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 녹인 BTS RM의 솔로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 

김영대 음악 평론가 2024. 6. 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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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로서 인간적·예술적 고뇌 담아 발매하자마자 美 빌보드 차트 상위권 안착

(시사저널=김영대 음악 평론가)

BTS(방탄소년단) RM의 새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에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국내외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엿보인다. 이들은 RM과 어색하면서도 기이한 장면들을 연기해 키치(kitsch)하면서도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모든 상황이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RM의 굳은 표정에 주목해 본다. 내가 왜 여기 이들과 존재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상황 자체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그의 자각을 통해 모순적인 공존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솔로 2집을 통해 본 'BTS' RM 김남준의 삶

솔로 2집에 수록된 곡들은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을 다양하게 오간다. 이를 통해 '소통의 오류'와 같은 기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감정을 잠깐이라도 느끼지 않는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같다는 기분. 그들이 내게 하는 말들이 정작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어서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그 묘한 긴장감과 어긋남, 그리고 그 감정들에서 비롯되는 모순된 감정이야말로 이 앨범의 핵심적 주제의식이다. 이 괴리의 감정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예술이 돼 인간 김남준(RM 본명)을 몰래 엿보게 한다. 일부러 열어놓은 작은 문틈처럼 우리를 끌어당긴다.

RM의 솔로 커리어는 BTS의 멤버가 된 이래 그가 느껴야 했던 모든 고민의 집합체라 말할 수 있다. 첫 믹스테이프 《RM》은 '아이돌 래퍼'로서 느껴야 했던 울분에 찬 자기 증명의 시도였다. 두 번째 믹스테이프인 《mono》는 팝 스타가 된 RM이 가진 정체성의 혼란과 외로움을 대변하는 은밀한 플레이 리스트였다.

첫 정규앨범인 《indigo》를 통해 그는 커리어 처음으로 BTS와 완전히 구분되는, 즉 아티스트 김남준으로서의 RM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하기에 이른다. 《Right Place, Wrong Person》을 통해 그는 BTS의 성공을 통해 특권처럼 쥐고 있던 스타로서의 위상을 완전히 놓아버린다. 오히려 더 작고 평범한, 그렇지만 더욱 솔직한 개인으로 거듭나려는 중이다.

누군가는 '왜? 굳이?'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같은 행보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RM은 이 과정들을 통해 단순한 K팝 스타가 아닌 '예술가'의 자세를 보여줬다는 점은 분명하다. K팝 스타와 예술가의 차이는 보통 그 중심을 '바깥에 두느냐, 안에 두느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시절의 솔로곡 《Persona》에서 시작돼 이번 앨범의 수록곡 《Groin》에서도 반복된 주제지만, 그는 맞지 않는 옷을 언제든 벗어던질 각오가 돼있다.

평범한 체육복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나는 나만 대표한다"고 말하는 김남준(RM). 이걸 '보여주기식' 허세라고 꼬아보기엔 그가 데뷔 이후 보여준 음악적 여정과 생각의 흐름은 지극히 일관성 있다. '어긋남'과 '모순'이 주는 혼란스러움이 주제의식인 이 앨범의 의도를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음악적 요소가 있다. 비대칭적이면서 비연속적인 리듬감과 거친 사운드의 조화다.

《Nuts》의 불친절하고 단절적인 리듬 편곡과 불협은 이어지는 《out of love》에서 잔뜩 이펜터가 걸린 거친 소리를 통해 인간관계의 가벼움을 보여준다. 불신에 대해 보내는 냉소적인 시선까지 멜로디를 통해 완벽하게 그려낸다. 프로그레시브 재즈 특유의 비정형적 리듬감과 화성에 떠도는 거친 보컬이 앨범을 통해 시종일관 뜻 모를 이질감과 불안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mono》 앨범에서부터 이어지는 '이중성'에 대한 고찰은 밝게 내달리는 《LOST!》의 변주에서조차 드러나고 있다.

RM의 새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 ⓒ연합뉴스

K팝 스타 넘어 예술가적 자질 보여준 RM

김남준의 예술가적 모순은 사랑과 관계에 대한 냉소로 시작된 앨범이 《Around the world in a day》라는 낭만의 순간을 지나 혼자만의 예술세계지만 그걸 몰래 훔쳐보는 사람이 떠나가지 않길 바라는 "ㅠㅠ"에 이어 "Come back to me"라는 절절한 호소로 마무리된다. 빈틈없는 서사적인 완결성마저 확보한다.

K팝에서 아티스트란 노래와 춤을 소화하고 해석하는 퍼포밍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을 기획하고 만드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망라하는 종합적 개념이다. 하지만 고전적인 의미에서 아티스트란, 그 절대적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고민하고,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임하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RM의 이번 앨범은 아티스트 김남준의 의식과 의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예술가적 작업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예술적 비전이 음악의 완성도 자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음악세계 바깥의 외부적 요인에 신경 쓰지 않은 날것, 그 자체의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티스트가 되기로 선택한 RM의 진정성은 오직 RM이라는 페르소나를 통해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적어도 그가 예술을 놓지 않는 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맞는 곳에 서있는가" "나는 이방인이 아닌가"라는 등의 인간적·예술적 고뇌 역시 그 답이 얻어지기보다는 평생을 짊어지고 갈 영원한 미스터리 같은 것이다. 그 의문은 우리를 욕망하게 하고, 방황하게 하고, 괴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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