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팔순인데, 크게 못 하지 않아서 다행” 한 달 만의 선발 등판, 두산 김동주가 모처럼 웃었다
한 달 만에 선발 등판한 두산 김동주가 5이닝 1실점 호투로 두산의 시즌 40번째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김동주는 15일 고척 키움전 선발로 나와 5이닝을 볼넷 없이 3안타에 6삼진을 곁들이며 1실점으로 막았다. 김동주의 선발 무사사구 경기는 이번 시즌 처음이다.
4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지만 5회말이 다소 아쉬웠다. 2사 2루에서 키움 이용규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1-1 동점이던 6회말 시작과 함께 이영하로 교체됐다. 투구 수 69개로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스트라이크 46개에 볼은 딱 절반인 23개로 올해 들어 가장 제구가 잘 됐다. 빠른공 최고구속은 146㎞가 나왔다. 날카롭게 아래로 꺾여 들어가는 슬라이더가 잘 통했다.
김동주는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초반 고전했다. 20여 일 간 퓨처스리그에서 조정 과정을 거쳐, 지난 9일 1군 복귀했다. 복귀일 KIA전 롱릴리프로 등판해 5이닝을 던졌다. 이날 선발 등판은 지난달 16일(2.2이닝 5실점) 이후 딱 한 달 만이었다.
경기 후 김동주는 “퓨처스에서 하체를 이용하면서 몸통 쓰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투구 수가 적었지만, 6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좀 아쉽기는 했지만, 저 뒤에도 좋은 선배 투수들, 형들이 많으니까 믿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동주는 한동안 1군에서도 자리를 비워야 했던 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퓨처스에서 연습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김동주에게 의미가 큰 경기였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전 김동주를 두고 “사실 기회가 많지는 않다. 최원준이 잘 던지고 있고, 김민규도 돌아온다. 김유성도 며칠 전 (퓨처스에서) 잘 던졌더라. 거기에 최준호도 다음 주에 돌아온다”면서 “항상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집중력 있는 투구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김동주는 이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애썼다. 투구 전마다 홀로 주문 외듯 중얼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동주는 “파이팅 하자고 계속 혼자서 말을 했다”고 웃었다. 5회 이용규에게 적시타를 맞고 김동주는 재빠르게 포수 뒤로 커버 플레이를 들어갔다.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지만 이날 중계를 한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해설위원은 “집중력 있는 모습이 좋다”고 칭찬했다.
최준호를 비롯한 선발 경쟁자들이 5월 꾸준히 좋은 투구를 한 것에 대해 김동주는 “준호가 너무 잘 던져서 ‘내 자리 뺏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은 당연히 했다”면서도 “그래도 올해는 그때그때 좋은 사람이 1~2경기씩 던지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호투로 선발 등판 기회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겠다는 말에는 “기회 주시면 당연히 감사하게 던져야죠”라고 말했다.
김동주가 한 달 만에 선발 등판한 이 날은 외할머니의 팔순이기도 했다. 김동주를 제외한 가족들 모두가 외할머니의 팔순 잔치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김동주는 “할머니가 사실 야구의 ‘야’자도 모르셨는데, 이제 전문가가 되셨다고 하더라. 저 때문에 마음 졸이면서 식사도 제대로 못 드시고 하셨는데, 오늘 엄청나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크게 못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고척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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