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중고장터에 내놔요, 이것 사려고”…45세에 꿈 좇은 이 사람 [더인플루언서]
사소한 일상이나 경험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이에 따라 영상으로 일상, 취향, 여행기를 기록·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브이로그(Vlog)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다. 과거에 일상을 텍스트로 기록했다면 이제는 영상으로 찍어 기록하는 것 보편화된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콘텐츠로 소비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는 분석이다.
브이로그 주제는 요리, 뷰티, 운동, 공부, 육아, 쇼핑 등 각양각색이다. 직장 생활, 알바 등 날것의 일상을 기록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조용히 팬덤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잔잔한 일상을 공유하면서 때때로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면서 기존 구독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신규 구독자 유입을 늘리는 식이다.
특별한 ‘경험’ 콘텐츠의 경우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한 번에 조회수가 ‘떡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송 작가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하고 KAIST 공학부 대학원을 수료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아마존닷컴으로 구매한 우라늄 원석으로 만든 ‘방사능 목걸이(2010)’, 대량살상무기에 맞서 사랑과 평화의 말을 발사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2007)’ 등 독특한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 그는 번개장터와 함께 진행한 ‘요트 프로젝트’로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송 작가가 세계 일주를 하기 위한 요트를 사기 위해 자신이 좋아했던 모든 것들을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이후 그는 세계적인 요트 대회에 참가했고, 이 과정을 소상히 유튜브 등에 공유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송 작가를 만나 도전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저는 미디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송호준입니다. 기술을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퍼포먼스형 작가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송호준의 요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20년 MBC 다큐멘터리 예능 <요트원정대>에 출연하면서 바다의 매력에 빠졌어요.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삶을 꿈꾸며 육지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정리하고 우주가 아닌 바다로 향하기로 결심하게 됐죠.
=번개장터에서 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면서 2020년 10월부터 약 1년간 그의 요트 구매를 위한 중고거래를 지원하는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번개장터를 통해 제가 갖고 있는 물건을 팔아 시드머니를 마련했어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꿈으로 이어지는 중고거래의 선순환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몇개의 물건을 팔았나요.
=번개장터를 통해 약 250개 물건을 팔아 대략 4100만 원 정도를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개인 자금을 보태 2021년 6월 1억 원대의 중고 요트를 구입하는데 성공했죠. 그 이후 2년 6개월에 걸쳐 1만 3000km를 항해했습니다.
-송 작가의 상점엔 어떤 제품들이 있었나요.
=상점에는 낚시, 캠핑용품과 같은 취미 관련 물품을 내놨습니다. 또 직접 만든 인공위성, 방사능 목걸이까지 지금까지 관심을 가졌던 다양한 분야의 ‘덕력’이 느껴지는 품목들도 팔았어요.
‘뮤지션 송호준의 악기’, ‘아티스트 송호준의 작업물’, ‘공대형 송호준의 기계부품’, ‘자유영혼 송호준의 아웃도어’ 등 저를 표현하는100여 가지가 넘는 아이템을 올렸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네. 아마추어 팀을 결성해서 프로선수들이 출전하는 요트 대회에 나갔어요. 초기 대회에서는 꼴찌를 도맡았어요. 이후엔 조금씩 성과가 나왔습니다.
2023 부산 슈퍼컵 국제 요트대회 3위, 2023 남해안컵 국제 요트 대회 5위 등을 기록했어요. 올해 3월엔 60년 역사의 롤렉스 차이나 씨 레이스(Rolex China Sea Race)에 한국팀 최초로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5일 20시간 28분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완주했죠. 종합 14위, 작년 우승팀이 속한 IRC3그룹에서 3위라는 기록을 세웠고요.
경기에 참가하며 두 팀이 탈락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저희 팀(팀 랜덤)이 안전하게 경기를 끝낸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출발 직후 돛이 찢어지고, 출발 중간쯤에 싱크대에서 물이 차오르고 보트가 물에 잠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경기를 마쳤습니다.“
-요트를 타면서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유는요.
=올해 경주에 참가한 팀들 모두가 입을 모아 기후가 이상하다고 했어요. 정기적으로 이 경주에 참가하는 팀도 많은데, 올해가 특히 특이하다고 하더라고요. 4월에 경주가 열리는 것도 이 시기에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인데, 지구 온난화 탓에 경기 기간 동안 바람이 거의 없었고 또 기온도 유난히 높았습니다.
새 것을 사서 사용한 뒤 쉽게 버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소비가 바다를 병들게 하고, 지구 온난화를 앞당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돛에 새겨진 ‘소비를 지속 가능하게 하다’라는 메시지를 더욱더 가슴에 새기게 됐죠.
-요트 프로젝트로 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나요.
=전 재산을 다 팔고 요트를 사려고 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는데, 저를 보며 ‘나도 이 정도는 내 뜻대로 해도 괜찮겠지’ 하는 용기를 얻었으면 했어요.
내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 가에 대한 문제죠. 제가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의 시선이나 당장 눈 앞에 처리해야 하는 일들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미루거나 숨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요트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당시 제 나이가 4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치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다시 새롭게 뭔가를 도전한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 것들이 일종의 무력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죠. 새로운 도전(요트 프로젝트)를 통해 ‘꽉 물고 다시 살아보자’는 열정이 되살아 났어요.
-요트로 세계 일주, 어떻게 가능했나요.
=저는 집이나 차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요. 요트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럭셔리한 것으로 인식돼 있지만, 사실 요트는 ‘바람과 물의 흐름을 읽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정직한 진리가 통하는 스포츠입니다.
저 역시 돈이 있어서 요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가진 물건을 팔아서 시작할 수 있었죠. 어떤 물건이든 한 번의 구매로 생명이 끝나지 않고 충분히 2차, 3차 거래를 통해 새 생명을 찾을 수 있기에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요트’를 계속 타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요.
=취향을 고도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 베타버전 보드 게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는 이유는 계속 요트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개인 홈페이지도 있고,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통해 팬분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요트 프로젝트 처럼 남들이 쉽게하지 못하는 경험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에 공유할 생각이 있나요?
=요트를 타면서 그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단편 영화 같은 형식으로 출품을 할 생각도 있어요. 다만 유튜브 채널화에 대해선 구상 정도가 있는 단계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나요.
=세계 요트 대회에 계속해서 출전하는 것입니다. 번개장터의 중고거래와 함께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1962년에 시작해 롤렉스가 후원하는 국제 요트 대회로 아시아 유일의 ‘카테고리 1’ 요트 레이싱 대회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요트 대회 중 하나로 출전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등 팀에게는 롤렉스가 상품으로 증정된다. 올해는 다양한 국가에서 요트 23척, 191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처음 참가한 한국인 팀이 주목을 받았다. 일명 ‘팀 랜덤()’. 이들은 ‘Making consumption sustainable’(소비를 지속 가능하게 하다)이라는 문구가 박힌 작은 요트로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한국팀의 출전에 현지에서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대회 출전을 위해 한국 통영에서부터 홍콩까지 10여 일간 보트를 직접 끌고 항해했다는 점, 지속 가능 소비를 전파하는 크루들의 이색적인 활동 등으로 대회 출정 전 열린 간담회에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팀 랜덤()’은 지난 3월 27일 홍콩에서 경기를 시작해 필리핀 수빅까지 약 565해리(약 1050km)를 항해, 4월 2일 결승선을 통과하며 5일 20시간 28분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최종 성적은 종합 14위. 작년 우승팀이 속한 IRC3그룹에서 3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팀 랜덤()’은 송호준 작가를 필두로 명품 브랜드 아시아 담당 포토그래퍼, ‘걸어서 세계 속으로’ 촬영 감독 등 문화예술인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요트 팀이다.
이는 3년 전 번개장터와 송호준 작가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된다. 2020년 10월부터 1년 여 동안 송호준 작가는 요트 항해를 꿈꾸며 번개장터와 ‘좋아하는 걸 위해 좋아하는 걸 팝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제로 송 작가는 번개장터에서 자동차를 비롯해 각종 취미 용품, 전자기기 등 전 재산을 팔아 4100만 원의 시드머니로 삼았다. 이후 그는 미국 카탈리나사에서 1998년 건조한 ‘카탈리나 400 마크1’ 중고 요트를 구매하는데 성공했다.
송 작가는 국내외를 돌며 2년 6개월에 걸쳐 7000해리(약 1만 3000km)를 항해했다. 아마추어 요트팀을 이끌며 유수 국제 요트 대회에서 프로 선수들과 겨뤄 좋은 성적 (2023 부산 슈퍼컵 국제 요트대회 3위, 2023 남해안컵 국제 요트대회 5위)을 거뒀다.
지금도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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