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vs 2024···24년 만 푸틴의 평양行 어떻게 다른가
2024년, 오물풍선·위성발사 이어지는 격랑으로
북·러 모두 핵개발·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재
에너지·무기 협력에서 군사협력 강화 가능성
변수는 중국···북러 밀착은 중국에 불편
한중 안보대화로 북중러 구도 이완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0년 7월 이후 24년만의 방북인데 그 때와 지금은 대외 여건이 정반대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한 환경에 맞게 이번 방문에서 북한과 러시아 양국이 어떤 선물을 교환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5일 외교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18일쯤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3월 5선 고지에 오른 후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북한을 찾게 됐다. 우리 정부는 북러 양국이 푸틴의 방북을 발표하기 전에 이를 공식 확인하며 ‘예정된 일정’이라고 언급하는 김빼기 전략을 구사했다. 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간첩 혐의로 수감하고, 북한이 연일 인공위성·오물풍선 등 도발에 나서는 만큼 이들의 접근을 두고 다양한 풀이가 나온다.
특히 직전 평양 방문이었던 2000년과 180도로 바뀐 상황이 눈에 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권좌에 오른 지 두 달 밖에 안된 신참이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역시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역대 첫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6·15 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에 훈풍이 부는 시기였다. 푸틴의 첫 방문 이후 양국은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는데, 이 선언에는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 대신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961년 북한과 구 소련이 맺은 ‘조소우호조약’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됐지만 1996년 폐기 이후 자동군사개입이 30년 가까이 사라졌던 셈이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대신 6·15 공동선언을 존중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배경에는 냉전 직후 러시아와 북한 모두 서방세계에 구애했던 당시 상황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 참석길에 평양을 들렸다. 1997년 G7에 가입한 직후인 만큼 서방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 역시 한국과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들이던 시점이었던 만큼 러시아와 군사조약 체결보다는 경제협력 등에 만족했다.
시간이 흘러 2024년, 북러 정상회담에 나서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권력 공고화에 성공했다. 푸틴은 5기 집권에 성공했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선대 김정일 위원장에서 3대 세습에 성공하고 12년이 지났다. 대외 환경도 급변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각각 핵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도 받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자원·에너지가 필요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가 필요하다.
이에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간 군사 협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위성, 미사일 기술과 탄약의 교환,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더 나아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까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는 발사 2분 만에 폭발했는데 관련 기술을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수도 있다. 이 외 관광·근로자 파견·자원 등울 둘러싼 경제적 거래도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변수는 중국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북러밀착을 달갑지 않아 한다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달 방중에서 하얼빈 방문 직후 평양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바로 모스크바로 귀국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북한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추측에 중국 정부가 짜증을 냈다고 전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이어지며 중국은 돌파구로 유럽과 한국·일본을 바라보고 있는데 러시아는 유럽과, 북한은 한국·일본과 반목하는 상황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직후 북한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점도 중국은 거슬린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국제 정세 관리를 위해 미국 대선 이전에 유럽과 한일 관계를 신경 써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북러 밀착은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다음 주 서울에서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가 열린다. 차관급으로 격상돼 처음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한중이 양자 관계나 주변 정세에 대한 입장을 교환하며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의 한 전문가는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굳이 이 시점에서 열리는 것은, 푸틴의 평양방문의 김을 빼고자 하는 중국의 의도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도 ‘푸틴 방북의 의미 및 전략적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이슈 브리프에서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계기로 최근 이완 조짐을 보이는 중러북 밀착에서 중국을 이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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