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까지 잘 칠 줄은" 명장도 깜짝 놀랐다…25G 안타→KBO 6위, 복덩이 이적생 이젠 없어선 안 된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저렇게까지 잘 칠 줄은 몰랐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7차전 '엘롯라시코' 원정 라이벌 맞대결에 3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빅터 레이예스, 정훈과 함께 아쉬운 패배 속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지난 4월 16~18일 '친정' LG와 3연전 중 두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터뜨릴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손호영의 방망이는 이날 첫 타석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1회초 고승민의 안타로 마련된 1사 1루에서 손호영은 LG 선발 디트릭 엔스의 3구째 147km 직구가 스트라이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됐다.
첫 타석에서부터 안타로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손호영은 1, 2루 찬스를 마련했고, 후속타자 빅터 레이예스의 적시타에 홈까지 파고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좌익수 뜬공에 머물렀던 손호영은 정규이닝 마지막 타석에서 다시 한번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다.
손호영은 3-4로 근소하게 뒤진 8회초 1사 주자 없는 네 번째 타석에서 LG의 바뀐 투수 이지강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형성된 135km 슬라이더를 공략했고,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레이예스도 안타를 터뜨리면서 3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이 안타가 비록 득점과 연결되진 않았지만, 경기 막판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안긴 것은 분명했다.
이날 롯데가 승리하지 못하면서 빛을 보진 못했지만, 손호영의 활약은 하나의 기록으로 연결됐다. 바로 25경기 연속 안타였다. KBO리그 역대 공동 6위에 해당되는 기록으로 '적토마' 이병규(前 LG, 2004년), 박현승(롯데, 2007년), 이택근(우리, 2008년), 서건창(前 넥센 現 KIA, 2014년), 허경민(現 두산, 2020년)에 이어 6번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것이었다.
2014년 시카고 컵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었던 손호영은 미국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2017시즌에 앞서 방출의 아픔을 맛봤다. 해외파 선수의 경우 국내 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외로 진출할 경우 2년 동안 KBO리그 유니폼을 입을 수 없는 유예 제도로 인해 컵스에서 방출된 후 곧바로 병역을 이행하게 됐다. 그리고 독립리그를 거쳐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LG의 선택을 받았다.
'잠재력이 좋다'는 평가에 비해 손호영은 이렇다 할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는데, 잦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던 탓이었다. 때문에 LG에서는 입지가 좁아진 상황. 이때 김태형 감독이 염경엽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롯데의 주전 3루수를 맡을 예정이었던 한동희가 시범경기 중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던 까닭. 특히 정규시즌 일정이 시작된 이후 팀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롯데의 마음은 더욱 급할 수밖에 없었다.
급한 쪽은 롯데였기에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 손호영을 영입한 롯데의 결단은 지금까지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4월 한 달 동안 28안타 2홈런 15타점 타율 0.322로 펄펄 날아오른 손호영은 5월 3경기에서도 4안타 1홈런으로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한차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롯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 달의 공백기를 가진 뒤 지난 2일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복귀한 손호영의 타격감에는 문제가 없었다.
손호영은 복귀 첫 경기부터 2루타 2방을 터뜨리며 무력시위를 펼치더니, 14일 경기까지 6월 11경기에서 17안타 2홈런 9타점 타율 0.386으로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특히 손호영은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이었던 지난 4월 18일 LG 트윈스전을 시작으로 14일까지 무려 2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매 경기 KBO리그 역사책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나가는 중이다. 이제 손호영은 15일 경기에서 안타를 뽑아내면 김기태 前 감독과 함께 KBO 역대 5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좋은 평가와 달리 LG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던 만큼 롯데는 트레이드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감도 함께 갖고 있었다. 그러나 손호영은 불과 두세 달 만에 롯데의 '상수'로 변하고 있다. 이젠 롯데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는 것. 김태형 감독은 14일 경기에 앞서 손호영의 활약에 "(손)호영이는 정말 저렇게까지 잘 칠 줄은 몰랐다. 잘해주고 있다"고 짧지만 굵은 극찬을 쏟아냈다.
미국에서 실패를 맛보고 독립리그 유니폼까지 입었던 손호영.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조금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드디어 잠재력이 대폭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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