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미국 땅 구매 막아라”… 美 하원 법안 발의
미국 내에서 군 기지 등 안보시설 주변의 토지를 중국 자본이 매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 하원에서 중국 정부와 관련된 업체의 미국 내 토지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13일(현지시간) 발의됐다.
하원 미·중경쟁특위 위원장인 존 물레나 하원의원은 댄 뉴하우스 하원의원 등과 함께 ‘중국 공산당의 미국 토지 매입 금지’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30여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미군 시설, 국립연구소, 중요 자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의 대리인이나 중국 공산당이 소유한 기업이 미국 내 연방 토지에 인접한 땅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에서는 중국 기업이 공군 기지 인근에 옥수수 제분소를 짓겠다면서 현지 농민으로부터 370에이커(약 1.5㎢)의 토지를 사들여 문제가 됐다. 일부 주민은 제분소가 중국의 염탐 활동을 숨기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고 미국 공군 역시 제분소 건설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텍사스주에서도 2021년 중국 인민해방군 장성 출신 사업가가 공군기지 인근에 13만에이커(약 526㎢)의 토지를 사들여 여론을 자극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텍사스, 플로리다 등 15개 주가 중국인 내지 중국 기업의 주 내 토지 구매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20여개 주가 추가로 유사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중국 업체인 푸펑그룹이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드 공군기지 인근 농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것을 계기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국 기업 등의 미국 토지 매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이 미군 기지나 안보시설 주변 100마일(160㎞) 이내에서 토지를 매입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현재 관련 세부 내용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가 지난달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이 사들인 것으로 의심됐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트래비스 공군기지 근처의 대규모 토지가 신도시 부지로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8월 레이드 호프먼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와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 등 미국 IT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미국 서부 목초지대에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도시 예정지역인 샌프란시스코 북동쪽 트래비스 공군기지 근처 공터는 황무지나 다름없는데다 공군기지 주변이라는 점 때문에 사실상 버려진 땅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로 멀지 않아 접근성이 뛰어나다.
호프먼 등 투자자들은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라는 개발업체를 세우고 2017년부터 이 지역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5년 간 8억달러(약 1조원) 넘는 돈을 들여 5만2000에이커(약 210㎢)의 토지를 매입했다.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3분의 1 정도로, 이들은 이 지역에 수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 에너지와 공공 교통을 제공해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하는 IT업계 노동자들의 주택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같은 목표를 공개하지 않고 정체를 숨긴 채 토지를 매입하면서 중국이 배후에 있다는 루머가 번지기도 했다. 일각에서 땅의 매입 목적이 트래비스 공군기지를 감시하려는 중국의 계획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조 개러멘디 연방 하원의원은 “트래비스 공군기지 철책 바로 앞에 의도적으로 땅을 샀다는 것 자체가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미국 연방정부가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방정부까지 나서자 투자자들은 신도시 개발계획을 공개하고 주민들과 접촉에 나섰다. 개러맨디 하원의원은 지난 4년 간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면서 최근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 대표들이 그와 다른 지역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회의를 요청했다고 NYT에 전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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