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속 자작나무 숲 장면의 비밀... "생성형 AI가 알아서 그렸다"

인현우 2024. 6. 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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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인기를 끈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해인(김지원)이 헤매던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 장면은 경기 파주시에 있는 CJ ENM의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에서 찍었다.

초고해상도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자작나무 숲 이미지를 띄워 놓고 바닥에는 눈을 깔아 촬영한 것인데 사실 이 숲 이미지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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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 AI 활용 주제로 '콘텐츠산업포럼' 개최
드라마와 게임 등 영상·이미지 제작 돕는 데 생성형 AI 활용
안희수 CJ ENM 팀장이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주인공이 눈 내리는 숲을 방황하는 장면을 촬영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배경 숲은 AI를 활용해 제작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큰 인기를 끈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해인(김지원)이 헤매던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 장면은 경기 파주시에 있는 CJ ENM의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에서 찍었다. 초고해상도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자작나무 숲 이미지를 띄워 놓고 바닥에는 눈을 깔아 촬영한 것인데 사실 이 숲 이미지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안희수 CJ ENM 팀장은 12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콘텐츠산업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아티스트 한 명이 나무의 상단도, 숲의 좌우도 없는 비교적 작은 사진을 가지고 원래 이미지보다 다섯 배 가까이 큰 숲 배경을 제작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그는 특히 "원본 사진에 없는 나무의 위쪽 부분을 알아서 묘사해 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생성형 AI가 최근 글과 그림에 이어 영상까지 만들어내는 등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문화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콘진원이 14일까지 사흘 동안 연 콘텐츠산업포럼에 참석한 창작자들은 생성형 AI로 노력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결국 사람 손길 들어가야"

가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무대로 펼쳐지는 반지하게임즈의 게임 '페이크북'은 콘텐츠 일부를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와 '스테이블 디퓨전' 등을 활용해 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 캡처

특히 게임업계가 최근 생성형 AI의 발전 흐름에 적극 올라타고 있다. 인디 게임사 반지하게임즈는 8월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어드벤처 게임 '페이크북'의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았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게임 속에 구현하면서 '20대 대학생이 남길 만한 댓글'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고 사진 역할을 맡을 실사풍의 이미지는 이미지 AI '스테이블 디퓨전'을 활용해 제작했다.

넷마블도 게임 내 배경이나 초기 콘셉트 원화 등 세부 사항을 만들어주는 데 생성형 AI를 쓰고 있다. 개발자가 원화를 대략 그리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사람이 이를 다시 만져 세부 사항을 정리하는 식이다. 박성범 넷마블 AI센터 컴퓨터AI비전팀장은 "일주일 정도 걸리던 작업을 반나절로 줄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창작자들은 공통적으로 생성형 AI의 결과물을 바로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영상은 분량이 약 3, 4초를 넘기면 AI 제작물 특유의 화면이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미지도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결국 사람의 손길로 뒷마무리가 필요하다. 정보가 부족하고 이미지나 영상의 경우 생성형 AI에 '한국적 맥락'의 콘텐츠가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것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시간이 단축되고 번거로운 작업을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생성형 AI를 '창작의 파트너'로 여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현래 콘진원장은 12일 개회사를 통해 "AI가 콘텐츠 창작 동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산업도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건복 마이크로소프트(MS) 솔루션 사업부 상무는 "AI를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성을 도와주는 도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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