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뚝심이 찾은 좌완 150㎞ 파이어볼러… 진짜 필승조로 성장하는 한두솔

김태우 기자 2024. 6. 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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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SSG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인정받으며 순항궤도에 올라선 한두솔 ⓒ곽혜미 기자
▲ 한두솔은 그간 약점이었던 우타자 상대 어려움을 점차 극복해나가면서 6월 8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23, 피안타율은 0.200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고, 사람의 눈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지도자의 눈에는 금같이 보이는 선수도, 어떤 지도자의 눈에는 그저 그런 돌로 보일 수도 있다. 우여곡절의 야구 인생 경력을 가진 한두솔(27·SSG)도 그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선수였다. 누구는 당장 1군에서 통한다고 했고, 누구는 1군감은 아니라고 했다.

2021년 테스트 끝에 SSG 유니폼을 입은 한두솔은 2022년과 2023년 2군에서 인상적인 활약으로 1군 콜업 후보군에 올라갔다. 2022년 28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40경기에서 46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72의 호성적을 거뒀다. 평균 시속 140㎞대 중반, 최고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가지고 있었고 여기에 슬라이더라는 주무기는 좌타자를 잡는 데 효율적이라는 게 증명됐다.

김택형의 입대 이후 좌완 불펜이 마땅치 않았던 SSG도 한두솔을 2군에서 전략적으로 키웠다. 하지만 정작 1군에서는 2022년 8경기, 2023년 1경기 출전에 그쳤다. 투구폼이 거칠어 제구를 잡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한두솔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공은 빠르지만 완성도는 떨어진다 여겼다. 써보고 싶은 생각은 많았지만 순위 싸움이 급했던 팀 사정 탓에 정작 테스트의 시간을 잘 가지지 못했다. 한두솔 자신도 1군의 제한된 기회에서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누구를 원망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숭용 SSG 감독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야수 출신인 이 감독은 투수의 폼이 거칠다는 건 타자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음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제구가 조금 안 좋다 하더라도 공격적이고 거칠게 윽박지르는 투수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전에는 그게 단점이었던 한두솔은, 그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어 캠프 때부터 신임을 얻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하루도 1군에서 빠지지 않았다.

사실 성적이 엄청 좋은 건 아니었다. 4월까지 18경기 평균자책점은 5.14, 5월 11경기 평균자책점은 7.71이었다. 탈삼진 개수와 4사구 개수가 비슷할 정도로, 역시 제구는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오히려 시속 150㎞ 이상까지 오른 패스트볼의 힘에 주목했다.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이 감독은 한술을 더 떠 한두솔을 원포인트로 기용하지 않았다. 한두솔의 기록은 좌우 편차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좌타자에는 비교적 강했지만, 우타자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되도록 1이닝을 맡기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우타자에게 당하며 평균자책점이 크게 치솟기도 했다. 좌타자만 상대하면 오히려 예쁜 기록을 뽑을 수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선수를 반쪽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 밀어붙였다.

그런데 6월 들어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한두솔이 좌·우 타자 편차를 줄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확실한 필승조는 아니지만 뒤지고 있을 때, 1이닝 이상 소화가 필요할 때, 혹은 크게 앞서고 있을 때 다양하게 기용되고 있다. 6월 8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1.23, 피안타율은 0.200이다.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허용한 볼넷은 단 2개였다. 웬만한 필승조 부럽지 않은 안정적인 수치다.

▲ 이제 팀의 확고부동한 불펜 멤버가 된 한두솔은 등판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SSG랜더스

자신의 장점을 아는 지도자를 만나 기량을 펼치고 있는 한두솔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내게 기회를 많이 주신만큼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한 잘했을 때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신 부분이 내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 더 잘 던져야겠다고 경기마다 다짐한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지면서 요즘 경기에서는 꼭 150㎞ 패스트볼을 하나 이상씩은 던진다. 로케이션도 좋아졌다.

특히 우타자 상대가 많이 좋아졌다. 그러다보니 좌타자 하나 상대하고 빠지기보다는 우타자가 중간에 끼어도 그냥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두솔은 이에 대해 “송신영 코치님이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을 활용해보라고 하셨고 어제 경기(14일 대전 한화전)에서 그 구종으로 삼진을 잡았다. 개인적으로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체인지업을 비결로 뽑았다. 좌타자 상대로 슬라이더, 우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을 완비하며 완성형 셋업맨으로 성장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고교 시절 야구를 꽤 잘하는 선수였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일본으로 가 대학을 다녔다. 군에 다녀온 뒤 프로 구단에 입단했지만 한 차례 방출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찾은 기회이자, 개인 경력 최고의 시기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더 찬란한 황금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한두솔은 “힘들기보단 1군에서 계속해서 경기에 나설 수 있어 매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웃으면서 “투수 코치님들과 컨디셔닝 코치님들 덕분에 체력관리를 잘 하고 있다. (노)경은 선배님도 중간불펜으로서 휴식 및 훈련 루틴을 잘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며 주위에 공을 돌렸다. 이제 한 경기 못 던진다고 2군행을 걱정할 위치에서는 조금 벗어났다. 더 힘차게 공을 던질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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