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사진 작품들 속 ‘수상한 홍학’…사람 작품이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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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미국에서 열린 한 미술전에서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해 그린 그림이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엔 세계사진기구(WPO)가 주최하는 소니세계사진상 공모전에서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해 완성한 사진이 크리에이티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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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인간이 만든 콘텐츠 경쟁력 잃지 않아”
주최쪽 “의도 이해하지만 취지 안맞아 선정 취소”
2년 전 미국에서 열린 한 미술전에서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해 그린 그림이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엔 세계사진기구(WPO)가 주최하는 소니세계사진상 공모전에서 인공지능 도구를 이용해 완성한 사진이 크리에이티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제는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이나 사진, 동영상은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다. 사람의 작품보다 더 뛰어난 평가를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번에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 이미지 경연 대회에서 사람이 찍은 실제 사진이 수상작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인공지능에 도전해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셈이다.
미국의 사진작가 마일스 애스트레이(Miles Astray)는 최근 국제 사진 공모전 ‘1839 컬러사진상’(1839 Color Photography Awards) 인공지능 부문에서 ‘플라밍곤’(FLAMINGONE)이란 작품으로 심사위원 부문 3등상과 인기상을 수상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그는 플라밍고의 머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은 실제론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한 해변에서 이른 아침에 니콘 카메라(Nikon D750)로 촬영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이 만든 콘텐츠가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인공지능 사진 공모전에 실제 사진을 제출했다”며 “이 사진은 인공지능 사진 경연에서 상을 받은 최초의 실제 사진”이라고 말했다.
애스트레이에 따르면 이 사진 속의 홍학은 머리가 없는 것처럼 보여 인공지능 생성물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는 홍학이 고개를 숙여 부리로 배를 긁고 있는 장면이다.
“인공지능, 잠재력 있지만 한계·위험 더 커”
그는 “심사위원단을 속인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인공지능을 엿먹이는 것에 깃든 윤리적 함의가 관람객을 속이는 것의 윤리적 함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실험을 통해 대자연보다 더 환상적이고 창의적인 것은 없다는 나의 생각을 확인하게 돼 기쁘다”며 “새로운 기술을 악마화하지 않고 그 잠재력을 보고 있지만, 지금은 그 한계와 위험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모전을 주관한 크리에이티브 리소스 콜렉티브(Creative Resource Collective)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수상자 목록에서 이 사진을 삭제하고 다른 인공지능 작품으로 대체했다.
주관단체 대변인은 성명에서 “각 카테고리에는 이미지가 충족해야 하는 뚜렷한 기준이 있는데, 그가 말했듯이 그의 작품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부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그가 지적한 점을 이해하지만, 다른 아티스트의 수상 기회를 막고 싶지는 않다”고 삭제 배경을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이번 결정이 인공지능에 대해 걱정하는 다른 사진작가들에게 경각심과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신설된 이 공모전의 심사위원단은 뉴욕타임스, 게티 이미지, 크리스티스(미술품 경매업체)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사진전 이름인 ‘1839’는 프랑스의 발명가 루이 다게르가 다게레오타입이라는 최초의 사진 현상 기술을 선보인 해를 뜻한다. 세계 사진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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