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에서 심판, 그리고 감독으로··· 여자 유도 김미정의 세 번째 올림픽 “선수들 더 믿어달라”

심진용 기자 2024. 6. 1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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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유도 대표팀 김미정 감독(왼쪽)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여자 유도 대표팀 김미정 감독(53)은 다음 달 파리 올림픽이 인생 세 번째 올림픽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72㎏급에서 일본의 다나베 요코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 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한 건 지금도 김 감독 혼자다.

2004년 아테네 대회는 심판으로 참가했다. 2002년 A급 국제심판 자격을 얻었던 김 감독은 칼날 같은 판정으로 호평을 받았고, 올림픽 심판으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누렸다.

그리고 올해, 김 감독은 이제 지도자가 되어 올림픽으로 향한다. 57㎏급 허미미와 78㎏이상급 김하윤을 비롯해 48㎏급 이혜경, 52㎏급 정예린, 63㎏급 김지수, 78㎏급 윤현지 등 여섯 체급, 여섯 선수를 이끌고 파리 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다.

김 감독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라는 좋은 성과를 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올 거라고 김 감독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직후인 2021년 여자 대표팀 새 감독으로 선임이 됐다.

부임 당시만 해도 크게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한국 유도가 워낙 침체기였다. 여자 유도는 더 했다. 1992년 김 감독 자신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도 1995년 대회 이후 맥이 끊겼다. 파리 올림픽을 43일 앞둔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팀 선수촌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그간 워낙 침체였기 때문에, 당장 메달보다도 다음 세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려 처음에는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여자 유도 대표팀 허미미(왼쪽)가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여자 유도 대표팀 김하윤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하지만 선수들을 지도해보니 욕심이 생겼다. 막상 세계대회에 나가보니 한국 선수들이 세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하윤이 여자 78㎏ 이상급에서 우승했다. 남녀 통틀어 한국의 유일한 금메달을 따냈다. 김하윤이 결승전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김 감독도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기뻐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7㎏급 허미미가 우승했다. 여자 유도 29년 만의 세계선수권 제패였다.

김 감독은 “선수 때보다도 오히려 더 욕심이 나는 것 같다. 선수들 운동하는 걸 보면 제가 선수 생활할 때 생각이 많이 난다”며 “그러다 보니 선수들보다도 제가 더 앞서나가려 할 때가 있어서, 그걸 제어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고 웃었다. 김 감독의 올림픽 목표는 일단 “색깔과 관계없이 메달 2개”다. 물론 금메달을 따면 가장 좋다. 세계랭킹이나 최근 전적 등을 고려하면 허미미와 김하윤이 가장 큰 기대주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재일교포 출신인 허미미에 대해 “일본에서 유도를 시작했지만, 기술적으로 아주 좋은 건 아니다. 본인도 그렇게 얘기를 한다”면서도 “중심이 굉장히 좋다. 시합을 보면 알겠지만, 허미미가 넘어져서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허미미는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장점이 많다. 세계선수권 금메달까지 따면서 동기부여도 굉장하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크다”고 덧붙였다.

여자 최중량급의 김하윤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파리 올림픽 메달까지 노린다. 김 감독은 “김하윤은 체격과 비교해 정말 빠르고, 감각이 굉장히 좋다”면서 “헤비급 선수인데 다른 종목도 못 하는 게 없다.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할 정도”라고 칭찬했다. 그는 1991년 세계선수권 당시 여자 최중량급인 72㎏이상급에서 우승했던 문지윤을 언급하며 “그 선수의 장점도 바로 발이 빠르다는 거였다. 김하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최근 여자 유도의 부진에 대해 “사실 과거 메달을 땄던 선수들도 10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면서 “갑작스럽게 거의 모든 1진급 대표 선수들 세대교체가 되다 보니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갑자기 성적을 낼 수가 없는 건데,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외국 선수들을 상대할 만하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을 더 믿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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