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벤탄쿠르, 경기장 의자 때려 부순 '나쁜 인성' 재조명... 아기 안고 버젓이 인종차별→"손흥민에 사과했어도 용서 못 해" 비난
영국 '디 애슬레틱'은 15일(한국시간)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 손흥민에게 질 나쁜 농담 후 사과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 촬영 도중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농담을 했다. 어린아이를 안고 인터뷰에 참여한 벤탄쿠르는 해당 방송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고 요청하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른다. 손흥민이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아 그렇구나"라고 맞장구쳤다.
이후 벤탄쿠르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동양인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 사태의 벤탄쿠르는 심각성을 깨닫고 곧장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쏘니(손흥민 애칭)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다"며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다.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평소 토트넘에서 깊은 우정을 보였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욱 크다. 지난해 10월 벤탄쿠르가 8개월 만에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떨쳐내고 복귀전을 치렀을 때 가장 크게 기뻐한 이 중 하나가 손흥민이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할 때 벤탄쿠르를 관중석 앞으로 데리고 나가 팬들 앞에 서게 했고 팬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이어 손흥민은 벤탄쿠르를 어린아이처럼 껴안으며 기쁨을 나타냈다.
당시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복귀는 내게 미소를 만들어 준다"라며 "그는 엄청난 선수다. 벤탄쿠루의 복귀는 우리가 뛰어난 새 선수를 영입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토트넘 선수들 모두가 벤탄쿠르의 복귀를 기다렸다. 벤탄쿠르가 아까 경기장에 들어설 때 감정이 올라왔다. 그는 내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난 시즌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벤탄쿠르가 언제나 날 웃게 만들어줬다. 늘 응원해줬다"며 "건강해진 벤탄쿠르의 복귀는 정말 환상적이다. 팀에 기폭제가 돼 줄 것이다"라고 거듭 기뻐했다.
해당 관중의 이름은 영국인 로버트 갈랜드다. 지난해 5월 토트넘과 크리스탈 팰리스 경기에서 손흥민이 교체돼 벤치로 걸어갈 때 갈랜드가 손흥민을 향해 양손으로 눈을 찢는 행위를 했다. 이는 동양인이 눈이 작다고 조롱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다. 손흥민은 외면하지 않고 팰리스 관중들을 응시했고 경기 후 구단 관계자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알리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갈랜드의 인종차별 행동은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토트넘은 물론 상대팀 팰리스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당시 토트넘은 "인종차별은 혐오적인 일이고 사회에서나 축구 경기, 팀에서 용납될 수 없다. 런던 경찰 및 크리스탈 팰리스와 협력해 해당 인물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팰리스도 "경찰에 증거자료를 공유했고, 신원이 확인되면 경기장 출입금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우리 팀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전했다.
영국 법원은 갈랜드의 인종차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과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하지만 영국 검찰은 이 같은 처벌이 약하다며 경기장 출입금지 명령을 추가로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갈랜드는 3년 동안 축구 경기 관람을 할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갈랜드가 해외에서 경기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경기 기간에는 여권을 압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도 당시 해당 판결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놨다. 사무국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했던 개인에게 내려진 경기 관람 금지 명령을 환영한다"며 "인종차별을 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다. 잘못하면 징계가 따른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겼다"고 전했다. 이어 "인종차별은 축구뿐 아니라 우리 사회 어디서든 설 자리가 없다. 만약 여러분이 인종차별 행위를 본다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8월에는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 도중 한 첼시 팬이 코너킥을 차기 위해 걸어가는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행위를 했다. 논란이 되자 첼시 구단은 해당 남성 팬을 홈 경기장 출입 금지 징계를 내렸다. 런던 법원은 벌금 726파운드(약 115만원)와 축구장 3년 입장 금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팬들은 SNS를 통해 '만약 영국 선수가 파울을 했다면 그런 단어를 사용했겠나' '불필요한 발언이었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스카이스포츠는 "타일러는 자신의 표현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했다. 악의는 없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당시 토트넘을 이끌던 라이언 메이슨 감독대행도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을 요청했다. 그는 "손흥민은 환상적인 사람이다. 나는 그를 인간적으로 사랑한다"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장면을 본다는 사실이 슬프다"면서 "우리는 손흥민, 그리고 경기장 안에서 뛰는 선수들을 모두 지지하고 응원한다. 그들은 우리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삶을 바치고 있다. 만약 누군가 선을 넘어서는 행위를 한다면 그들은 처벌받아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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