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쓰던 미국인들, 허리띠 졸라맸다”…소비 위축, 금리 영향 촉각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6. 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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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소비의 나라다. 미국 경제는 소비에서 시작해 소비로 끝난다. 과정은 이렇다.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소비를 늘린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자동차를 바꿀 때가 돼서 차를 사는 경우도 있고, 애플 아이폰 신제품이 나오면서 구매가 급증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들은 생산을 늘린다. 자동차나 휴대폰의 생산은 연관된 부품들의 생산 증가를 동반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기는 상승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소비가 위축되면 생산이 줄어들고 경기는 하강곡선을 그린다. 미국에서의 소비는 경기의 하강과 상승 국면 초기에 나타나는 징후다.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다. 국가별로 소비가 경기를 주도하는 나라가 있고 기업들의 투자가 주도하는 국가도 있다. 숫자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68.9%에 달한다. 이 비중은 민간투자(18.2%)나 정부지출(17.1%), 수출(11.1%)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3%정도다. 미국보다 20%포인트 이상 낮다. 반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6.6%로 미국보다 4배 이상 높다. 이런 지표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수출이 경기를 주도하고 미국은 소비가 경기를 주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제지표를 볼 때 소비를 가장 눈여겨 봐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구재 소비-개인소비지출 모두 가파른 하락세
최근 들어 미국 소비가 흔들리고 있다. 몇 가지 지표로부터 확인된다. 미국 상무성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의 상품소비증가율은 2024년 1분기 -1.9%(전기대비연율)를 기록하며 2021년 3분기(-8.5%)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 1분기 미국 GDP증가율은 1.3%를 기록하며 그다지 나쁘지 않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1분기 GDP는 서비스소비(3.9%), 민간투자(3.2%), 정부 소비·지출(1.3%) 등의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 즉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주택 교통 건강관리 등 서비스 소비는 늘렸고 기업들의 투자와 정부지출 등에 기인해 경제가 성장했다는 의미다.
상품 소비 중 내구재 소비가 2024년 1분기 4.1%나 감소해 소비감소를 주도했다. 내구재란 자동차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기기와 가구 등을 말한다. 이런 내구재는 값이 비싸 한번 구매하려면 소비자들이 큰 결심을 해야 한다.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거나 소비지출을 줄일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내구소비재 지출도 2021년3분기(-23.1%)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내구소비재의 경우 한번 생산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산업들이 많다. 이 때문에 소비감소가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품목으로 꼽힌다. 음식과 옷 연료 등 비내구성 소비는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소비 감소는 2분기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4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보다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증가율로는 2024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달인 3월 증가율이 0.7%였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2017년 달러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실질 소비지출은 4월에 0.1% 줄었다. 실질 소비지출이 준 것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소비 위축으로 인한 물가하락 국면 ... 금리인하 명분 축적
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물건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이는 미국의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4월 개인소비지출(PCE)을 기준으로 한 물가상승률은 전월보다 0.3% 올라 직전달인 3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식품과 석유 등 원자재를 빼고 계산한 코어PCE물가는 전월보다 0.2% 올라 3월(0.3%)보다 상승폭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예상치도 밑돌았다.

그동안 미국의 물가는 공급측면에서의 변동성을 반영해 출렁거렸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값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 미국에 공급되는 곡물 값도 인상돼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오를 때도 마찬가지로 미국 물가를 끌어올린다.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은 미국 내부에서의 정책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소비가 위축됨으로써 경제 내의 수요가 줄어들어 물가가 하락하는 경우는 다르다. 경기 하강이 진행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내리는 정책을 펴서 경제 내의 수요를 늘리고 이를 통해 경기를 상승시키는 정책을 편다. 이 경우 금리인하- >경제 내의 수요증가- >경기상승- >물가상승 등의 경로를 따라간다.

일련의 소비지표는 경기하강 예고 ... 美연준 대응에 촉각
6월 들어 발표된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미국 소비가 감소하면서 물가도 끌어내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비가 줄어들고 이로인해 물가가 하락하면 경제 내의 생산도 줄어든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5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7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미국 400여개 기업의 신규주문, 생산, 납품실적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후 지수로 표시한 것이다. PMI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앞으로 확장될 것을 의미하고, 50 아래면 경기가 수축될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시장의 예상치(49.6)를 밑돌았고 4월(49.2)보다도 더 떨어졌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기업도 생산을 줄이고 이로 인해 경기가 하락할 것을 현장에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의 생산이 줄어들면 고용도 줄어들고 이 경우 임금도 하락한다. 실제 미국 4월 임금상승률은 0.2%를 기록해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임금이 줄어들면 소비는 더 위축되고 이로 인한 경기 위축 효과는 더 커진다. ‘소비감소- >생산 감소- >고용감소- >임금하락- >소비감소’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반면 6월 발표된 비농업고용자수는 시장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27만2000명을 기록해 고용시장은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살펴보면 6월 미국경제에는 각종 지표들이 혼재돼있다.

1분기 GDP를 시작으로 4월 개인소비지출, 5월 제조업 PMI등 일련의 소비 생산 지표가 모두 경기하강을 예고하면서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5월말 연4.6%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6월 들어 4.3%대까지 하락했다. 반면 비농업고용자수가 발표되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세로 반전했다. 일반적으로 경기둔화가 예상되면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경기 상승이 예상되면 금리는 올라간다. 이런 지표들이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한두 달 지표를 가지고 미국경제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6월 들어 일부 고용지표를 제외하고 소비지표에서 부터 시작해 생산, 경기지표까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분명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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