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매립 '속도 내기'보다 ‘단층 조사’ 시급

최인 기자(=전주) 2024. 6. 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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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준설토 액상화에 취약' 연구도

전북 내륙지역인 부안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새만금 매립지 등 국가적으로 중요 지역에 대한 단층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12일 새만금지역과 인접한 전북 부안군 일원에서 진도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새만금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체를 대상으로 건축물과 내부시설에 대한 긴급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지진 발생으로 전북을 포함한 새만금지역 역시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새만금 내부에 있는 시설에 대해 긴급점검을 마쳤으며 현재까지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전북 내륙 지역을 포함해 전북 서해안 쪽, 특히 향후 매립을 통해 8800만 평의 각종 부지가 조성되는 새만금 매립지역에 대한 단층조사가 아직껏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부안지진과 관련해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전북에 지진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 2개 정도 있는데 그 중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제기된 ‘함열단층’에서 이번 부안지진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북지역은 그동안 원전 시설이 많고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경상도 지역에 비해 단층조사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기상청 역시 "이번 부안지진이 함열단층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것인지 완전히 새로운 단층에서 발생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북 부안과 김제지역의 경우 토양층이 깊은 데다 새만금지역은 매립지의 특성 상 포항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에도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새만금산업단지가 지난해 이차전지 특화지구로 선정되면서 이차전지 업체가 몰려 들고 있고 이 때문에 산업단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산업단지 확장을 위한 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2월 주요정책 브리핑에서 “새만금 기본계획과 관계없이 3~5백만 평의 추가 산단부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새만금산단의 85%가 분양된 상태라서 남아 있는 공구도 조기 매립하고 있지만 대기업들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서 산단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새만금 산업단지는 암반보다 더 연약하면서 입자가 매우 작은 갯벌에서 퍼 올리는 준설토로 매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진 발생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새만금지역의 경우 단단한 암반은 40m 지하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64년 Alaska에서 발생한 Good Friday지진(규모9.2)과 같은 해 일본 Niigata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7.5)으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했는데 피해의 원인이 ‘액상화 현상’으로 밝혀진 바 있다.

2009년 3월에 발간된 한국토목섬유학회논문집 제8권 1호에 실린 ‘상대밀도의 변화에 따른 새만금준설토의 액상화 특성’(김유성,서세관)에서 저자는 “느슨한 준설 매립층은 아주 작은 지진동으로 인해 액상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힌다.

또 “최근 공업단지나 공항 등의 대규모의 건설부지 마련을 위해 해안을 매립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느슨한 사질토로 지반을 매립할 경우 작은 규모의 지진에 의해서도 액상화 현상이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연약한 매립지반의 경우 액상화에 대한 연구 및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새만금준설토에 대해 반복삼축시험을 통해 상대밀도와 구속압의 변화에 따른 전단특성을 검토하고 액상화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했는데,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새만금 준설토는 액상화 저항력이 다른 모래에 비해 열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4년 3월 국토교통부는 ‘지반 ’액상화‘평가 기준 마련...내진설계 안전 높인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에서 “국내에서는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 발생시 국내 최초로 액상화 현상이 관측되면서 액상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힌다.

액상화는 “포화된 지반이 지진으로 인해 강성을 잃고 고체가 아닌 액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액상화로인한 시설물 피해는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발생해 인명피해보다는 사회 인프라 피해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새만금은 입주기업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 소위 매립에 속도전을 펼치면서 매립을 하자마자 공장이 입주하는데 정신이 없는데 산업단지는 속도전으로 만들 수 없다. 매립 속도전은 ‘농지’를 만들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농사를 지을 땅을 만들면서 그곳을 산업단지로 이용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암반보다도 더 연약한 갯벌에서 퍼 올린 준설토는 입자가 굉장히 작은데 매립지가 안정화되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을 지어 입주하게 되면 지진 발생 시 내진설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부안 지진 이후 긴급 점검을 마쳤고 현재까지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그러나 매립지 하부의 액상화 진단 같은 경우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서해안 단층에 대한 조사와 세밀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오창환 명예교수는 “수변도시를 포함해 새만금 매립지에 건물이 다 들어온 다음에 단층조사를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새만금 사업은 국가 주요 사업이며, 인근에 한빛 원전시설도 있는 만큼 이번 부안지진을 계기로 단층조사의 우선순위를 변경해서라도 새만금지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만금수변도시 조감도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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