우라하라’는 단순한 패션 이상의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운동으로 퍼져 나갔다. 후지와라 히로시는 준 타카하시와 니고가 하라주쿠에 노웨어(Nowhere) 스토어를 오픈할 수 있게 도왔고, 언더커버, 베이프의 론칭도 적극 지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고 말해질 만큼, 그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대단하다.
아이코닉한 번개 로고의 프라그먼트(Fragment)는 1994년에 론칭됐다. 2003년 브랜드를 리뉴얼 하여, 지금의 프라그먼트 디자인(Fragment Design)이 완성됐다. 프라그먼트는 자체 디자인 보다는 협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루이 비통, 펜디, 불가리, 몽클레르, 사카이, 리바이스, 태그호이어, 마세라티, 슈프림, 나이키, 컨버스, 애플, 스타벅스, 포켓몬스터, 스탠리, 블랙핑크까지 제한없이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내로라 하는 전 세계 브랜드들과 협업을 펼쳐왔다. 그는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 10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이 Y2K 시대 스트리트 문화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를 뉴진스를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앨범 발매일 6월 21일에 함께 발매 예정인 뉴진스 X 후지와라 히로시 협업 컬렉션은 후지와라 히로시가 뉴진스를 위해 직접 제작한 티셔츠, 반다나, 모자, 가방 등으로 구성됐다. 후지와라 히로시 자필과 함께 뉴진스 멤버들의 이름을 활용한 그래픽이 프린트되어 있다.
뉴진스 X 후지와라 히로시 협업 컬렉션이 90년대 ‘우라하라’ 패션 열풍을 부활시킬지 패션계의 관심도 함께 뜨겁다. 또한 Y2K 시대에 10~20대를 보낸 세대들에겐 노스탤지어를, 현재의 Z 세대들에겐 신선한 뉴 Y2K 스트리트 룩으로 10대에서 50대까지 세대를 관통하며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건, 90년대 ‘우라하라’ 패션을 즐기던 X 세대들이 현재 Z 세대들의 부모라는 점이다. 엄마와 딸 또는 아빠와 딸이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우라하라 패션’을 스타일링 하고, 뉴진스 콘서트장을 찾을 수도 있겠다. 뉴진스 X 후지와라 히로시 협업은 X세대 부모와 그들의 자녀 세대인 Z세대를 패션과 음악을 통해 만나게 하는, 세대간의 문화 브릿지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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