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제4이통' 또 실패…SKT·KT·LGU+ 이은 통신사 나올 수 없는 이유
서류 상의 이유? 재무 역량 우려 못 피한듯…대기업·대자본 외면이 근본 문제
제4이통 원점 재검토해야…오락가락 통신시장 정책 지적도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이은 네 번째 이동통신사 출범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정부가 신규 이통사에 도전한 스테이지엑스의 자격을 문제 삼아 주파수를 주지 않기로 했다.
이제껏 신규 이통사 도전이 8번째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게 됐다. 이번에는 신규 이통사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고 파격적인 지원책까지 내놨던 것을 감안하면 허탈한 결과다.
이통 산업에 대기업·대자본의 관심이 없었던 게 궁극적인 배경으로 거론된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을 두고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7전8기 '제4이통' 출범 또 무산…정부, 스테이지엑스 주파수 할당 안한다
문턱 낮췄지만 또다시 재정 능력이 발목…"제4이통 제도 원점 재검토해야"
조만간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장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청문절차를 개시한다. 청문 결과는 내달 초면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사실상 '제4이통' 출범은 무산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활용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추진할 신규 사업자 선정에 착수했다.
올해 1월 주파수 경매를 거쳐 4301억원를 써낸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의 계열사였다 자본독립한 알뜰폰 기업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한 컨소시엄이다. 신한투자증권과 야놀자, 더존비즈온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늦어도 6월까지 기간통신사 등록을 마무리 짓고 정식 이동통신 회사로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최종 관문을 넘지 못한 채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과기정통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 후보자격을 취소키로 결정한 표면적 이유는 서류 검증 과정에서의 결함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 2050억원이 필요서류 제출 시점인 5월 7일까지 납입 완료돼야 한다는 점을 필수요건으로 제시했지만 스테이지엑스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스테이지엑스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자본금이 1억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또 구성주주 및 구성주주별 주식소유비율도 주파수할당신청서의 내용과 크게 달랐다고 했다. 6개의 주요주주 중 자본금은 스테이지파이브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주요 주주들의 자본금 납입 계획도 확정되지 않았던 것도 취소사유로 댔다.
과기정통부는 복수의 법률자문과 법률·행정, 경제·경영, 전파·기술, 소비자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파정책자문회의의 자문을 거친 결과 스테이지엑스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업계와 시민단체쪽에선 주파수 경매 당시부터 제기돼왔던 스테이지엑스의 재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발목을 잡았다고 본다.
서울YMCA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애초 스테이지엑스가 과도한 주파수 낙찰대금(4301억원)과 일반 통신 서비스를 원활히 추진할 천문학적 투자비 등 자본 조달을 할 수 있겠느냐며 여러 차례 정부의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업 역량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혈세 낭비와 이용자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제출 서류를 문제 삼아 취소 결정을 내린 것도 결정적인 이유도 이같은 주변의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했지만 이같은 우려를 불식할 만한 확실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향후 정권 차원의 특혜 시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제4이통 정책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7번째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지켜봤듯이 대기업·대자본이 이동통신 사업에 적극 뛰어들 의지가 없다는 게 이번에도 확인됐다는 것. 더 이상 이동통신을 황금알 시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주관사인 스테이지파이브를 제외하고는 선제적으로 초기 자본금 납부에 동참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가입자 포화에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시설투자 비용이 소요되는 이통 사업에 그만큼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경쟁 대기업들이 시장 경쟁에 참여해볼만한 '미끼'를 정부가 선행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한, 신규 이통사 진입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존 기간통신 사업 등록 제도도 손을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의 주파수 경매 방식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무조건 사업권을 따내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 6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허가제였던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규제를 등록제로 전환했다. 이전에는 재정적·기술적 능력을 엄격하게 심사 받아야 했는데, 법 개정으로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 할당을 받으면 기간통신사업을 위한 재정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종합적인 연구반을 가동해 제도적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알게 된 여러 가지 법·제도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경매 절차, 주파수할당 공고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시 살피겠다"고 했다.
일관성 없는 통신 경쟁 활성화 정책 비판도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제4이통 (신규 이통사 진입) 정책은 양수겸장 카드였다. 신규 사업자를 시장에 '메기'로 투입함으로써 이통 3사 위주의 고착화된 통신 시장을 흔들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28㎓ 주파수 대역은 이통 3사가 할당을 받았다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해 정부가 회수한 대역이다. 주파수를 할당해 세수를 확보해야 할 정부에게도 '계륵'이다. 4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과 주파수 할당 대가 초기 납부금 부담 완화 등 파격적인 신규 이통사 지원정책을 내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과 더불어 다른 대기업 경쟁사들이 제4이통 참여를 회의적으로 봤던 결정적 사유이기도 하다.
발상은 좋았지만 제4이통 정책은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왔던 알뜰폰 산업 활성화 정책과 충돌했다. 이동통신 시장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제4이통이 등장한다 해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차지하는 이동통신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보다 오히려 알뜰폰 가입자를 뺏어오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정부가 이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서 16%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커졌는데 제4이통이 진입하면 오히려 기존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기에 배스까지 투입하는 꼴"이라며 "생태계만 교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정부가 올초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명목으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정책 역시 실질적인 효과 없이 업계 혼선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통법 폐지 추진으로 이동통신 시장 단속 강도가 느슨해지자 당장 알뜰폰 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번호이동 순증 수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도 시장에 타격을 미칠만한 정책 변수가 계속 문제가 된다면 선뜻 투자할 기업이 있겠냐"라며 "적어도 사업자들이 중장기적인 시장 예측이 가능하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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