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뿔 난 지구'…세계 식량시장에 청구서 보내다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지구가 뿔이 났습니다. 사과를 먹으려면, 커피를 마시려면 돈을 더 내라고 합니다.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해 먹거리 물가가 상승하는 '기후플레이션'이란 단어가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저렴하고 편리하다며 화석연료를 여전히 마구 사용하는 대가를 비싼 먹거리 물가로 치르는 셈입니다. 지구화 시대에, 세계 시장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후플레이션 현상과 대응책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계 먹거리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강재은 기자입니다.
[올리브·커피·쌀 가격 급등…기후플레이션에 전 세계가 몸살 / 강재은 기자]
[기자] 유례 없던 폭염과 가뭄, 홍수에 지구촌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유럽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으로 주요 농작물의 작황이 악화하면서 가격은 폭등했습니다.
지난 4월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1년 전보다 45% 가까이 증가했고,인스턴트 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 커피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로 뛰며 작년 대비 60% 증가했습니다.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선물 가격도 1년 만에 3배 증가했습니다.
<마리 키아노 / 케냐 커피 농부> "기후 변화로 커피는 많은 문제를 겪었어요. 긴 햇볕으로 나무가 병들었고, 나뭇잎은 떨어졌으며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어요."
로부스타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은 가뭄 때문에 작년부터 올해까지의 커피 생산이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제 코코아 기구도 같은 기간 동안 글로벌 카카오 공급이 11% 줄어들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런 기호 식품뿐 아니라 밀이나 옥수수, 쌀과 같은 필수 곡물도 기후변화로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주식으로 사용하는 태국산 싸라기의 가격은 지난 1월,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폭우로 작황이 악화하면서 쌀 수출을 금지한데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 때문에 동남아산 쌀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잇사누 아따바닛 / 태국 까셋삿 대학교 부교수> "향후 수십년 동안 기온이 섭씨 1∼2도 상승하면 쌀 생산량은 10∼13%까지 감소할 것입니다. 그러면 태국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식량은 줄 것입니다. 이는 세계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작년 지구기온이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지구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주요 곡창지대인 미국 남부와 중남미에 가뭄을 일으키는 라니냐가 올 것으로 예측돼 물가 상승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자연 기후 현상인 엘니뇨와 라니냐가 더 강해지고 그 영향으로 발생하는 기상이변도 악화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지구 온난화로 식품 가격이 2035년까지 매년 최대 3.2%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연합뉴스 강재은입니다.
#기후플레이션 #기후위기 #물가
[이광빈 기자] 기후플레이션은 국내서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우리 피부에 와닿고 있는데요. '금사과'에 이어 '금배'까지 등장하는 등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수온 변화로 수산물 수급도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먹거리 물가에 타격이 커지고 있는데요. 박지운 기자입니다.
['금사과'에 '금배'…국내 밥상도 습격한 기후위기 / 박지운 기자]
[기자] 전남 무안의 한 양파밭, 양파 줄기가 죄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습니다. 습하고 더운 이상기후 때문에 생육에 문제가 생겨, 수확할 수 있는 양파가 없습니다.
<(지난달 21일)> "이게 공판에 갈 수가 없는 상품이에요. 다 폐기처분해야 되는데…" "기후위기는 농업의 위기다. 농업 특별재난 선포하라!"
이상기후는 이렇게 국내 농가들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농산물 수급 불안정에 따라 치솟은 농산물 가격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과일 가격은 전년보다 39.5% 올랐습니다.4개월 연속 40% 안팎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금사과'에 이은 '금배'까지 등장했습니다.
사과와 배 가격은 각각 80.4%, 126.3% 폭등하며 역대급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농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온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인데,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여름 우리 바다 수온이 과거 30년 평균보다 1도 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작 1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1도가 바다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예상욱 /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바닷물은 열 용량이 엄청 커요. 그 바닷물을 데우기 위해 들어가는 열이 엄청 필요하다는 거예요. 어종이나 양식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든요. 폐사를 한다든지 어종의 자체가 변한다든지…"
최근 우리나라 대표 어종 명태가 사라지고, 온대성 어종인 방어가 많이 잡히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또 대표적인 바다 양식 작물인 김은 수출 호황과 맞물려 이미 지난달 가격이 17.8% 올랐습니다. 6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입니다.
먹거리 물가와 관련해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위태롭기만 합니다. 이번 여름에도 이상기후 현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박순연 /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 "올해 특히 기상청에서 중기 전망을 보면 조금 저희한테는 안 좋은데 강수량이라든지 기온 이런 부분들이 조금 안 좋은 형태로, 농작물의 생육에는 안 좋은 형태로 나와서 저희가 조금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농산물 가격은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6% 가량을 끌어올렸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해 먹거리 가격이 흔들리고 결국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에 직면한 한국 사회.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기후위기가 어느새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왔습니다.
연합뉴스TV 박지운입니다.
#기후위기 #기상이변 #기후플레이션 #소비자물가
[뉴스프리즘 대담] 기후플레이션 원인과 이로 인해 신음하는 국내외 현상을 살펴봤는데요. 스튜디오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님 모시고 자세한 원인과 대응책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종호 교수님.
<질문1> 기후플레이션은 가뜩이나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더욱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데요.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심해졌지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은데, 경제에 주는 부담, 더구나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어떤 부담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질문2>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 전반이나 소득에 주는 피해가 문제인데, 이러다가 과일은 부자의 식품이 되는 것 아니냐, 과일 소비가 빈부 척도가 될 거란 씁쓸한 관측이 나오는데, 기후플레이션이 불평등 문제도 야기하는 건가요?
<질문3> 기후 플레이션에 대해 정부도 대응에 나서는데, 배추.무 등을 추가 비축하고 피해 발생시 신속한 재출하를 유도하는 정책 등인데요. 단기 대응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중장기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클로징: 이광빈 기자] 화석연료 사용 등에 따른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시작인, '티핑 포인트'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이 우리의 현실이 될 때나 체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후플레이션은 기후 위기를 실생활에 와닿게 하는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위기감이나 긴장감이 기후변화 대응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여전히 우리 세대의 위기가 아니라 미래세대 위기로 치부하고 주머니 여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기상이변과 기후플레이션이 더 극심해져야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감축 작업이 탄력을 받을까요? 아니면, 각국도생 분위기 속에서 기후변화 대응 속도를 높이지 않은 채 식량안보 강화에나 나서며 악순환만 이어질까요?
가뜩이나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29위로 최하위 수준인데,,, 먹거리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일 겁니다.
지구는 점점 한계를 느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뭄, 산불, 폭우. 폭염. 종잡을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빈도가 잦아지는데요. 인간의 무임 승차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후플레이션은 지구가 세계 식량 시장에 제출한 청구서가 아닐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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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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