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정치에게] ④‘무너진 교권’ 회복 위해 여야 협치할까
“국회 정상화되면 아동복지법 개정에 손잡아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43회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전국 교원 설문조사 결과,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19.7%로 역대 최저이자 첫 10%대로 추락했다. ‘현재 교직생활에 만족한다’는 답변도 역대 최저인 21.0%로 나타났다. 교총은 갈수록 교원들이 긍지, 사명, 열정을 잃어가고 있다. 회복할 수 없는 단계가 되기 전에 특단의 교권 보호 법‧제도를 마련하고 행정업무 폐지‧이관 등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한국교총 보도자료)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중이지만 다행히 무너진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22대 국회에서 협치의 싹을 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이전 국회와 달리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 출신 여야 의원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협치의 여건은 조성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 교육위원회를 맡을 여야 위원들 중에 교육계 출신도 이전 국회보다 많다. 초등교사 출신으로 정성국(국민의힘), 백승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다. 김준혁(민주당), 김대식(국민의힘)의원은 교수출신이다. 특수교사 출신 교수인 강경숙(조국혁신당)의원도 있다. 이들이 과거와 다른 정치문법으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백년대계인 교육 문제에서 뜻을 모은다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12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교육개혁특위 위원장인 서범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간담회를 열고 “현장체험학습 등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교원 면책을 위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학교안전법’, 정서적 학대행위를 구체화하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 긴밀히 소통‧협력하고, 치료가 필요한 위기 학생에 대한 지원방안 모색을 위해 당정이 함께 개선 과제를 발굴‧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당 정성국 의원은 7일 아동복지법상의 ‘정서적 학대’표현을 구체화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제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했다. 초등교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지낸 정 의원이 총선 공약으로 내건 법이기도 하다.
정 의원은 교육활동 중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와 위급상황에서 교원이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동시 발의했다.
또한 학교교육활동과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치료비를 보상하고 있음에도 보상금액 부족 등을 이유로 추가적인 위로금을 요구하고, 지속적인 민원 제기는 물론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빈번해 심각한 교육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운전기사 등 제3자의 과실이나 학생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에도 학교와 교원을 대상으로 한 민원과 소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아예 폐지하거나 적극적인 수업과 교육활동마저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의원은 “아동복지법과 학교안전법의 개정은 단순히 교권보호라는 의미를 넘어 정상적인 교육활동 마저 위축시키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아 학생의 학습권 등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라며 “교권과 학습권은 한 몸이라는 의미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교육활동이 학교와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제안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승아 의원도 12일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서이초특별법’(공교육정상화를 위한 교권회복 5법) 추진과 함께하는 정서적 아동학대 악성 민원 피해교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백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 4법의 개정으로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의 금지행위로 보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입법화돼 교원에 대한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가 줄어들 것을 기대했지만,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의 정서적 아동학대 규정이 모호해 정당한 훈계나 지시가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총도 지난달 29일 논평을 내고 22대 국회가 교육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국회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교원과 학생의 온전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서는 정파와 이념을 떠나 한마음이 돼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교권침해의 약사(略史)=1970년대는 주로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다. 1990년대들어 ‘교실 붕괴’라는 용어가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했다. 김영삼정부 ‘5·31 교육개혁’ 이후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와 요구가 확대되면서 교사의 교권은 상대적으로 약화해왔다. 그러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침해 문제는 전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 모든 교권침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입시전쟁이다. 입시 성적이 좋은 학교가 최고 학교이고, 사교육과 입시 경쟁력에서 비교를 당하면서 교사는 계속 주눅들어왔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상품 경쟁력으로 승부하듯 한국 사회에서 교사의 존재이유가 입시 경쟁력이 됐다. 그런 분위기가 고등학교를 넘어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으로 확산하면서 교사들의 권위는 급격히 추락했다.
“IMF 이후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교대 등 교원양성기관으로 쏠렸고, 사회전체적으로는 2000년대 이후 무한경쟁의 사회로 돌입하며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이 보장되고, 정부가 망하지 않는 한 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실적 압박이 적은 교직은 편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사회에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기 힘들고, 복지제도가 열악한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교직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점점 더 매서워졌다. 또 지금 사회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30,40대의 기억 속에는 학창시절, 폭력으로 학생을 다스리거나 지위를 남용하는 교사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교사로서 덜 성숙하고, 수업전문성은 부족한 ‘교사같지 않은 교사’가 있어 교사를 교원 제도 안에 안주하며 호의호식하는 존재로 보는 시선이 굳어졌다. 아울서 사교육시장은 커지는데 학교는 무력해지고 있다는 증거가 속출했다. 학교는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는 공간이 되었다.”
한국 교육의 혁명 필요성을 주창하는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신작 ‘경쟁교육은 야만이다’에서 “교권의 급격한 추락은 학부모들의 왜곡된 민주주의 인식과 신자유주의의 시장주의적 교육관이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면서 “군사독재로부터 해방된 한국인들은 민주주의가 시민적 의무와 참여에 바탕을 준 체제라는 인식을 결여한 채 자신들의 사적욕망을 과도하게 관철시키려 했고, 경쟁 교육의 틀 안에서 학부모는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 행세를 하며 제 자식만 챙기는 것을 당연시하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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