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밀양 폭로 유튜버 '나락보관소' 인터뷰[이정주의 질문하는 기자]
20년 만에 밀양 사건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사적 제재' 필요성을 역설하며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이른바 '사이버 렉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밀양 사건 관련 일부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의 구독자는 50만명을 돌파했지만, 피해자 동의 없는 영상 공개와 2차 가해 논란 등으로 현재는 영상 4개를 제외한 모든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질문하는 기자'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는 지난 14일 논란의 당사자 유튜버 나락보관소를 직접 만났다.
다음은 유튜버 나락보관소와 일문일답.
◇이정주>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관련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왜 이런 폭로에 나선 겁니까?
◆나락보관소> 원래 어릴 때부터 미제 사건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도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PD 수첩' 이런 프로그램 애청자입니다. 이춘재 사건, 화성 연쇄살인 사건 등 어릴 때부터 그런 걸 추적하는 걸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올해 3월에 유튜브 채널 만들고 나서 밀양 사건을 다루기 전에 사실 '거제 전 여친 폭행 사망' 사건을 다뤘어요.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피해 여성에 대해 올렸고 이후 구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밀양 사건도 관심 있게 지켜보며 자료를 모아놓고 있었는데 제보가 들어와서 시작했어요.
◇이정주> 밀양 사건을 다루기로 결심한 계기가 뭔가요?
◆나락보관소> 저도 원래 밀양 사건에 관심이 많아 조사를 하긴 했는데, 가해자들의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가해자 중에 박모씨, 이 사람에 대한 더 정확한 제보를 받은 거죠. 이 최초 제보를 계기로 이 사건에 대한 폭로 콘텐츠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유튜브 채널 영상을 올리기 전에 저도 나름 검증을 한다고 했는데, 중간에 실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최초 제보) 메일을 주신 분께 다시 답장을 보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이후 제보자께선 저에게 '남은 감정은 없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씀해주시면서 마무리됐어요.
◇이정주> 가해자들 신상 공개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을 오인하는 바람에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나락보관소> 당연히 검증 소홀로 인한 저의 잘못입니다. 다시 한번 피해자분께 사과드립니다. 네일숍 사장님을 밀양 사건 가해자의 여자친구라고 제가 오인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다만 피해자분이 선처를 베풀어 주셔서 현재는 피해자와 합의를 했고, 양측 변호사가 조율해서 고소 취하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합의를 하면서 민형사 고소에 대해선 마무리했지만,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정주> 밀양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 측 동의 없이 영상 공개로 2차 가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나락보관소> 먼저 피해자분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이 맞습니다. 이점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정주> 직접 피해자 측과 연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나락보관소> 영상을 올린 후 피해자의 남동생분이 제게 주신 메일로 인해 오해가 있었지만, 피해자 측과 사전 협의는 없었습니다.
◇이정주> 밀양 가해자 신상 공개하면서 혹시 가해자들로부터 협박이나 연락을 받은 적은 없었나요?
◆나락보관소> 딱히 협박 수준의 연락을 받은 건 없었어요. 다만 밀양 사건 당시 가해자 중 한 명으로부터 메일이 온 게 기억 납니다. 제가 가해자 신상 공개 영상에 그 사람 사진을 하나 올렸는데 메일에서 '인간적으로 사진이 너무 이상하다'고 지적을 하더라구요. 저도 어이가 없었는데, 한 마디로 '이왕이면 잘 나온 사진으로 써달라'는 메세지로 들리잖아요. 진짜 어처구니 없었죠.
◇이정주>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 등 대중의 분노를 지렛대로 결국 수익을 얻기 위해 과거 사건들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어요.
◆나락보관소> 솔직히 그걸 부정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이런 미제 사건들이나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사건들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공부의 목적도 있었어요.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후에 수익이 잘 나오니까 지속한 건 맞는데, 막상 사건을 파헤치면서 감정 이입이 되기도 했어요. 제 유튜브 컨셉을 '중졸 사이버 렉카'로 잡고 약간 의도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는데, 몇몇 사건에서 피해자분들과 연락이 닿으면서 뭔가 불사지르는 듯한 정의감 같은 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거창하게 뭔가 '정의 실현'을 한다기보다는 '진짜 가해자들이 피해자분들께 한 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처음 제 생각이었어요.
◇이정주> 설혹 피해자의 동의를 얻더라도 법치국가에서 '사적 제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적 제재를 표방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사이버 렉카' 행위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나락보관소> 저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지만, 그럼에도 현재 '사이버 렉카들'을 보면 제가 처음 시작했던 그런 취지에서 많이 엇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앞서 제가 공개했던 '거제 전 여친 폭행 사망' 사건의 경우엔 피해자 유족 측이 감사하다며 연락이 오긴 했지만, '사적 제재' 문제는 남는다고 봅니다. 결국 공적 제재, 흉악범에 대한 국가의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니 사적 제재를 지지하는 여론이 없어지지 않는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형벌, 국가의 처벌이 강해지면 진짜 이런 활동 안 할 겁니다. 그리고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진다면, 지금 난무하는 이런 사적 제재 유튜브 영상이 이렇게 인기를 끌까요. 저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봐요.
◇이정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나락보관소> 정확한 건 확인이 필요하지만, 저는 지금 가해자들을 포함해 여러 사람들로부터 명예훼손 등으로 8~9건의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입니다. 저는 먼저 자수를 하고 대가를 치를 생각이지만, 제 개인적 문제와 별개로 이번 신상 공개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이 가해자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란 겁니다. 그래서 피해자분들 말씀처럼 이번 사건이 반짝 이슈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해자들 중 저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분들은 경찰에 가서 '나락보관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고 합니다'라고 할 때, 경찰이 사유를 물으면 '제가 그 사건의 성폭력 가해자인데요'라고 답할 거 아닙니까.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죠. 지금은 신고를 당해서 유튜브 계정 수익금도 다 묶였어요. 나중에 유튜브 채널을 또 운영하게 되면 어떻게 방향성을 잃지 않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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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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