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쉼터 없는 이동노동자
[KBS 청주] [앵커]
겨울 한파에 이어 여름 폭염을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배달이나 대리운전 기사 같은 이동 노동자들인데요.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어 일하는 내내 거리에 내몰린 상황입니다.
김선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나무 그늘에서 배달 호출을 기다리다 이내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를 질주합니다.
뙤약볕에 화상 위험이 높다 보니 긴소매에 마스크까지 숨이 막힙니다.
얼음물로나마 열기를 식혀보지만 태부족입니다.
[김대성/배달기사 : "땀이 흘러서 눈 속으로도 들어가고, 흐르다보면 눈도 따갑고…. 그럴 때 쉼터라도 있으면 세수라도 한 번 하고 (그럴 텐데요)."]
다급히 음식점을 향하는 또 다른 배달 기사.
["(사장님,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네."]
열린 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다 보니 물을 마음껏 마시기도 어렵습니다.
[용현신/배달기사 : "(화장실)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시거나 열쇠를 주시면 진짜 감사하고, 안 그러면 또 다른 데 가든가 해야죠."]
인도는 주차가 어렵고, 대로변은 위험하고, 그 경계에 멈춰 찰나의 휴식을 취합니다.
[이민원/배달기사 : "그냥 멈춰 서서 쉴 데가 없어요. 이런 도로에 올라와서 쉬려면 범칙금을 내고요."]
길에서 다시 길로 종일 옮겨 다니며 일하는 이른바 '이동노동자'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했고, 특히 충북에서는 청주시에 몰리다 보니 2021년, 이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조례까지 제정됐습니다.
그러나 전국에 확산한 이동노동자 '쉼터' 한곳 없고, 청주시는 예산이 부족하다고만 되풀이합니다.
그러는 사이 다른 시·도에선 물 나눔과 이동 쉼터 행사, 편의시설 제공 협약 등 길 위의 이동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관점과 의지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선영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그래픽:오은지
김선영 기자 (wak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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