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는 ‘잡기에 능한’ 대통령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국정 운영은 기본, 잡기도 갖춰야 진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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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this doesn’t clear the house, I don’t know what will.” (만약 이것이 사람들을 도망치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그럴지 모르겠다) |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음악외교 행사에서 머디 워터스의 블루스곡 ‘후치 푸치맨’(Hoochie Coochie Man)을 기타 연주로 불렀습니다. 쑥스러운지 연주 전에 한 말입니다. ‘clean’(클린)과 ‘clear’(클리어)는 알파벳 하나 차이지만 의미는 크게 다릅니다. ‘clean’은 깨끗하게 ’닦다’인 반면 ‘clear’는 깨끗하게 ‘치우다’입니다. ‘clear’는 치워서 빈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연주 실력이 형편없어 모두 행사장에서 도망갈 것이라는 자폭 개그입니다.
엄살을 부렸지만 실은 엄청난 록 음악 애호가입니다, X 프로필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husband, dad, (very) amateur guitarist, and the 71st Secretary of the State’(남편, 아빠, 매우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71번째 국무장관). 기타 연주자라는 사실이 미국 외교 수장보다 앞에 나옵니다. 아버지가 유명 투자사를 세운 부잣집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법대 등 정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블링컨 장관은 어릴 적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고 합니다. 에릭 클랩턴의 광팬으로 직접 작곡해 부른 노래 3곡이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에 올라있습니다. 부캐 연예인답게 예명도 있습니다. ‘ABlinken’(에이블링컨). Anthony Blinken의 줄임말인데 ‘에이브(에이브러햄) 링컨’과 발음이 같아 화제입니다.
블링컨 장관의 기타 연주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 이런 댓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Holy Shit!’(대박!). 좋은 충격을 받았을 때 쓰는 감탄사입니다. 미국 정치인 중에는 블링컨 장관처럼 흔히 ‘잡기(雜技)’라고 부르는 업무 외 재주를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딱딱하고 근엄한 정치인의 뜻밖의 재주를 알게 됐을 때 왠지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몰랐던 미국 대통령의 잡기를 알아봤습니다.
Dancing is so agreeable and innocent an amusement.” (춤은 매우 유쾌하고 정직한 오락이다) |
워싱턴 대통령이 밝힌 댄스 철학입니다. so+형용사+단수 명사가 나오는 형태는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구식 영어입니다. 미국은 남녀가 파트너가 돼서 정해진 스텝에 따라 춤을 추는 무도회 댄스(ballroom dance) 전통이 강합니다. 독립전쟁 때 워싱턴 장군은 낮에는 영국군을 격파하느라 바빴지만, 저녁에는 무도회에 참석하느라 바빴습니다. 여성들은 젊고 잘생긴 전쟁 영웅 워싱턴 장군과 짝을 이뤄 춤추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당시 한 상류층 여성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워싱턴 장군이 무도회에 입장하면 여성들은 그의 춤 신청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한번은 부관 너새니얼 그린 장군의 부인과 짝을 이뤄 3시간 반 동안 춤을 춰 상류사회의 스캔들이 되기도 했습니다. 졸지에 부인을 상관의 댄스 파트너로 뺏긴 그린 장군은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His Excellency and Mrs. Greene danced upwards of three hours without once sitting down.”(각하와 그린 부인은 자리에 한 번 앉지도 않고 3시간 이상 춤을 추더라)
What do you mean bringing a ringer into the game?” (저런 고수를 게임에 데려와 어쩌자는 거야) |
아이젠하워가 포커에 입문한 것은 8세 때였습니다. 가난한 캔자스 농촌 출신인 그는 산에서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산에서 밥 데이비스라는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데이비스는 어린 아이젠하워의 승부사 기질을 알아보고 매일 모닥불 앞에서 포커의 규칙을 가르쳐 줬습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날 때까지 10년 넘게 데이비스로부터 포커를 배웠습니다. 단순히 포커의 기술이 아니라 냉철하게 머리를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데이비스를 “영웅”이라고 불렀습니다.
웨스트포인트에서도 포커 기술은 빛을 발했습니다. 휴일에 친구들이 댄스파티에 가느라 정신이 없을 때 그는 포커 기술을 연마했습니다. 포커 게임으로 용돈을 벌었습니다. 한번은 동료들의 포커 게임에 인원이 모자라 땜빵 선수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판을 휩쓸자 당황한 동료들은 그를 데려온 친구에게 이렇게 불평했습니다. ‘ringer’(링어)는 게임에 불법적으로 참가한 선수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고수’라는 뜻입니다.
웨스트포인트 졸업 후 메릴랜드 미드 기지에 배치됐을 때 자신만큼 포커를 잘하는 동료 군인을 알게 됐습니다. 나중에 대전차군단을 지휘한 조지 패튼 장군입니다. 둘은 매일 밤을 새우며 포커를 치고 탱크 전략을 세웠습니다. 가난한 아이젠하워와 명문가 출신의 패튼은 포커 스타일도 달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차분한 방어형이었다면 패튼은 치열한 공격형이었습니다. 패튼 장군의 전차부대 구호가 아이젠하워와 포커를 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There is only attack and attack.”(공격 또 공격만이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아이젠하워와 포커를 치던 군인 한 명이 큰돈을 잃게 됐습니다. 그가 잃은 돈을 다시 딸 수 있도록 져주기 게임을 한 판 한 뒤 아이젠하워는 영원히 포커에서 손을 뗐습니다. 명예를 중시하는 군인으로서 도박성을 띤 포커를 하는 것이 자랑스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브리지 게임으로 종목을 바꿨습니다. 브리지 게임에서도 언제나 승자였습니다. 마닐라에 파견됐을 때 그의 브리지 상대는 마누엘 케손 필리핀 초대 대통령. 케손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의 브리지 실력에 감탄해 이런 별명을 붙였습니다. ‘Bridge Wizard of Manila.’(마닐라의 브리지 마법사)
You don’t play as well as I sing. But I don’t sing as well as you govern.” (내 노래 만큼 당신의 연주는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당신의 통치만큼 내 노래는 뛰어나지 않다) |
정치적 고비 때마다 음악으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196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TV 토크쇼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것이 계기로 극적으로 정치에 컴백했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등장하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백악관 주지사 만찬에 초청된 재즈 여가수 펄 베일리의 피아노 반주자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닉슨 대통령과 베일리는 만담식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참석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제럴드 포드 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 laughed so much I cried”(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었다). 이 자리에서 베일리가 닉슨 대통령을 위로한 말입니다. 국정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입니다.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숨지 않고 평상시처럼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대통령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줬습니다. 피아노 반주를 계기로 닉슨 대통령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탄핵이 아닌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전쟁이 뉴욕타임스의 고집을 꺾었습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두 달 후 크로스워드 퍼즐 코너 너를 시작했습니다. 전쟁 중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줄 오락거리가 필요했습니다. 아서 헤이즈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최고의 퍼즐 전문가를 초빙해 크로스워드 퍼즐 코너를 꾸미도록 했습니다. 오늘날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150여 개 언론매체에 신디케이션 계약으로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 퍼즐이 매일 게재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스도쿠, 워들 등 다른 형태의 낱말 게임도 선보이지만 크로스워드 퍼즐이 원탑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만큼 크로스워드 퍼즐도 어렵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뉴욕타임스 측은 어린아이도 풀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초보자 수준은 풀기 힘듭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 퍼즐을 척척 푸는 사람이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퍼즐을 푸는 멀티태스킹 능력까지 갖췄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과 전화로 외교 협상을 하면서 손으로는 퍼즐을 푸는 장면이 수차례 목격됐습니다.
그의 크로스워드 퍼즐 실력은 불우한 성장 환경에서 비롯됐습니다. 양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살면서 아침마다 아버지가 출근한 뒤 신문에서 크로스워드 퍼즐을 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처음에 지역 신문 퍼즐을 풀다가 나중에 뉴욕타임스 퍼즐로 옮겨갔습니다. 워낙 실력이 뛰어나 뉴욕타임스의 요청으로 2007년, 2017년 퍼즐 출제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말하는 퍼즐 잘 푸는 비결입니다.
You start with what you know the answer to and you just build on it.” (정답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쌓아가면 된다) |
실전 보케 360
피트는 샤일로의 개명 신청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졸리가 자신과 자녀들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이라고 했습니다. 샤일로는 현재 댄스 전문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화려한 춤 동작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동영상을 본 피트의 반응입니다.
I don’t know where she got it from. I’m Mr. Two-Left-Feet here.” (누구한테서 물려받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스터 몸치인데 말이야) |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21일 소개된 선거 영합 정치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은 지키지도 못할 선심 공약과 아부성 발언을 남발합니다. 이런 정치 관행을 ‘pandering’(팬더링)이라고 합니다 ‘대중 영합’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대선 시즌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2020년 9월 21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921/103021803/1
If I had the talent of any one of these people, I’d be elected president by acclamation.” (내가 이 사람들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됐을 텐데) |
I think hot sauce is good for you, in moderation.” (적당량의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 |
What he deserves is a Nobel Prize for Political Pandering.” (그는 정치 영합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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