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은 졌지만 전대는 이긴다? ‘권토중래’ 노리는 한동훈

박성의 기자 2024. 6. 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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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韓 출마론…“캠프 이미 꾸려” 결심 임박 관측
‘어대한’ 기류에 당권 경쟁자들 일제히 ‘견제구’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법무부 장관에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 패배 후 야인으로. 윤석열 정부 2년, '꽃길'과 '가시밭길'을 동시에 걸었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재기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한 전 위원장이 측근들에게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거 캠프 실무진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 내에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다만 총선 전과는 그가 처한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총선 정국에서의 갈등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親윤석열)계는 그의 우군이 아닌 '앙숙'에 가까워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선 총선 패배의 책임론도 여전하다. 그를 둘러싼 갖은 추측과 정치권의 분주한 손익계산 속, 한 전 위원장은 과연 '권토중래'에 나설 수 있을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br>

"캠프 이미 꾸렸다" 힘 받는 '한동훈 출마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 전 위원장은 이달 들어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측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측근들과 가진 식사자리에서 "전당대회에 나가면 내가 이긴다"며 출마 의사는 물론 당선 자신감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출마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미 전당대회를 준비할 팀과 캠프는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원외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돕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원내 사람(국회의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통상 총선 패장은 빠르게 잊혀지고, 정치적 내리막길을 걸었다. 과거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됐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각각 2016년 20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적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이들은 원외에 머물면서 대권 가도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장으로는 이례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총선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설, 이후 도서관 등에서 찍힌 일상, '지구당 부활' 등 SNS를 통해 주기적으로 밝혀온 그의 정견 등에 언론‧정치권 시선이 쏠리면서다. '정치 셀럽'이자 전투력 높은 투사로 분류되는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 전 위원장이 등판한다면 여당뿐 아니라 야권 및 대통령실도 그의 당선 여부에 주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김정숙 특검법' 등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입장에 따라 여야 관계 및 당정 관계가 크게 요동칠 수 있어서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의 출마 및 당선 여부, 출마의 긍‧부정 효과를 바라보는 정치권 내 시선은 갈린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1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웰빙'이다. 리더십과 절박함이 보이지 않으니 지지층이 한동훈 출마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의 이 상태를 수습하고 당을 정상화 시켜야 되는데 그 사람이 누구겠나. '한동훈 밖에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전 위원장의 등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새 대표가 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은 극심한 내홍에 직면할 것이고 정권 위기는 가팔라 질 것이다. 그러면 한 전 위원장이 정치권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지금은 한동훈의 시간이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경원·윤상현·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이종현

나경원‧김재섭‧안철수…당권 경쟁자는?

'어대한'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다른 당권 주자들의 견제구가 강하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내려간 한 전 위원장이 두 달 만에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자 자가당착이란 지적이다.

나경원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싸움의 전장이 국회 중심이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원외 인사인 한 전 위원장의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발언이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누구를 겨냥한 게 아니라 리더십에 관한 답변"이라며 "좋은 리더십의 대표가 우리와 함께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사랑을 다시 받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잠재적 당권 주자 윤상현 의원 역시 같은 날 SNS에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하며 "총선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한 분도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비대위원장에서) 뭐 하러 사퇴했나"라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지난 1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한 전 위원장의 출마와 관련해 "보수주의의 본질은 '책임'"이라며 "이에 근거해서 봤을 때 지금은 '한동훈의 시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출마설이 제기되는 안철수 의원 또한 11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최근 한 전 위원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비판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뭘 고쳐야 한다고 보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국민을 위해 민생을 어떻게 살릴지 미래 비전을 말씀하셔야지, 무조건 야당만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어대한' 기류를 흔들 변수로 김재섭 의원의 출마 여부가 부상했다. 87년생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초선으로, 보수 험지로 분류되는 도봉갑에서 생환에 성공하며 정치력을 인정받았다. 비윤계뿐 아니라 당내 친윤계도 'OB'들로는 '어대한' 바람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김 의원에게 힘을 실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관련해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최근 김재섭 의원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나이에 맞지 않는 무게감을 가진 당의 인재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결심"이라고 말했다.

당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김 의원은 14일 국회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권 도전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당이 어려운 상황이고 그 가운데서 제 역할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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