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없는 수박’은 왜 보기 힘들죠? [뉴스+]
GMO 아닌 육종기술…일일이 인공수분 까다로워
최근 재배 농가 늘고 가격도 일반 수박과 비슷해져
푹푹 찌는 무더위엔 수박 만한 과일을 찾기가 어렵다. 시원한 수박을 세모나게 잘라 크게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가득 차는 수분과 단맛에 스트레스가 가신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먹는 흐름을 끊는 수박씨랄까. 검은 씨가 무수히 박힌 수박이라면 먹는 시간보다 뱉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이니, 씨 뱉기가 귀찮아 수박 먹기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씨 없는 수박은 ‘한국 농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우장춘 박사가 한국에 소개한 것은 맞지만, 최초 개발자는 아니다.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사람은 1943년 일본 교토대 기하라 히토시 박사였다. 우장춘 박사는 재일 조선인 출신의 세계적 육종학자로 기하라 박사와 친분이 있었다. 우장춘 박사는 광복 후 조국으로 돌아와 1953년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하고 한국 토양에 맞는 무, 배추, 감자, 귤 등 농작물을 개발해 보급했다.
씨 없는 수박은 특정 품종이 아니다. 특별한 재배 방식을 통해 씨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씨 없는 수박은 거의 대부분 하우스에서 재배한다. 그래서 균일한 품질과 당도를 유지할 수 있다. 먹기 편한데 달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씨 없는 수박을 소비자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이유는 재배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씨 없는 수박은 일일이 손으로 인공수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기형과실 발생 비율도 일반 수박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씨 없는 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높은 기온에서 잘 자라는 고기온성 작물이기도 하다. 연중 가장 더운 7월이 주 출하 시기인데, 당도 높은 일반 노지 수박과 출하 시기가 겹쳐 경쟁력이 떨어진다.
정주형 전북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 연구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씨 없는 수박 재배 농가가 크게 늘었다. 남부뿐만 아니라 중부 쪽에서도 씨 없는 수박을 활발히 재배한다”면서 “이른 더위로 수확 시기도 점점 앞당겨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소비자들이 고품질 씨 없는 수박을 더 일찍,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씨 없는 수박이 유전자변형농수산물(GMO)이라는 오해가 있어 소비가 부진한 측면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인식이 개선돼 선호도가 높아졌다”면서 “다음 주부터 ‘씨가 적어 먹기 편한 수박’ 판매를 시작해 장마철부터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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