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olumn] 바르셀로나의 근간을 흔든 라포르타 회장의 ‘세치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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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올 감독에게, 당신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고통 받을 것이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된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차기 감독에게 남긴 조언이다. 현재 바르셀로나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 차기 감독이 겪게 될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하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재정적 어려움을 넘어서 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 바르셀로나 회장 후안 라포르타의 ‘세치혀’가 있다.
라포르타는 2003년 리그 12위까지 추락하며 반등이 필요했던 바르셀로나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003년에서 2010년까지 회장을 하는 동안 구단의 재정 문제를 해결했고, 라리가 우승 4회, UCL 우승 2회을 기록하는 등 구단의 전성기를 이룩했다. 이후 그는 2015년 회장 선거에 재출마했으나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에 밀려 낙선했고, 마침내 2021년 재정난과 메시 이적설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의 41대 회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현재 라포르타는 과거의 업적이 무색하게 비판의 도마에 올라있다.
라포르타에 대한 팬들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내려간 데에는 그의 ‘세치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자신의 선수들을 보호하기는 커녕 이들에 대한 수많은 실언을 일삼았고, 오직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그동안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언론 플레이의 희생양이 됐다.
현재 바르셀로나의 재정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2023년 기준 무려 27억 유로(약 4조 17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가지고 있고, UEFA 유럽 클럽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선수단 연봉을 지출(6억 3,900만 유로, 약 9,506억원)하고 있다. 재정적 어려움 해결을 위해 선수들의 연봉 삭감과 이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라포르타가 선수단에 취한 태도였다.
라포르타는 선수단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그는 구단 선수들에게 연봉 삭감과 이적을 강행했고, 그 과정에서 언론을 활용했다. 재정난의 이유로 주장단에게 지속적으로 급여 삭감 동의를 요구했으며 계약서 내 불법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협박에 가까운 급여 삭감을 위해 언론 플레이를 했다. 또한 구단 잔류를 희망하는 프렌키 더 용의 이적을 계속해서 강요했고, 이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우리는 그가 잔류하기를 원한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 팀은 구단 역사를 만든 레전드에게 관심이 없다.” 2022년 다니 알베스가 친정팀 바르셀로나의 행태에 강하게 비판했다.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바르셀로나를 이끈 차비 감독에 이르기까지 라포르타의 구단 레전드에 대한 대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라포르타는 자신의 공약을 불이행했다. 회장 재출마 당시 내건 첫번째 공약은 ‘메시 잔류’였다. 그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선거에서 이기면 메시가 구단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며 메시 잔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메시와의 재계약은 실패했다. 재계약이 예정되어 있던 당일 메시 측에 선수 등록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그는 메시는 물론 바르셀로나의 팬들에게 평생 사라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이후 라포르타는 메시와 팬들에게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안겼다. 2023년 메시는 바르셀로나 복귀를 강하게 원했다. 이에 라포르타는 메시를 비롯해 그의 에이전트인 그의 아버지와 회담을 나눌 준비가 됐다는 ‘말’만 했다. 그러나 실상 라포르타의 태도는 미지근했고, 결국 바르셀로나는 두번째로 메시를 놓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라포르타는 메시와 계약에 합의했는데 메시의 아버지가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진출에 관여했다며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근 몇 년간 받아온 스포트라이트와 부담감에서 벗어나 부담이 적은 리그에서 경쟁하고 싶다는 메시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메시의 이적 후 내놓은 라포르타의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입장문에서 메시에 대한 진실된 ‘이해’와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라포르타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를 ‘부담이 적은 리그’로 치부하며 해당 리그의 수준을 격하시켰다. 그리고 메시의 새로운 도전과 축구에 대한 열정 자체를 부정한 셈이다.
사비 감독에 대한 태도도 옳지 않았다. 사비는 지난 22라운드 비야레알전에서 3-5 역전패를 당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라포르타를 중심으로 바르셀로나 보드진은 그의 잔류를 설득했고, 마음을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지난 4월 25일 사비는 사임 결정을 번복하고 계속 구단을 지휘하기로 결정했고,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도 새롭게 진행 중이라 밝혔다.
그러나 한 달도 안돼서 말이 바뀌었다. 사비는 36라운드 알메리아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클럽의 재정 상황과 이로 인한 빅클럽과의 경쟁이 어려움을 밝혔다. 해당 발언이 라포르타 회장을 비롯한 보드진의 공분을 샀고, 결국 일주일 뒤 사비는 경질되고 말았다. 이로써 사임→유임→경질이라는 역사상 유례없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라포르타는 사비 경질에 대해 “마음은 그를 지키라고 했지만 머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입에 발린 자기변호를 일삼았다.
물론 사비의 전술적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맞다. 만약 그가 사임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질을 당했다면 모두가 납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팀을 위해 성적 부진에 책임감을 느낀 후 먼저 사임을 발표했다. 사비는 사임 이유에 대해 “구단의 문제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라포르타는 힘든 선택을 감행한 사비를 왜 설득한 것이며 향후 프로젝트에 대해선 왜 논의한 것인가? 라포르타가 유임을 뒤집고 내린 결정은 앞선 사비의 발언에 대한 이성적이지 못한 감정적 판단으로 느껴진다.
클럽의 레전드 선수와 감독을 이런 방식으로 허무하게 보내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행동이다. 메시와 사비는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거물들이다. 두 레전드를 ‘찬밥 신세’로 전락하게 만든 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언론 플레이를 펼치는 라포르타는 클럽 회장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입으로 흥한자는 입으로 망한다. 3년 전 명가 재건의 임무를 떠안고 회장직에 오른 라포르타는 현재 자신의 ‘세치혀’로 인해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라포르타는 3년간의 행적들로 인해 바르토메우와 더불어 구단 역사상 최악의 회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과거의 영광 재현을 기대하고 그에게 기꺼이 표를 던져준 소시오들과 바르셀로나 팬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라포르타는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남발하며 구단 선수들과 팬들을 흔들어 놓고, 이를 지키지 못했다. 또한 자기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하는 언론 플레이가 도리어 구단의 근간을 흔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회장 임기가 2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그는 지지율을 위해 일삼는 지키지 못할 약속들이 자신의 팀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그저 묵묵히 구단을 위해 일해야 할 시기이다.
글='IF기자단' 3기 이동우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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