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에서 심판, 그리고 감독으로··· 여자 유도 김미정의 세 번째 올림픽 “선수들 더 믿어달라”
여자 유도 대표팀 김미정 감독(53)은 다음 달 파리 올림픽이 인생 세 번째 올림픽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72㎏급에서 일본의 다나베 요코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 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한 건 지금도 김 감독 혼자다.
2004년 아테네 대회는 심판으로 참가했다. 2002년 A급 국제심판 자격을 얻었던 김 감독은 칼날 같은 판정으로 호평을 받았고, 올림픽 심판으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누렸다.
그리고 올해, 김 감독은 이제 지도자가 되어 올림픽으로 향한다. 57㎏급 허미미와 78㎏이상급 김하윤을 비롯해 48㎏급 이혜경, 52㎏급 정예린, 63㎏급 김지수, 78㎏급 윤현지 등 여섯 체급, 여섯 선수를 이끌고 파리 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다.
김 감독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라는 좋은 성과를 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올 거라고 김 감독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직후인 2021년 여자 대표팀 새 감독으로 선임이 됐다.
부임 당시만 해도 크게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한국 유도가 워낙 침체기였다. 여자 유도는 더 했다. 1992년 김 감독 자신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도 1995년 대회 이후 맥이 끊겼다. 파리 올림픽을 43일 앞둔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팀 선수촌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그간 워낙 침체였기 때문에, 당장 메달보다도 다음 세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려 처음에는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선수들을 지도해보니 욕심이 생겼다. 막상 세계대회에 나가보니 한국 선수들이 세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김하윤이 여자 78㎏ 이상급에서 우승했다. 남녀 통틀어 한국의 유일한 금메달을 따냈다. 김하윤이 결승전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김 감독도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기뻐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7㎏급 허미미가 우승했다. 여자 유도 29년 만의 세계선수권 제패였다.
김 감독은 “선수 때보다도 오히려 더 욕심이 나는 것 같다. 선수들 운동하는 걸 보면 제가 선수 생활할 때 생각이 많이 난다”며 “그러다 보니 선수들보다도 제가 더 앞서나가려 할 때가 있어서, 그걸 제어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고 웃었다. 김 감독의 올림픽 목표는 일단 “색깔과 관계없이 메달 2개”다. 물론 금메달을 따면 가장 좋다. 세계랭킹이나 최근 전적 등을 고려하면 허미미와 김하윤이 가장 큰 기대주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재일교포 출신인 허미미에 대해 “일본에서 유도를 시작했지만, 기술적으로 아주 좋은 건 아니다. 본인도 그렇게 얘기를 한다”면서도 “중심이 굉장히 좋다. 시합을 보면 알겠지만, 허미미가 넘어져서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허미미는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장점이 많다. 세계선수권 금메달까지 따면서 동기부여도 굉장하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크다”고 덧붙였다.
여자 최중량급의 김하윤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파리 올림픽 메달까지 노린다. 김 감독은 “김하윤은 체격과 비교해 정말 빠르고, 감각이 굉장히 좋다”면서 “헤비급 선수인데 다른 종목도 못 하는 게 없다.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할 정도”라고 칭찬했다. 그는 1991년 세계선수권 당시 여자 최중량급인 72㎏이상급에서 우승했던 문지윤을 언급하며 “그 선수의 장점도 바로 발이 빠르다는 거였다. 김하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최근 여자 유도의 부진에 대해 “사실 과거 메달을 땄던 선수들도 10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면서 “갑작스럽게 거의 모든 1진급 대표 선수들 세대교체가 되다 보니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갑자기 성적을 낼 수가 없는 건데,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외국 선수들을 상대할 만하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을 더 믿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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