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평양행 푸틴, 뭘 들고 갈까…美, 핵무기 배치 확대하나
<출연: 이치동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정리해 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국제, 외교 안보 분야 담당하는 이치동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먼저 이번 주 주요 사안부터 소개해주실까요.
[기자]
푸틴 변수에 한반도 정세의 '북한 방정식'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다룰 내용 정리하고,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주, 북한에 갈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입니다.
우리 군 당국도 숨을 고르며, 상황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이, 핵무기 배치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한미 간 확장억제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앵커]
푸틴 대통령이 결국 24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에 갈 거 같습니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죠?
[기자]
아직입니다.
다만, 러시아와 일본 매체 보도에 이어 우리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며칠 내' 북한에 갈 거라고 확인을 해줬습니다.
국정원과 외교 채널 등 크로스 체크를 했을 테니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2019년 평양 방문 이후 북한에 가는 첫 외국 정상인데요.
아시듯이, 소련의 지도자가 반세기 동안 북한을 공식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소련이나 러시아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건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푸틴의 24년 만에 첫 방북이 초읽기에 들어간 겁니다.
2000년 7월 평양 방문 때도 일종의 특수 상황이었는데요. 미국의 미사일 방어 (MD) 문제가 최대 화두였습니다.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일본, 한국과 광역 미사일 방어 시스템 (TMD) 구축에 나서서, 중국과 러시아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요즘에는 MD가 일상화된 분위기지만, 당시엔 파장이 상당히 컸습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에 갔다가, 평양에 들러서 대신 위성 발사해 줄 테니, 장거리 미사일 개발 그만하라고 설득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 카드를 가지고 오키나와 G-8 정상회의에서 클린턴과 협상한 건데요.
이를 두고, 당시 대통령이 된 지 한달 된 푸틴의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 무대 등장, 러시아의 동북아 외교 귀환으로 해석됐습니다.
[앵커]
푸틴 대통령이 올해 안에 북한에 갈 거라는 예상은 많았지만, 시점과 관련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좀 있을 거 같습니다.
왜 이 시점에 간다고 봐야할까요.
[기자]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하나는 갈 때가 됐다.
3월 대선, 5월 취임식, 이어 방중,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벨라루스에 가고, 자연스레 북한이나 베트남을 챙길 타이밍이라는 관측.
두 번째는 북한을 매개로 미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방북 가능성입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여유가 좀 있어 보이는데, 두 가지에 심기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하나는 미국이 그간 고수한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
또 하나는, 유럽 쪽에선 훈련 교관 파견 등 파병 군불 때기.
이에 바이든 행정부에 매운맛 경고를 날리려 방북 시점을 잡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음 달에 워싱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회의가 있고, 이 계기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작년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한 달 후에 푸틴이 김정은을 보스토치니 우주기기에서 만난 바 있습니다.
[앵커]
관심은 푸틴 대통령이 핵 가방과 함께 들고 갈 선물 보따리인데요.
어떤 걸 예상하십니까?
[기자]
왜 이 타이밍에 방북하는가와 연관된 질문인데요.
우선, 푸틴의 방북 자체가 북한에, 김정은 총비서에게 주는 큰 선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대내외에 보내는 초대형 정치 외교적 시그널이죠.
관건은 이벤트나 양국 간 경제 문화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반미연대 차원의 전략적 목적이 있느냐인데요.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이태림 교수 / 국립외교원 러시아 담당> "(새 조약을 체결할 경우) 북한에 대한 안보 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 수준의 안보 협력 내용을 담을지가 핵심일 거 같습니다. 반미. 반서방 연대의 굳건함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고 하겠죠. 이번에도 상징적 장면만 연출하고, 선언으로만 끝낼지, 구체적인 군사협력 계획을 제시하면서 위협 수위도 높이려고 할지도 관건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과 소련 간 동맹 조약이 있었는데요. 1996년에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균형 외교를 추진하면서 폐기됐습니다.
2000년 2월에 '조러 친선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맺었는데요. 이념에 기초한 정치. 군사 동맹에서 벗어나, 경제협력 파트너십에 방점을 찍은 거죠.
아시듯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판이 바뀌었습니다.
어쨌든, 푸틴이 김정은에게 줄 수 있는 선물 리스트는 꽤 깁니다.
북한 인력의 해외 취업 지원이나, 북한이 상하이협력기구, SCO 나 브릭스 같은 국제 협력체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앵커]
하지만, 러시아가 이렇게 북한에 큰 선물을 주는 데는 국제정치적으로 청구서가 따라올 거 같은데요.
[기자]
그렇죠.
김정은이 첨단 무기기술 지원, 더 나아가 동맹 복원이나 핵보유국 지위 인정 같은 거도 원하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 경우 한국과 완전히 등을 지겠다는 셈이고요.
한반도와 동북아 외교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될 겁니다.
핵 보유를 용인해주면, 비확산 체제를 깨는데 앞장섰다는 오명이 붙겠죠.
앞으로 미 대선 결과 등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김정은 정권에 큰 선물을 한꺼번에 줄 필요도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황상 러시아가 그렇게 다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김정은 보다는 푸틴의 전략적 고민이 훨씬 크고 전략적 선택의 폭도 넓다고 봐야겠습니다.
[앵커]
북한이 푸틴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에 정신이 없을 거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지난 며칠간 대남 위협 수위 조절에 나선 모습입니다.
[기자]
지난주 이 시간에 남북 간 '치킨게임' 양상 속에 공은 북한에 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몇 시간 뒤에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을 띄웠다는 속보가 떴습니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재개하면서 맛보여주기를 했습니다.
이어 9일 밤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열흘 만에 담화를 냈는데요.
"오물 풍선 살포를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확성기 방송을 지목했습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으로, 대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도발이 계속되면 새로운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열흘 전 거친 표현과 악의로 가득 찬 담화와 사뭇 대비되는데요.
당시엔 "쓰레기 같은 한국 것들이 당해야 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는 표현까지 쓴 바 있습니다.
[앵커]
우리 당국도 이 부분에 주목해서 일단 대북 확성기 방송을 확대하지 않고, 자제하면서 상황 관리를 하는 모습입니다.
[기자]
가급적 긴장 고조를 막고 차분하게 상황을 관리하려 애쓰고 있는데요.
대북 확성기 방송도 일단 추가로 틀지는 않으면서 북한의 움직임을 보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최근 남북 관계에선 정교한 플랜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치밀한 전략, 로드맵을 짜놓고 기다렸다는 듯이 입장을 내거나 행동하기보다는, 즉흥적이라는 인상도 받습니다.
우리 쪽 대응 간 보기를 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물론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갑자기 구체화하면서, 사전에 불필요한 충돌로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는 의도일 수는 있습니다.
[앵커]
한국과 미국 간 핵 협의 그룹 회의 결과도 살펴보죠.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는 공동 지침이 마련됐다고 하던데요.
[기자]
한미 간 제3차 핵 협의 그룹 NCG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북핵 억제와 핵 공격 시 대응 '공동지침'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양측 설명 차례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비핀 나랑 / 미 국방부 우주정책 차관보대행> "오늘 핵협의 그룹 (NCG)은 가이드라인 문서 검토를 완료했으며, 이는 NCG 출범 첫해에 가장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지침은 북한 핵 위기 시 협의의 원칙과 절차, 그리고 동맹의 작전 개념과 연습에 대한 겁니다."
<조창래 / 국방부 정책실장> "앞으로도 한미는 NCG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북한의 어떠한 핵. 미사일 위협에도 억제 및 대응할 수 있는 양국의 능력을 통합,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 핵 협의 그룹이 작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확장억제 강화 합의의 후속 조치인데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는 대신, 미국의 핵무기 운용과 계획에 한국이 일정 부분 참여토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이렇게 적극적인 확장억제 조치에도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는 거 같습니다.
[기자]
푸틴 대통령이 필요시 핵무기 사용 기준을 낮추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죠.
러시아 전술핵이 배치된 벨라루스와 공동으로 전술핵 훈련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최대 안보 고민 중 하나가 북중러가 핵무력 증강을 지속하고, 심지어 서로 거래, 협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중러의 핵탄두 보유량이 계속 늘고 있어, 미국. 유럽과 핵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에 핵무기 확대 배치 가능성을 일축해 온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 변화를 공개적으로 시사했습니다.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군비통제.
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이 먼저나섰는데요.
"지금처럼 미국과 동맹에 핵 위협이 커지면, 핵무기 배치를 늘려야 할 시기가 머지않아 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직 관련해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관련 요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에서 보듯이, 미국의 안보 정책도 상황에 따라 조정하고 바꾸는 겁니다.
한국의 경우에, 전술핵 재배치든, 핵 추진 잠수함이든, 자체 핵무장이든 지금과 다른 선택이 가능한, 해야 할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미 대선 결과가 변수겠지만, 미국의 정책이 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걸 상수로 두고, 대응 또는 적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24년 전 오늘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요즘 한반도 시계는 거꾸로 가는 거 같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한국과 관계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빈말이 아니길 바랍니다.
한국민 모두가 원하는 건 한반도 안정과 평화라는 사실도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북한 #푸틴 #김정은 #방북 #남북대치 #군사긴장 #핵무장 #North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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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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