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그레이드 아니냐?” 핀잔에도...애플 ‘비장의 무기’ 통했다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4. 6. 15. 21: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플판 생성형 인공지능(AI)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가 공개됐습니다.

애플판 생성형AI 서비스 등장에 과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주도 중인 AI판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 결과는요?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주가는 전장 대비 1.91% 하락한 193.12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지난달 5월 23일 하루 동안 2.11% 하락한 이후 하루 최대 낙폭입니다.

애플 AI 기대감에 최근 상승세였던 주가가 하락하며 3조 달러 시가총액은 단 하루만에 다시 2조 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애플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2위 자리는 엔비디아에 내줬습니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보여주듯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딱 하루만에 분위기가 반전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전장 대비 7.26% 급등한 207.15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평가가 단 하루만에 뒤집힌 겁니다.

어떻게 하루만에 주가가 뒤집혔을까요? 애플 인텔리전스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시리’ 능력 키웠다...‘애플 인텔리전스’ 공개한 애플
10일(현지시각)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올해 새로 시행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계획안을 발표했다.
애플은 일주일동안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세계개발자회의(WWDC)24’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매년 혁신적인 기술이나 상품을 내놓던 세계개발자회의에 애플만의 생성형AI가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에서는 이번 행사만 기다려왔습니다.

일단 애플이 공개한 생성형AI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장형인 온디바이스AI와 가상저장공간인 클라우드AI를 결합한 복합형입니다.

그간 개인정보보호를 회사의 핵심 정책으로 꼽아왔던 애플이기에 인터넷 연결 없이도 기기 자체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개인정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다만, 클라우드 서버를 통한 AI가 필요한 경우도 있죠. 이 때문에 애플은 특정 작업을 클라우드 서버로 보낼지, 모바일 기기 위에서 바로 처리할지 알고리즘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기술도 탑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어떻게 작동되는지와 관련한 기술적인 얘기고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본사인 애플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수뇌부들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팀 쿡 최고경영자(CEO), 존 지아난드레아 기계학습 AI 부문 수석 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
실제로는 애플의 음성 인식 서비스 ‘시리’에 생성형AI를 탑재한 게 일반 사용자들에게 더 와닿을겁니다.

달력, 카메라, 메일, 알랍 앱에서 생성형AI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이메일을 분류하고, 특정 이메일을 대신 작성해줄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이메일을 분석해서 특정 연락처와 파일을 찾아낼 수 있고요.

또, 일부 사진만을 보고도 원본 이미지를 생성해내거나, 스스로 스케치와 애니메이션을 만들수도 있습니다. 시리에 “사진첩에서 파란색 모자를 쓴 사진을 찾아줘”라는 음성 명령을 하면 해당 사진을 곧바로 찾아내는 것이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퍼스널 AI’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는 “생성형 AI와 초거대언어모델(LLM)의 발전은 애플 제품의 사용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사용자의 일상, 관계, 의사소통 등 개인적 맥락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용자의 일상, 관계, 의사소통 등 개인적 맥락에 도움을 주는 형태로 생성형AI가 도입돼야한다는 얘기가 핵심입니다.

팀 쿡 CEO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용자가 애플 제품으로 이룰 수 있는 일과 애플 제품이 사용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능력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죠.

시리 그 다음은 없다...오픈AI와 손잡은 애플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4’에서 팀 쿡 CEO가 기조연설 전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매경DB>
이번 발표를 보면 ‘시리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전에 없던 기능들이 대거 들어온 것이죠.

그런데 찜찜한 이유는 시장에서 보지 못하던 것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불렸던 애플이고, 애플의 기술에 환호하던 이들은 시리를 업그레이드한 수준의 내용을 발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이날 선보인 대부분의 신기능이 이미 MS, 구글, 삼성 등에서도 모두 제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옆그레이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죠. AI후발주자인 애플이 결국은 한방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꺼졌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증폭됐습니다.

애플 연례 세계개발자회의에서 발표 내용을 청취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특히 기름을 부은것은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시리에 챗GPT를 접목하겠다고 밝힌 대목입니다.

애플은 “시리는 일일 요청 건수가 15억건에 달하는 지능형 인공지능 비서의 원조”라며 “올해 말 ’챗GPT-4o’가 통합되며, 다른 인공지능 기능도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참석했죠.

애플의 이같은 발표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보안 위반 문제를 제기했죠. 머스크 CEO는 자신의 엑스에 “애플이 운영체제(OS) 수준에서 오픈AI를 통합한다면 내 회사들에서 애플 기기는 (반입이) 금지될 것이다. 이는 수용할 수 없는 보안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애플은 협력사를 가리지 않고 있죠. 구글의 생성형AI인 ‘제미나이’도 활용하기 위해 구글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I 혁신 어려운 이유...결국 애플만의 성공 방정식
지난해 WWDC23에서는 혼합현실 헤드셋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를 공개했고, 2022년에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차세대 반도체 ‘M2’와 이를 탑재한 맥북을 공개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이 AI 기술에서 밀린 이유는 공교롭게도 그간 애플의 성공 방정식 그 자체가 이유입니다.

AI 기술개발이 단순한 기술 개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생태계 전반이 커져야 한다는 점에서 폐쇄적 생태계로 지금껏 버텨온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배타적인 생태계로 폐쇄일로인 iOS 생태계는 애플의 성장을 밀어올렸죠.

본인들이 만든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완벽한 보안 체계를 구성했고, 이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라는 단추를 끼울 수 있었죠. 자사가 엄선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만이 탑재될 수 있도록 했으니 그동안은 애플의 생태계 일원이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구조가 짜여졌습니다.

그런데 AI연구와 개발은 양상이 좀 다릅니다. 개방적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분위기를 이끌고 있죠.

오픈AI도 사실은 AI 연구를 고도화하는 연구소였고요. AI의 기술 고도화 자체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데이터 수집을 제한하는 애플의 정책과는 정반대 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수집한 데이터가 온전히 보호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별개로 두고요.

아이폰 교체 ‘슈퍼 사이클’ 도래할 것...애플 주가 급등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호의적인 시각도 있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 분석가는 “애플의 AI 전략은 애플이 갖춰놓은 ‘황금 같은 기반’을 대폭 활용할 것(leverage)이다. 애플은 역사적인 날의 한가운데 있고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말했고요.

에버코어ISI의 아밋 대리나니 분석가도 “애플의 AI 전략은 균형이 잘 잡혔다. 애플은 그래픽칩에 수백억달러의 자본을 지출하지 않고도 이용자들에게 생성형 AI를 제공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분석했습니다.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아이폰 15 시리즈. <사진=애플>
하루 뒤에는 월가를 중심으로 더욱 호의적인 입장들이 쏟아졌죠.

팀 쿡 CEO의 ‘개인 맞춤형 AI 시대의 도래’라는 캐치프라이즈가 통한 겁니다. 쿡 CEO는 “(기술 엘리트 말고) 나머지를 위한 AI”라고 밝혔는데, 이 메시지가 먹힌 겁니다.

그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던 음성 비서 시리가 이제는 정말 아이언맨의 비서 ‘자비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이번 AI 도입으로 올해 하반기 공개할 아이폰16의 교체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점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될 운영체제 ‘iOS 18’은 아이폰15 시리즈 이상에서만 가능합니다.

아밋 아리야나니 에버코어 ISI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AI 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AI를 제공할 능력을 보여줬다”며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해 아이폰 슈퍼 사이클을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고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애널리스트들도 “인텔리전스 폰의 업그레이드 주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죠.

결국 전 세계에 활성 기기만 22억대를 보유한 애플은 제조 회사입니다.

한 대라도 더 기기를 팔아야 고스란히 매출로 돌아옵니다. 한 대라도 더 팔아 데이터를 확보해야 AI에 기반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AI 성능을 더 고도화하겠죠.

다만, 당분간은 생성형AI 시장을 주도하던 MS와 오픈AI, 구글 등의 영향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울 것이 없는 AI라는 점에서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물론 ‘퍼스트 무버’가 되기보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쓰기로 한 애플이 어떤 모멘텀으로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극할 지도 모르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갑자기 벌어질지 모릅니다. 숨은 강자를 인수하거나, 최강자와 손잡고 새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AI 전쟁’이 날로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