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만나기 어려웠는데…" 2030 女, 소개팅 앱에 몰린다 [유지희의 ITMI]

유지희 2024. 6. 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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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나 결혼했어요. 올여름 사랑스러운 딸을 출산합니다."

박 씨는 종교 등 세부 조건을 고를 수 있는 한 소개팅 앱으로 남편을 만나 2년 6개월간의 연애 끝에 지난해 11월 결혼했다.

앱 개발사 네오메트릭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하루야소개팅의 20대 초반 대학생 사용자 중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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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만추' 기대하는 여성들
소개팅 앱 위피 "지난달 기준 남녀 성비 3대 2로 완화"
소개팅 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앱 내에서 만난 커플이 결혼으로 가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제보자 중 한명의 실제 결혼식 장면/사진=유지희 기자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나 결혼했어요. 올여름 사랑스러운 딸을 출산합니다."

지난해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에 신혼집을 마련한 박모 씨(27)는 한눈에 봐도 배가 많이 부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박 씨는 종교 등 세부 조건을 고를 수 있는 한 소개팅 앱으로 남편을 만나 2년 6개월간의 연애 끝에 지난해 11월 결혼했다. 그는 "첫 만남에 5시간 동안 얘기를 했다"며 "지인이 소개팅 해줬을 때도 이렇게까지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없어 만난 지 1년 뒤쯤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개팅 앱이 대중화하면서 여성 이용자가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MZ(밀레니얼+Z)세대 연애 트렌드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인만추(인위적인 만남추구)'에 이은 '앱만추(앱에서 만남 추구)'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소개팅 앱이 대중화한 결과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개팅 앱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남성 비중이 훨씬 높은 소위 '남초' 구도가 다소 경감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입자 500만명을 보유한 소개팅 앱 '위피'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앱의 신규 가입자 중 여성 비중은 4명 중 1명꼴이었지만 지난달에는 5명 중 2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여성의 앱 체류시간도 2022년 2.7시간에서 지난해 3.3시간으로 20% 증가했다. 

또다른 소개팅 앱 '하루야소개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앱 개발사 네오메트릭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하루야소개팅의 20대 초반 대학생 사용자 중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소개팅 앱을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한경닷컴이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인스타그램 내 설문을 통해 20~30대 남녀 1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소개팅 앱을 통한 만남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씨와 이탈리아 남자친구의 데이팅 앱 '범블' 첫 대화/사진=유지희 기자


서울 소재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25)는 소개팅 앱에서 인연을 맺은 이탈리아 대학생과 두달째 데이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해외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데 현지에서는 앱으로 이성을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였다"며 "원하는 여러가지 조건을 미리 설정해 만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소개팅 앱에 가입 절차를 보면 앱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먼저 본인 명의의 휴대폰 인증을 한 뒤, 개인정보를 기입한다. 항목은 성별, 생년월일, 거주지, 키, 체형, 종교, 음주와 흡연 여부, 학력, 직업 등뿐 아니라 성격유형검사(MBTI)와 취미, 이상형 등 다양하다.

기입 정보를 기반으로 앱이 이성을 추천해 주거나 나에게 맞는 이성을 본인이 직접 찾아 매칭하는 구조다. 앱에서 이성에게 호감 표시를 하거나 대화를 걸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 이용권을 사야 한다. 이성 만남뿐 아니라 최근 AI로 만드는 이상형, 나의 외모 평가받기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간호사 김모씨(31)도 소개팅 앱에서 남자친구를 만나 9개월째 사귀고 있다. 김씨는 "입력한 정보를 기반으로 만나더라도 여러번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남자친구와 만날 수 있었다"며 "여자가 많은 직장에서 바쁘게 일하다보니 남자친구를 만나기 어려웠는데 앱을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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