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은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된 창업자의 스토리를 들려드리는 콘텐츠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발명가가 만든 세계최초 금속 진공 보온병
1913년의 어느 추운 겨울 아침, 한 남성은 그의 작업실에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이 작업실 창문을 흔들었고, 그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워졌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간절히 필요했지만, 그가 마시려던 유리 보온병은 이미 식어버린 지 오래였습니다. 깨지기 쉬운 유리 보온병에 실망한 그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다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써볼까?”
그는 그 순간 결심했습니다. 유리가 아닌 견고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진공 보온병을 만들기로 말입니다. 그는 마침내 차가운 날씨에도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완벽한 보온병을 완성했습니다. 그 보온병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스탠리 텀블러입니다. 100년이 넘은 스탠리 텀블러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뒤 국내서도 캠핑과 아웃도어 열풍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스탠리1913의 창업자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입니다.
토머스 에디슨과 어울리던 발명왕 스탠리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는 1858년 11월 28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는 기계와 도구에 큰 흥미를 보였으며, 손재주가 뛰어나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은 그의 호기심을 응원하며, 다양한 과학 책과 도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과학에 대한 흥미가 컸던 스탠리는 예일대학교에 진학해 전기공학을 공부하며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당시 전기는 신비로운 힘이었고, 많은 발명가들이 전기를 연구하며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윌리엄은 이러한 흐름에 푹 빠졌고, 1880년대에는 토머스 에디슨과 같은 유명한 발명가들과 함께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시기에 전기 변압기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전기 변압기를 만들다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는 전기 변압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1885년 뉴욕의 그레이트 배링턴에서 세계 최초의 교류(AC) 변압기를 성공적으로 시연했습니다. 이 변압기는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여, 전기 공급 시스템의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그의 발명은 전기 에너지의 대규모 상업적 이용을 가능하게 하여, 현대 전기 시스템의 기반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GE와 협력했고 웨스팅하우스사와 새롭게 계약하며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1886년 고전압 교류 전송 시스템을 발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개인 가정이 아니라 마을 전체에 전기를 공급하고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발명이었습니다. 스탠리의 변압기는 향후 현대적 변압기 기술의 기초가 됐고 그는 무려 129개의 특허를 보유한 진정한 발명가였습니다.
스탠리는 1890년, 매사추세츠 주 피츠필드에 ’Stanley Electric Manufacturing Company’를 설립하고 사업을 펼쳐나갔고 초창기 협력했던 GE에 회사를 팔며 그 유산을 이어가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전기 분배 시스템 분야에서는 윌리엄 스탠리의 업적은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최초의 보온병
그러던 1913년. 윌리엄은 또 다른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당시 유리로 만들어진 보온병은 쉽게 깨지고, 열 보존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몇 주 동안의 실험 끝에, 그는 마침내 스테인리스 스틸로 이중 벽을 만들고 그 사이에 진공을 형성하여 열 전달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진공 단열 스테인리스 스틸 보온병의 탄생이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스탠리 진공 보온병은 뜨거운 음료를 오랫동안 뜨겁게, 차가운 음료를 오랫동안 차갑게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스탠리 1913’이란 브랜드를 창업했고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실 스탠리라는 브랜드가 이처럼 열광적으로 사랑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창업 초기 스탠리 보온병은 정말 기술력이 뛰어나고 튼튼하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며 마케팅 활동을 펼쳤습니다.
실제 초기 광고는 스탠리 텀블러의 견고함과 뛰어난 보온·보냉 기능을 강조했습니다. 광고에는 캠핑을 즐기는 가족, 산을 오르는 등산객, 혹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산업 노동자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스탠리 텀블러를 손에 들고 있었고, “이 제품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의 음료를 뜨겁게 혹은 차갑게 유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특히 스탠리는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임을 강조했습니다. 오랜 시간 야외에서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인부들에게 점심시간때야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식사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스탠리 보온병이었습니다.
튼튼함의 상징, 군납물품이 된 스탠리
또한 스탠리는 스탠리 텀블러가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되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광고에서는 텀블러가 극한의 온도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우리의 제품은 고객 만족을 보장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됐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에 스탠리는 세계 2차 전쟁이 한창이던 미군에도 보온병으로 납품하는 등 굉장히 남성적인 이미지의 브랜드로 각인됐습니다. 스탠리를 상징하는 색깔이 해머톤(Hammertone) 그린이라는 독특한 녹색 패턴이 된 이유 역시 이처럼 미군 납품용으로 오랜 기간 쓰였던 역사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0년의 전통, 5년만에 완전히 뒤집히다
기술이 일상을 바꾸는 시대를 맞아 스탠리도 큰 변화를 맞습니다. 바로 캠핑용 시장에 진출한 것인데요. 사실 스탠리는 튼튼하고 남성적인 이미지에 고착되는 바람에 여성들에게서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2019년엔 대용량 텀블러 퀜처 시리즈를 단종시키려했는데요. 여성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한정판 모델을 완판시키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 10대 사이에서 스탠리 텀블러 열풍이 불었고, 이는 대한민국으로도 건너왔습니다.
저도 사실 미국에 머물렀더 2021년에 아마존에서 인터넷 쇼핑을 하다 튼튼해 보이는 스탠리 텀블러를 2개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는 그냥 미국인들이 쓰는 가장 대중적인 텀블러인 줄 알고 샀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요즘 대세가 된 텀블러가 바로 이 스탠리였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요. 100년 가까이 이어져 왔던 스탠리의 이미지가 180도 뒤바뀌는 데는 5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기와 보온에 유산 남긴 스탠리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는 1916년 5월 14일,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삶은 끊임없는 혁신과 발명의 연속이었으며, 그의 발명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이름을 딴 스탠리 텀블러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냉기와 온기를 담고 유지해주는 텀블러는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과 바쁜 일상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이 텀블러는 단순히 음료를 담는 용기를 넘어, 매일 아침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은 혁신의 상징입니다.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오리저널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