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신차급 중고차… 200가지 검사 끝에 ‘인증’[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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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은 항상 갈아탈 준비가 돼있다. 현재도 만족스럽지만 내 것보다 더 좋은 차가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차량 교체다.
최근에는 합리적인 소비가 늘면서 자동차 구입 경로를 다각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 전문 플랫폼이나 완성차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인증중고차에도 관심을 갖고 현재 상황에 최적화된 차를 스스로 찾아 나선다.
과거 중고차 시장은 ‘레몬 마켓(품질 낮은 제품이 유통되는 시장)’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판매자는 중고차의 실제 가치를 명확히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매자는 그 가치를 정확히 알기 힘들기에 태생적으로 중고차 거래에는 정보의 불균형이 있었다. 하지만 공적 품질 인증 절차 도입과 허위 매물 차단의 노력으로 신뢰도를 회복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업체 인증중고차는 단연 인기다. 인증중고차는 제조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정밀한 성능검사와 수리를 진행한 후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다. 일반 중고차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품질에 대한 고객 불만이 적다.
지난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하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중고차 판매업에 진출했다. 이후 국내 완성차 업체가 자사 중고차를 매입해 직접 정비와 점검을 거쳐 판매하는 인증중고차 사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KG모빌리티도(이하 KGM) 지난달부터 자사 중고차를 판매하며 국내 완성차 업체 인증중고차 시장을 키웠다. 르노코리아도 지난달 정관 사업목적에 자동차관리사업(자동차매매업)을 추가하며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제네시스 중고차는 출고 기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 자사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제품만 올린다. 총 272개 항목, 제네시스 중고차는 특화 항목 15개를 추가한 총 287개 항목을 점검한다. 첨단 디지털 진단 장비 통해 74개 항목을 자동 검사하고, 엔진룸과 외관, 침수 여부 등 178개 항목을 진단한다.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에는 지난달 8일까지 현대차 388대, 제네시스 252대를 합쳐 총 640대의 매물이 등록됐다. 세단, SUV, 고급차 등 매물이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다.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판매 차량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은 캐스퍼(1220만 원), 가장 비싸게 팔린 모델은 G90(1억2135만 원) 였다. 4월 30일까지 그랜저는 1930만~5415만 원 사이, 싼타페는 2020만~4830만 원 대의 가격으로 판매됐다. G80는 2670만~7240만 원, GV80는 4820만~8150만 원 가격대로 팔렸다. 이 가운데 그랜저(4월 30일 누적 기준)가 현대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29.7%로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이어 싼타페(14.5%), 팰리세이드(13.2%) 순서로 판매 비중이 높았다.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또는 앱에는 신차 출고 당시 가격과 사양, 모든 옵션이 명확하게 안내돼 고객들은 매물의 감가율을 정확하고 쉽게 알 수 있다. 아울러 차량 가격, 탁송료, 취등록세 및 이전 대행 수수료 이외 기타 부대비용을 받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KGM은 입고검사, 정밀진단, 성능개선, 외관개선, 상품화 점검, 인증점검, 출고검사 등 7단계를 거쳐 280여가지 항목의 진단검사를 실시해 중고차를 상품화한다. KGM은 5년,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해 소비자 구매시점 기준 1년, 2만㎞까지 무상 보증을 한다. 구입한 차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3일 내 환불해주는 ‘책임 환불제’도 운영한다. 온라인을 통한 ‘내차사기’와 ‘내차팔기’를 모두 할 수 있다.
수입차 브랜드가 운영하는 인증중고차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BMW그룹 인증 중고차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등록대수가 매년 상승하고 있다. BMW의 경우 최근 5년 기준 2019년 7326대에서 2023년 1만3098대 등 약 78% 이상 급증했다. 올해 역시 지난달까지 6171대가 판매되면서 전년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BMW그룹코리아는 중고차 거래 서비스(BMW 프리미엄 셀렉션)을 2005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12개월, 2만km 무상보증과 투명한 정비이력제공, 리스, 할부 금융서비스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사고 5년 10만km 이하의 BMW와 MINI 차량만 취급한다.
BMW는 프리미엄 셀렉션을 통해 판매 의뢰된 고객들의 차량 중 360도 서라운드 점검을 진행한다. 전체적인 외관의 상태나 재도색, 사고 유무, 손상 등 면밀한 검수를 거쳐 신차에 준하는 조건으로 수리를 마친다.
소비자들은 차량 사진과 자동차성능상태점검 등 상세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확인 가능하다. 현재 매물로 등록된 주행거리 6005km에 2024년식 BMW 520i M 스포츠(신차가 6760만원)의 경우 최초 가격보다 560만 원 낮게 거래되고 있다. 2022년 년~2024년 등록된 5시리즈 가격대는 4350만~9999만 원 선이었다. 신차 출고가도 참고사항으로 기재해놔 가격 비교가 경쟁사보다 수월했다. 이 밖에도 모델별로 차량을 구분해놔 원하는 차종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렉서스코리아는 2015년 9월 17일 렉서스 공식 인증중고차 브랜드(LEXUS CERTIFIED)를 출범했다. 렉서스 인증중고차 인기 모델은 ‘ES’로, 지난 2022년 408대에서 이듬해 663대로 62.5 %나 증가했다. 연간 판매량 또한 같은 기간 829대에서 1209대로 약 45% 올랐다.
렉서스에서 제공하는 중고차 가격은 차량의 상태와 연식, 옵션, 관리상태, 사고 유무에 따라 책정했다. 렉서스 공식 테크니션이 하이브리드 시스템부터 파워트레인, 섀시·조향 시스템 및 제동 시스템, 실내외 장치 점검과 도로주행 평가까지 191가지 검증을 거쳐 자격이 충족되는 차량에 한해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신차 구입 시 제공되는 보증기간도 활용할 수 있다. 인증 차량은 신차 구입 시 제공되는 보증(4년/10만km)의 잔여보증은 그대로 승계받고, 추가로 파워트레인 1년/2만km의 연장보증이 제공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2011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9년부터 품질 및 안전성 강화를 위해 인증 중고차 점검 항목을 기존 178개에서 198개로 확대했다.
점검 항목은 △클리닝 △차량 일반사항 △엔진 룸 △외부 점검 △차량 하부 △실내 기능 △브레이크 △도로 주행 시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총 14개 카테고리 198개의 기준들이 포함됐다.
또한 △차량 입고 △차량 육안 평가 및 검사 △중고차 성능 및 상태 점검 △최종 점검 및 상품화 요청내역 확인, △상품화 등 총 6 단계의 검사 과정을 통해 최종 인증 중고차로 판매된다.
베스트셀링 모델인 E 클래스는 2022년 11월~2024년 5월 매물 가격이 5850만~9600만 원까지 형성돼 있었다. 연식에 따라 신차 대비 가격이 평균 5~10% 내외로 소폭 낮게 거래되지만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인증중고차 2023년도 판매량(1만1890대)은 지난 2022년(1만610대)과 비교해 12% 상승했다. 판매량 높은 모델 E클래스, S클래스. C클래스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중고차는 신차에 준하는 품질뿐만 아니라 별도의 보증기간도 제공한다”며 “서비스 측면에서도 고객이 신차와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차 수준의 차량이지만 가격적인 혜택과 출고 지연이나 마이너스 옵션 등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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