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이들이 찾은 건 연애, 남매 그리고 가족이었다('연애남매')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X 웨이브 예능 <연애남매>가 끝났다. 그 결과는 세 커플 탄생. 세승과 정섭, 윤하와 윤재 그리고 지원과 용우가 최종커플이 됐다. 마지막에 이르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끝장날 것 같았던 세승과 정섭은 정섭의 누나 윤하가 일종의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극적으로 다시 이어졌다. 동생이 말 표현을 잘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누나가 나서서 세승을 설득했고, 정섭이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처럼 눈도 못마주치며 해명을 하는 귀여운 모습에 세승은 다시 무장해제됐다.
이 장면은 <연애남매>가 여타의 연애 리얼리티와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너무나 서로를 잘 아는 혈육이 함께 하고 있어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해결해주기도 하는 상황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 연애와 남매의 결합은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할 것 같은 느낌을 줬지만, <연애남매>는 혈육이어서 꺼내놓게 되는 가족의 서사를 프로그램 안에 담을 수 있었다. 연애라고 하면 남녀 두 사람이 만나 서로 감정을 나누는 일 대 일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기존의 연애 리얼리티가 거기에만 주로 집중했던 것과 달리, <연애남매>는 그 사람의 뒤편에 놓인 가족과의 삶이 만들어낸 고유의 서사들을 그 인물의 매력으로 끄집어냈다.
처음부터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던 윤하와 윤재는 중간에 살짝 흔들리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서로에 대한 마음이 더 단단해졌고 그래서 끝내 최종커플로 남았다. 한편 초아와 초반부터 시종일관 '공식 커플'처럼 굳어져왔던 용우는 싱가폴 여행 이후부터 심경의 변화를 겪었다. 아예 다른 사람에게는 곁 자체를 주지 않았던 용우의 눈에 다른 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원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지원 역시 재형과 싱가폴에서의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대관람차에서 삐끗해진 관계는 끝내 회복되지 못했고 결국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용우에게 이끌렸다.
결국 이렇게 세 커플이 탄생했지만, <연애남매>는 어쩌면 그런 커플 선택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찾아냈다. 그건 남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다. 이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함으로써 그간 잘 몰랐던 혈육에 대해 알게 됐고 때론 소원하기도 했던 그 관계가 회복된 것이 너무나 소중함 경험들이었다고 말했다. 세승과의 오작교를 끝내 이어준 누나에 대한 무한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정섭이나, 타인들에게는 마음을 쓰면서 정작 혈육끼리는 툭탁대기만 했던 자신들을 돌아보게 됐다고 한 윤재와 지원,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든든한 오누이의 정을 보여준 철현과 초아 모두 남매라는 관계를 통해 혈육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마음이 엇갈려 아픈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재형은 끝내 지원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시종일관 재형에 대한 마음을 보였던 주연 역시 쓰린 경험을 했으며, 용우의 마음이 변해 초아 역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들의 아픈 마음과 상처를 토닥여준 건 역시 그간 시간을 함께 해온 그들이었다. 용우는 재형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그의 말을 들어줬고, 자신의 단점 때문에 커플이 되지 못하는 게 아닌가 낙담하는 주연에게 윤하는 "무슨 단점이냐"며 "장점만 찾아도 바쁜 인생"이라는 조언과 함께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눈물을 흘렸다.
특히 아픈 가정사로 가족의 온기를 많이 느껴보지 못해 그 갈증이 컸던 초아와 철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된 인연들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했다. 가족의 따뜻함을 그 안에서 느낄 수 있어서였다. 초아는 그래서 끝내 용우와 관계가 이뤄지진 못했지만 이 과정들을 통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고 했고, 철현은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 것이 너무나 좋아 프로그램이 끝나고 혼자로 돌아갔을 때가 두렵기도 하다고까지 했다.
<연애남매>는 이처럼 기존의 연애 리얼리티에서는 느낄 수 없던 다양한 감정들을 꺼내놓았다. 그건 혈육 간의 가족애이기도 하면서, 또 새로이 만난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유사가족의 훈훈함 같은 것이도 했다. 또 한 사람이 그저 홀로 그런 성격과 마음을 가진 존재로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자라나고 그 속에서 형성된 매력적인 자아들이 서로 만나 새로운 관계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줬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도 <연애남매>는 다양한 요소들을 담았다. 연애 리얼리티 특유의 관찰카메라가 포착하는 달달한 맛과 더불어, 작은 음악회 같은 걸 통한 장기자랑의 재미요소가 더해졌고 후반부에는 싱가폴로 떠나는 여행 예능의 묘미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의미와 가치를 갖는 건, 기존 연애 리얼리티 트렌드에 주로 머물러 있었던 관찰 카메라의 관계가 가족이나 남매 같은 보다 확장된 관계 속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환승연애>에 이어 <연애남매>를 통해 계속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온 이진주 PD의 다음 도전도 기대하게 됐다. 연애에서 남매로 그리고 가족으로 관계를 넒혀놓은 <연애남매>의 시도가 또 다른 도전으로도 이어지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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