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칩 설계 선구자’ 콘웨이 전 미시간大 교수 별세

김태훈 2024. 6. 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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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전제품의 핵심인 마이크로칩 설계의 선구자인 여성 컴퓨터과학자 린 콘웨이 전 미시간대 교수가 86세를 일기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콘웨이는 원래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성정체성 혼란 끝에 수술을 받고 여성이 된 사연으로 유명하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시간대는 이날 "콘웨이 전 교수가 지난 6월9일 타계했다"고 발표했다.

고인은 1998년 은퇴할 때까지 미시간대 공대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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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드-콘웨이 혁명’의 주역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으로 전환

오늘날 가전제품의 핵심인 마이크로칩 설계의 선구자인 여성 컴퓨터과학자 린 콘웨이 전 미시간대 교수가 86세를 일기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콘웨이는 원래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성정체성 혼란 끝에 수술을 받고 여성이 된 사연으로 유명하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시간대는 이날 “콘웨이 전 교수가 지난 6월9일 타계했다”고 발표했다. 고인은 1998년 은퇴할 때까지 미시간대 공대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구체적인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린 콘웨이(1938∼2024) 전 미국 미시간대 교수. AP연합뉴스
고인은 1938년 뉴욕주(州) 마운트버논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이름은 ‘로버트 샌더스’였다. 샌더스는 남자아이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여자아이처럼 행동했다. 성장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놓고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공부를 썩 잘했던 샌더스는 1955년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입학했다. 하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지닌 채 남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통 탓에 제대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샌더스는 1957∼1958년 성전환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고 결국 실의 속에 MIT를 자퇴했다.

이후 마음을 잡고 컬럼비아대 공대에 들어가 전기공학을 전공한 샌더스는 졸업 후 IBM에 입사했다. 1960년대에 그가 IBM에서 맡은 임무는 오늘날 컴퓨터 혁명의 기초가 된 슈퍼컴퓨터 개발이었다. 성정체성 혼란으로 자살 직전까지 갔던 샌더스는 1968년 마침내 성전환 수술에 성공했다. 여자로 다시 태어난 그는 이름도 ‘린 콘웨이’로 개명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사회는 트랜스젠더에 엄격했다. IBM 경영진은 “사원들이 우리 회사에서 트랜스젠더가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서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며 1968년 8월 고인을 해고했다.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2020년 IBM은 “부당한 해고였다”며 고인에게 사과하고 공로상을 수여한 바 있다.

IBM을 떠난 고인은 다른 컴퓨터 관련 기업에 취업해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1970년대에 그는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카버 미드 교수와 함께 마이크로칩을 설계하는 더 간단한 방법을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형태로 칩 설계가 이뤄졌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칩 설계를 자동화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의 이름을 딴 ‘미드-코웨이 혁명’으로 불릴 만큼 컴퓨터 산업과 반도체 과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명성이 높아진 고인은 1985년 기업을 떠나 미시간대 교수로 옮겼다. 10년 넘게 강단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과학을 가르치고 60세이던 1998년 은퇴했다. 2000년 ABC 방송은 인생의 약 절반을 남성으로 산 고인의 사연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커다란 화제가 됐다. 고인은 “성전환 수술을 결심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고 말했지만 ‘나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 나는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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